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맹그로브 Mangrove Dec 07. 2020

적당한 텐션이 유지되는 게 좋은 공간

[Knock & Talk] 603호 인터뷰

안녕하세요 603호님! 간단히 소개 부탁드릴게요.

저는 30대 프리랜서 개발자예요. 주로 모바일 서비스에 관련된 것들을 개발하고 있고요. 모바일 서비스에 관련된 모든 것들을 개발하고 있어요. 회사에는 주 3일 출근하고 있어요. 


모바일 서비스 개발을 하고 계시군요! 어떻게 개발을 시작하게 되셨나요? 

저는 혼자서 뭔가를 해보고 싶었어요. 다른 사람들이랑 뭔가 같이하는 것도 물론 좋지만, 제가 혼자서 뭔가 시도해보는 것이 좋았거든요. 20대 초중반부터 한 6년 정도 개발을 시작했는데요. 재미있고 다 좋은데 그 느낌이 오래가지는 않더라고요. 


처음에는 즐겁고 흥미로운데, 어느 순간부터 무언가 내가 원하지 않는 것들에 얽매이게 된다는 느낌이 계속 들더라고요. 그래서 같이하는 업무가 아니라, 여럿 중에 하나쯤이라도 스스로 완전하게 완성을 할 수 있는 것들을 만들어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어요.


1층 카페에서 코딩 중인 603호님 ©엄종헌


개발은 어떻게 보면 아무것도 없는 상태에서 컴퓨터만 있으면 만들어낼 수 있으니까. 그래서 개발을 시작하게 됐고, 지금까지도 잘 맞아서 하고 있는 것 같아요. 회사에 출근을 하긴 하니까, 같이하는 업무도 물론 있지만, 혼자 하는 것들도 계속하려고 하고 그 밸런스를 맞추려고 하죠.


어떤 취미를 가지고 있으신가요?

취미가 곧 일이긴 한데, 다양한 것들에 흥미가 있었어요. 복싱, 춤, 사진, 책, 명상.. 특히 춤은 정말 오래 해왔었고요. 최근에는 코로나 때문에 못하고 있기는 한데, 대학교 동아리에서도 했었고, 중간에 잠깐 쉬다가 서울에서 선배들이랑 연습실을 빌려서 막 1주일에 한 번씩 막 모여서 추기도 하고 그랬어요.


복싱도 좋아해요. 이사 와서는 못했는데, 코로나가 끝나면 언젠가 다시 해야지 하고 있고요. 요즘은 명상하는 것도 꽤 재밌게 하고 있어요. 저번에 소셜클럽으로 싱잉볼 체험을 하던 날에 아는 형이랑 같이 참여해서 재미있게 했었던 기억이 있어서, 그쪽으로도 요즘 계속 알아보고 있어요. 어쩌다 그 형이랑 명상에 빠져서 절도 찾아가 보기도 했어요.

방에서 보내는 평화로운 여가시간 ©엄종헌
절이요? 원래 절을 다니셨나요?

불교는 아니고요. 절을 종교로써 찾아간다기보다는 명상 관련된 것을 공부하다 보니, 불교를 자연스럽게 접하게 된 것 같아요. 그래서 그냥 궁금해서, 또 더 알고 싶어 져서 가보는 거예요. 처음에는 명상을 어떻게 하나, 어떻게 수련을 하고 있는지 궁금하다 보니까 가보게 됐어요.


절은 되게 자유로워요. 그냥 가서 앉아 있다 와도 아무 말도 안 하니까 좋아요. 그냥 어디든 다 열려있다 보니까 되게 여유롭고 산 근처에 있다 보니까 공기도 좋고 몸과 마음이 편안한 느낌을 주는 것 같아요.

취미가 일이라고 하셨잖아요. 그럼 일이랑 삶이 구분이 안 되는 그런 것들도 있으신가요? 어떠세요?

억지로 구분하지는 않아요. 하나로 봐도 좋아요. 삶이 곧 일인 거죠. 혼자서 일할 때가 많다 보니까 저 자신의 워라벨에 맞춰서 일을 할 수 있다 보니까 스트레스를 받지 않아요. 그러니까 일도 취미같이 될 수 있는 거겠죠?


물론 고민은 있어요. 혼자서 하다 보니까 뭐가 맞는지 모를 때도 있고, 또 궁금한 게 생겨도 더 오래 걸려서 해결하게 될 때도 있고 하죠. 보지 못했던 것들, 생각하지 못했던 것들을 나중에 가서야 알게 되는 경우도 있는 것 같아요. 근데 그냥 그러려니 하는 거죠.


스스로 자기 모습이 연상되는 동물이나 사물이 있으신가요?

