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험을 못 봤다고 울고 있는 너에게

by 이소망

시험 이틀 전. 아이들과 모여서 시험 간담회를 가졌다. 각오가 어떠한지. 기대하는 점수는 얼마인지. 그리고 목표를 이루었을 때 받고 싶은 보상. 잘못 봤을 때 마지노선 등을 즐겁게 이야기했다. 다들 웃으며 시험에 대한 자신감을 내비쳤다.

그렇게 시험 첫날. 학교에서 돌아와 기대되는 마음으로 아이들에게 시험 소감을 물으니 집안공기가 심상치 않다. 첫째가 침대에 누워 이불을 뒤집어쓰고 있다. 쓱 가서 시험 잘 봤냐고 물어보니 얼굴을 가린 채 대답이 없다. 잘 못 봤냐고 되물으니 잠시 뒤 흐느끼는 소리가 들린다. 당황스럽다. 얼마나 못 봤을까란 생각이 아니라 평소 시험에 대해 이런 반응을 보인적이 없어 당황스러웠다. 울고 있는 녀석에게 어쭙잖은 위로는 도움이 되지 않을 거 같아서 열심히 했다고 어깨를 토닥여주고 방을 나왔다.

와이프와 눈빛을 교환했는데 와이프는 내심 못마땅한 눈치다. 자신이 노력한 대로 받을만한 점수를 받았을 텐데 왜 울고 있냐는 내용이 담겨있다. 입 밖으로 말하지 않아도 저절로 전해져 오는 메시지. 그랬었나? 열심히 하지 않았나?

'열심히'라는 단어는 참 잔혹하다. 기준이 없어 그러한가 보다. 공부를 안 하던 학생에게 열심히란 1시간일 테고 공부를 잘하던 학생에게 열심히란 10시간이 모자를 터이다. 그러니 '열심히 해라'라는 말이 얼마나 온도차이가 심한지....

첫째는 열심히 했을 것이다. 중간중간 집중력도 없이 노래 부르며 춤추며 책상에 앉아 문제집을 보았을 것이다. 하지만 그 앉아 있는 시간. 문제집을 붙들고 있는 시간. 새벽까지 펜을 쥐고 있는 시간. 그 시간들은 열심히란 느낌으로 자기 마음에 남아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그 열심이 원하는 성적을 맺을 만큼의 열심이었는지는 다른 문제지만 말이다.

그 딜레마에서 한동안 방문을 열지 못했다. 열심히 했다고 위로해 주기엔 자신보다 다른 핑계들을 찾을 것이고 열심히 안 했다고 하기엔 나름 자신과의 싸움을 벌여나갔으니 말이다. 어떤 말이 아이에게 힘이 되어줄지 나도 열심히 고민했다.

얼마의 시간이 지나 방문을 열고 나온 첫째는 자리에 앉아 문제집을 풀고 공부했다. 그리고 또 얼마 뒤 동생들과 시시덕거리고 노래를 흥얼거리며 '열심히' 공부했다. 그래. 저 모습도 열심히 노력하고 있는 거지.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무엇이 그리 화가 났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