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 상담을 많이 하는 편이다. 한 학생을 적어도 1학기에 두 번은 본다. 이런저런 이야기를 들어주고 진로와 진학에 대한 조언을 해준다. 힘든 일이 있으면 토닥여주고 잘못한 일이 있으면 살짝 혼을 내기도 한다. 애들도 나와 상담을 기다리는 눈치다. 그만큼 하고 싶은 이야기가 많은 것이겠지.
그런데 고등학교 상담은 조금 다르다. 힘든 일이 있다고 토닥여주거나 아이들의 말에 적극적으로 공감해주지 않는다. 반대로 해야 할 일을 강조한다. 오늘 상담이 그러했다.
상담을 시작한 지 5분 만에 학생은 울기 시작했다. 시험과목이 많고 시험범위가 너무 많고 할 일이 많고 바쁘고 친구들과의 갈등이 있고 관계에 어려움을 느끼고 그런데 수행평가 일정을 선생님 마음대로 정하고 등등. 중학생이었다면 토닥여주고 해결책도 함께 찾아보고 더 이야기를 들어줬겠지만 고등학생이다. 이야기를 빠르게 정리한다.
"그렇게 느낄 수 있지. 충분히 이해하지. 시험범위가 많은 것. 시험공부가 어려운 것. 수행평가에 대한 억울함. 다 알겠어. 그런데 지금 안타깝게 그럴만한 시간이 없다. 지금 우리는 뭐해야 되냐면 공부해야 돼. 너를 둘러싼 많은 문제들을 해결하고 공부에 집중하면 좋겠지만 그 많은 것들을 해결할 시간이 이젠 부족하다. 안 되는 건 그냥 넘기고 해결 안 되는 건 덮어두고 일단 급한 불인 공부부터 해야 돼."
학생의 눈물이 쏙 들어간다. 그동안 힘들었던 이야기들을 내 앞에서 다 털어놓고 후련하고 싶은데 사실 그럴만한 여유가 없다. 울정도로 시험에 대한 걱정이 있다면 해야 할 것은 공부니까. 그리고선 시험 끝나고 울면 된다. 그리고 그때가 되면 눈물도 안 나온다.
상담을 잘 마치고 다음 학생을 부른다.
"4번 오라고 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