종종 A.I.라고 불리긴 해요. 프로그래밍돼서 사는 게 아니냐고 지인들이 그러거든요. 눈앞에 일을 하나 맡게 되면, 그 맡은 일에 집중하고, 그 일에 불필요한 감정은 최대한 안 집어넣는 편이에요. 하나씩 처리하고, 다음 것에 또 집중하고 그렇게 단순하게 살려고 해요. 


그러다 보니 되게 평상시에도 항상성은 좋은 편이긴 하지만, 역으로 어떨 때는 인간답지 않다고 그럴 때가 있긴 하죠.


맹그로브에는 어떤 이유로 들어오게 되셨어요?

맹그로브가 일하기에 좋다고 생각했어요. 1층이 코워킹 스페이스라서 오게 됐죠. 혼자 있는 것을 되게 좋아하기는 하는데, 문제는 방에 있으면 일에 집중이 또 잘 안되더라고요. 


평소에는 카페에서 되게 일을 자주 했었어요. 이 카페 저 카페 근데 돌아다니는 것도 사실 꽤 일이더라고요. 매번 환경이 바뀌는 것도 재미는 있지만 꽤 피곤하더라고요. 그래서 코워킹 스페이스도 찾아보게 됐고, 그러다가 코워킹과 리빙을 함께 할 수 있는 곳을 찾아보게 된 것 같아요. 제가 찾아본 곳들이 몇 군데가 있긴 했었어요. 


맹그로브가 일하기에 좋다고 생각했어요. 
가장 적당한 가격에, 적당한 거주 환경을 제공해준다고 판단해서 들어오게 됐죠.




지금까지의 삶은 어떠세요? 일하는 공간으로서 맹그로브를 잘 활용하고 계신가요? 

만족스럽게 잘 활용하고 있어요. 밤에 일할 때 주변을 한 번씩 보면, 다른 사람들도 종종 일을 하는 것을 보게 되어. 같이 일을 하고 있지만 같은 일을 하고 있지는 않아서, 그게 딱 저는 좋은 것 같아요. 적당한 텐션을 유지할 수 있는 게 좋아요. 주변에서 사람들이 있어서 어느 정도 긴장감과 거리를 유지해주고. 가끔 간식도 나눠 먹고. 그냥 딱 그 정도면 저는 충분하거든요. 또 제가 지금 진행하고 있는 프로젝트를 같이 하는 사람들도 데리고 올 수도 있어서 그런 것도 편해요


©Earth, Yongtae Lee ©엄종헌


적당한 텐션을 유지할 수 있는 게 좋아요. 
주변 사람들이 어느 정도 긴장감과 거리를 유지해주면서도 간식도 나눠 먹고. 
딱 그 정도면 저는 충분하거든요.


입주하신 지 한 달이 조금 넘으셨는데 다른 분들은 좀 만나보셨나요?

제가 카페에 저녁-밤 시간대에 가장 자주 있는 사람 중 한 명일 거예요. 그러다 보니 카페에 오는 분들은 자주 뵙는 것 같아요. 자주 만나는 멤버 네 분이 있고, 다른 분들도 얼굴은 종종 왔다 갔다 하면서 뵙긴 해요.


만나면 주로 무슨 이야기하세요?

요즘은 무슨 생각 하면서 사는지, 어떤 것에 관심을 많이 두고 사는지. 어떤 책을 읽는지. 무슨 일을 하고 있는지. 일상이 어떤지 등등 그런 얘기도 하고 그래요. 요즘 힘들다고 한다면, 왜 힘든지, 좋은 일이 생기면 왜 좋았는지를 나누죠. 일 얘기도 많이 해요. 명확하게 개발이나 코딩에 관련된 얘기는 아니지만, 업계에 대해 얘기도 하고요.


©KIM JAE HOON STUDIO
카페 안에서 사람들이랑 얘기도 하시고 일도하시면 집중이 잘 되시나요? 그 텐션이 유지가 되세요?

물론 종종 좀 깨질 때가 있긴 한데, 근데 뭐 그것도 나름에 재미긴 하고. 지금 인터뷰하고 있는 여기에서도 또 집중 못 할 이상한 노래가 나오고 있네요. 근데 이것도 자연스러운 업다운이라고 생각해요. 어떻게 계속 집중만 할 수 있겠어요. 오히려 자연스러워서 더 좋은 것도 있고 그래요.


기억 남는 장면, 사건이 있으셨나요?

