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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맹그로브 Mangrove Nov 27. 2020

온전히 나를 위한 정돈의 공간

[Knock & Talk] 306호 인터뷰

안녕하세요, 간단히 소개 부탁드립니다.

취미를 기반으로 한 플랫폼의 컨텐츠 기획자로 일하고 있어요.


저는 취미가 아주 다양한데, 책읽는 것도 좋아하고, 글쓰는 것도, 사진찍는것도 좋아하고, 기타치고 노래하고 이런 것도 좋아하고, 그런 취미들을 계속 늘려가면서, 또 잘 취해가면서 살고있어요. 


전형적인 배짱이 인가요...?

아뇨. 일할 때는 또 열심히… 전투 배짱이라고 합시다.


알겠습니다. 그럼 언제부터 그 일을 하시게 됐어요? 취미 관련 일이라구요?

입시에서 벗어나는 시점부터 기타를 샀어요. 치고 싶었거든요. 그리고 아버지가 카메라를 선물해주셔서 그때부터 취미가 하나씩 늘어나간 것 같아요. 자연스럽게 관심사가 확장되면서 지금 다니게 된 회사도 접했고, 취미랑 관련된 것을 '일'로 하면 좋을 것 같다 생각해서 합류했어요. 

©최모레

'취미'와 관련된 회사다보니까, 관련 클래스들을 무료로 들을 수 있거든요. 요즘엔 연말이 다가오니 드라이플라워로 리스를 만들어 보려고 키트를 구매했어요. 시간 없어서 못하다가 최근에나 겨우 했네요! 


방문에 걸어 둔 드라이플라워 리스 ©306호


취미를 다루는 일이면 일과 삶이 구분이 안되기도 하나요? 

제가 즐기는 것과 기획하는 일은 엄연히 달라서 그렇진 않아요. 일을 할 땐 주관적인 호불호에 의해 진행 여부를 결정하지 않으니까요, 일이 바빠서 물리적으로 분리되기 힘들 때가 있을 수 있지만 반대로 수채화나 디지털 드로잉처럼 제가 좋아하는 분야들을 각별히 애정을 담아 기획할 땐 무척 즐거워요. 


그럼 취미를 제외하고는 평소에는 뭘 하고 사세요?

주말에는 대부분 집에 없어요. 제가 MBTI중에서도 극 E(Extrovert)형이거든요. 사람 만나는 것을 너무 좋아해서 새로운 사람 만나고, 다른 이야기 듣는 것을 많이해요. 또 요즘엔 개인 프로젝트들을 소소하게 해보고있는데 2020년에 목표가 책을 내는거라 글을 써보고있어요.


스스로 자기 모습이 연상되는 동물이나 사물이 있나요?

태생이 게으르거든요. 그래서 친구들이 문뱅이라고 불러요. 문게으름뱅이라고. 그런 시절도 있었는데, 이제는 친구들이 문개미라고 불러줘요. 굉장히 많은 일들을 하고 돌아다니는 것 같다고. 스스로도 사실 개미와 같은 삶을 살고있다고 느껴져요. 개미는 쉬지 않으니까요. 


아, 엄마는 저를 바깥 양반이라고 불러요. 집에 자꾸 없다고.


 임시성을 가지는 공간에서
제 삶에 앞으로 계속 가지고 갈 것과
버리고 갈 것이 정해진다고 생각해요.


306호님은 왜 맹그로브에 들어오기로 결심하셨어요?

가족들이랑 같이 살았었는데 라이프스타일이 너무 달랐어요. 부모님은 9시가 되면 전원을 딱 끄는 스타일이거든요. 서로 심리적으로, 또 물리적으로 거리가 좀 필요하다는 생각을 하게 됐어요. 


올해 스물 아홉이라, 서른으로 바뀌면서 진짜 어른이 된다는 생각이 드는거에요. 그래서 진짜 어른이 되는 나이가 되는 준비를 하려고 들어오게 되었어요. 저는 맹그로브에 6개월만 살아봐야지 하고 왔는데, 여기가 제 삶에서는 임시성을 가지는 공간이라고 생각이 되거든요. 임시성을 가지는 공간에서 제 삶에 앞으로 계속 가지고갈 것과 버리고갈 것이 정해진다고 생각해요. 저에게 정말 필요한 것과 필요하지 않은 것, 정말 중요한 것과 중요하지 않은 것을 정해보자. 이게 제가 들어올 때 생각한 목표였죠.