가끔 밤새 일을 하는 경우가 있는데, 새벽에 옥상에 올라가면 정말 좋아요. 동료랑 가끔 맹그로브에서 일을 하다 보면 막차가 끊길 때가 있어요. 그럴 때는 집에 갈 수가 없다 보니까, 밤을 어쩔 수 없이 새요. 새벽에 잠도 깰 겸 해서 루프탑에 바람 쐴 겸 해서 올라가면 공기가 그렇게 좋더라고요. 새벽이 주는 그런 좋은 느낌이 있어요. 꼭 루프탑이 아니어도 맹그로브 근처의 새벽 공기는 뭔가 고요한 그런 느낌을 줘요.


맹그로브에 이사 와서 구매하신 게 있나요?

아직 구매한 것은 없는데, 구매하려고 생각해둔 것은 있어요. 식물을 구매하려고 하는데요. 조화 말고 살아있는 식물을 구매하려고 해요. A.I. 한테도 온기가 필요하답니다. 방에서 키울만한 식물을 생각하고 있는데, 수경 식물부터 시작해보려고 생각하고 있어요. 


©엄종헌


코카콜라 컵을 하나 동료한테 받아왔는데, 거기에 넣어서 키우려고 생각 중이에요. 종류는 크게 중요하지 않고, 그냥 이쁘고 방 분위기에 포인트 줄 수 있는 그런 아이로 데려와서 같이 살아보려고 해요.


맹그로브에서 가장 좋아하는 장소가 있다면?

쏘리낫쏘리를 가장 좋아해요. 음… 가장 오래 있는 장소라 가장 애착이 가는 것이 아닐까 싶어요. 자는 곳 빼고는 가장 오래 있어요. 아니 사실 자는 것을 포함해도 더 오래 있을 수도 있어요. 방이랑은 좀 다른 그런 개념인 것 같은데, 방은 방대로 카페는 카페대로 좋아요. 둘 다 창이 크니까 낮에 햇빛이 잘 들어오는 거가 되게 좋아요. 의자는 살짝 불편한 것 같아요. 물론 제가 너무 오래 앉아있어서 불편한 것 같기도 해요.


동네는 어때요? 동묘라는 동네에 대해 말해주실 수 있나요?

일단 무엇보다 조용해서 좋아요. 제가 이전에 살던 곳이 강남이어서 그런지 이 동네가 좀 더 사람 사는 느낌이 많이 나요. 여기 뒤쪽으로 산으로 올라가면 공원이 있어요. 낙산공원에도 올라가 보니까 되게 서울 같지 않게 공기가 달라요. 조금만 더 걸어가면 성북천도 있어요. 걷기 좋은 것 같아요.


최근에 포켓몬 고를 다시 시작했는데, 여기 바로 뒷산 공원에 올라가면 포켓몬 체육관이 2개나 있어요. 또 맹그로브는 포세권이기도 해요. 창신동 벽화길이라는 포켓 스탑이 집에서도 겹치는데, 아주 주요한 위치 선정이죠.



맹그로브는 603호님에게 어떤 집인가요?

제가 하겠다고 마음먹은 일을 잘할 수 있게 해주는 집인 것 같아요. 그게 제일 중요한 가치인 것 같고요. 저한테 있어서 일이 잘되는 공간의 조건은 몇 가지가 있는데, 우선 지속적으로 변화하고 새로운 곳이여야 해요. 뭔가 익숙해지면 안 된달까. 그래서 계속 새로운 환경에 가면 잘되는 그런 것이 있어요.


일하는 시간대가 되게 다양하다 보니까 24시간 접근이 가능해야 해요. 저한테는 시간도 되게 중요하더라고요. 그리고 뭔가 명확하게 삶과 구분된 공간이 여야 해요. 그래서 방이면 안 되는 거죠. 방이랑 가까우면 당연히 좋지만, 방은 아니어야 하고, 제 삶이 묻어나지 않는 곳에서 저는 일이 잘 되더라고요.


여기도 익숙해지시면 나가실 건가요? 슬픈데요. 
그럼 마지막 질문으로, 그럼 603호님은 맹그로브에서 어떻게 바뀌어서 나갈 것 같아요?

1년 계약을 해서 1년 후에는 또 새로운 곳을 찾아볼 수는 있겠죠. 지금은 사람들이 매번 왔다 갔다 하고, 노래도 바뀌고 하다 보니까 충분히 매일 새로워요. 


내년 이맘때 나가게 된다고 해도, 제 라이프스타일이 막 엄청나게 바뀌지는 않을 것 같아요. 하지만 더 자유로운 개발자가 되어서 나가고 싶어요. 그러니까 주 0일 출근을 목표로 해보겠습니다!



맹그로브에 대해 더 알아보고 싶다면 → 홈페이지

나도 여기서 살아볼 수 있을까?  입주 대기 상담


 | 김기태

사진 | 엄종헌, 김기태, 603호

매거진의 이전글 온전히 나를 위한 정돈의 공간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