약간 애벌래가 나비로 변태를 하기위한 준비를 하는 그런 고치같은 장소로 맹그로브를 저는 선택한 것 같아요.

돌고 돌아 계단고치 ©KIM JAE HOON STUDIO
임시성의 공간이라는 말이 와닿는데, 그럼 공간에 바라는 것들도 되게 확고하셨을 것 같아요. 어떠세요?

다양한 사람들을 많이 만나면서 살아온 것 같아요. 저는 그런 삶이 좋았고, 제 20대를 계속해서 제 세계를 확장하는 것에 쓰고싶었어요. 여기도 그런 관점에서 좋은 공간이라고 생각했구요. 


랜덤한 사람들이랑 만나게 될까? 나와 비슷한 결의 사람들이 오지 않을까? 생각했었던 것 같아요. 이정도 월세를 내고도 공유주거를 택한 사람들이니까, 다양한 이야기를 나누다보면 제 세계의 확장이 이뤄질 것이라고 생각을 했었죠. 


11월의 제철다이닝 : Brunch at Home
다른 분들은 종종 만나셨어요?

포부 중에 하나였지만, 너무 바빠가지고 생각만큼 잘 하지는 못한 것 같아요. 초기에 재택근무를 할 때에는 사람들도 자주 마주치고, 그때 입주했었던 분들이랑은 친해지긴 했어요. 여름에 입주헀는데 바빠서 제철 다이닝도 11월이나 되어서 처음 해봤네요. 그게 좀 안타까워요. 


그럼 그래도 이야기를 나눠본 하우스메이트들은 누가 있나요?

402호, 502호, 503호, 602호, 501호, 403호요!


그 분들이랑은 주로 어떤 이야기를 나누셨어요?

근황 토크를 비롯해 최근에 읽은 책에 대한 얘기, 연애 얘기도 하지만 역시 일에 대한 얘기가 가장 빈번한 것 같아요.


오시기 전에 비슷한 결의 사람들이 맹그로브에 모이게 될 것이라고 예상하셨는데 실제로 어때요? 

비슷한 사람들도 있고, 꽤 다른 사람들도 있어요. 그래도 모두들 다른 사람들을 만나는 것 자체를 두려워하는 사람들은 아닌 것 같아요. 공동체 생활에 다들 어느정도 익숙해하고, 결이 비슷한 사람들이 많다 생각했어요. 402호 친구는 참 비슷하다고 생각했구요.


기억남는 장면, 사건이 있으셨나요?

초반에 샹그리아 파티를 하자고해서 동네에서 과일을 하나씩 사와서 다같이 술을 열심히 만들었던 기억이 있네요. 혼자 있을때도 좋은 기억들이 되게 많은데, 주방이 넓으니까 퇴근하고와서 스트레스 받으면 잼을 만들었어요. 무화과잼, 사과잼 등등. 잼 만드는게 생각보다 잼있더라구요. 

306호님이 직접 만든 사과잼 ©306호

주방에서 혼자 요리하고 있을 때 503호님이 내려와 스팸 무스비를 만들고계셨는데, 제가 사과잼을 다 만들고 나서도 스팸 무스비가 다 안끝나더라구요. 이렇게 요리하다가 만나는 사람들이 재밌어요. 다들 뭐먹나 궁금하고, 나눠 먹기도하고 어떤 것들 좋아하나 궁금하고요. 


이사와서 구매하신게 있나요?

제일 많이 산거는 책과 옷이에요. 본가에서 책장의 일부만 때서 가지고왔는데, 그때 이후로 진짜 책이 3배로 늘어났어요. 이거 다시 어떻게 가지고 가나 싶어요. 일단 제 마인드 자체가 짐을 최대한 늘리지말자인데요, 계속 원래 생활하던 패턴대로 생활을 했더니 책만 3배가 되었어요.


©최모레 ©YES24


주로 어떤 책들을 많이 읽나요?

되게 다양한데, 에세이를 가장 많이 읽는 것 같습니다. 최근에 가장 많이 영향을 미친 책이 ‘아무튼 비건'이라는 책인데, 이 책을 읽고난 이후에는 비건 관련 책들도 많이 사게되고, 반드시 비건이라는 키워드보다도 음… 약간 '공감'이라는 키워드에 맞춰서 나 이외의 타자나, 타인이나, 다른 생물들에 초점을 맞춰서 책을 많이 읽고 있어요.

 제가 할 수 있는 범위 안에서
실천해보고 싶어요.

조금씩 다같이 하다보면 전체적인 사회가 변할 수 있다고 생각하거든요. 


너무 멋진데요, 저도 꼭 읽어볼래요. 스스로 비건이라고 정의하세요? 

비건 지향으로 살고 싶다고 생각은 하고있어요. 제가 할 수 있는 범위 안에서 실천해보고 싶어요. 조금씩 다같이 하다보면 전체적인 사회가 변할 수 있다고 생각하거든요. 스스로 뭔가 자괴감을 느끼거나 옥죄면서까지는 하고싶지 않아요. 그래도 일주일에 2번 정도는 채식을 하자는 것으로 살고있어요. 


다시 맹그로브에 대한 질문으로 돌아가자면, 가장 좋아하는 장소가 있나요?

제가 사진 찍는 것도 되게 좋아하는데, 루프탑에서 날씨가 진짜 좋았던 날이 있어요. 여름에 구름이 몽실몽실하게 재미있던 날이였는데, 루프탑에 올라가서 혼자 찰칵찰칵 사진을 찍었어요. 맹그로브에서 루프탑이 제일 좋아요. 높고 탁트여있으니까 기분이 되게 좋아져요.


©최모레 ©306호


동네는 어때요? 동묘라는 동네에 대해 말해주실 수 있나요?

바베큐하러 친구들을 데려왔었는데 재래시장에 갔더니 미친 물가에 놀랬어요. 남자친구도 장을 자주 보는데, 여기는 본인 동네의 물가에 1/3이라고 맨날 말해요. 동묘는. 물가의 동묘다. 


돌아다니다보면 오래된 동네 느낌이 많이 나거든요. 동네 미용실, 이불집, 수선집 등등이 있으니까요. 저는 신도시에서 왔으니까 그런게 너무 신기하더라구요. 이게 서울의 동네, 서울의 로컬의 느낌인가싶었죠.


©최모레
맹그로브는 306호님에게 어떤 집인가요?

음. 적당한 거리감을 가지고, 서로의 삶을 관찰해볼 수 있다는 점이 되게 재밌어요. 403호님이 밤에 쏘리낫쏘리에 갑자기 자주 출몰하시면, 아 또 마감 때가 도래했구나 하는 것을 인지하고 그렇죠. 


가끔씩 와인도 한 병씩 가지고 내려와서 나눠먹기도 하고, 결이 맞는 친구들과 소소한 얘기를 할 수 있다는 게 좋은 것 같아요. 개인 적으로는 29살에서 30살로 넘어가는 그 시점을 잘 맞이할 수 있게 해주는 그런 공간이라고 생각합니다. 혼자있는 시간도, 누구와 같이 있던 시간도 되게 의미있었어요. 맹그로브가 고치로서의 역할을 잘 해주지 않았나… 아직 2달 남았지만 그렇게 생각합니다.


마지막으로, 그럼 306호님은 맹그로브에서 어떻게 바뀌어서 나갈 것 같아요?

제 라이프스타일을 잘 확립해서 나가지 않을까 싶어요. 제가 퇴근하고 집에와서 잠들기 전까지 시간이 되게 짧잖아요. 그 시간을 어떻게 쓸 건지를 여기서 정해보고 있는 거라고 생각해요. 예를 들면, 릴렉스룸이 있다보니까 하루에 3-40분은 꼭 스트레칭 하고자야지. 꼭 책을 한 줄은 읽고 자야지. 라던가. 이런 루틴에 대한 소소한 실험들을 해보고 있죠. 


나중에 본가에 돌아가더라도 여기서 정립한 라이프스타일대로 살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합니다.


맹그로브에 대해 더 알아보고 싶다면 → 홈페이지

나도 여기서 살아볼 수 있을까?  입주 대기 상담


 | 김기태

사진 | 306호, 최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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