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째. 고등학교 1학년. 한창 사춘기. 공부는 중상. 진로진학 미정. 하고 싶은 것 없음. 좋아하는 것 없음. 전형적인 요즘 고등학생의 표본.
그 아들과 대화를 나눴다. 2학기 중간고사가 끝난 시점. 아쉬웠던 점수들을 뒤로하고 이제는 미래를 설계할 시간이다. 그런데 아버지와 어머니가 진학 이야기만 꺼내면 얼굴이 굳어진다. 이야기가 길어지면 그 굳어진 얼굴에서 한숨이 나온다. 자신의 생각을 이야기한다. 검정고시. 수능. 기타 등등.
'흠... 아버지로서 아들의 입장을 이해하고 받아들여줘야 하지만 얼토당토 하지 않을 때는 어찌해야 할꼬. 그리고 첫째야. 아빠. 선생님이야. 그래도 너보단 아빠가 입시에 대해 조금은 더 잘 알지 않겠니? 검정고시 만점이 내신 3등급이 된 것도. 우리 학교에선 1등급이 나올 수 없는 것도. 원점수가 중요하지만 자신만의 이야기를 써 내려가야 하게 중요한 것도. 사실 너는 잘 모르잖아. 근데 왜 그런 답답한 표정을 짓고 있는지 아빠는 알 수가 없구나. 다시 말하지만. 아빠는 말이야. 선생님이야. 몰랐구나.'
자식농사가 참 어렵다. 학생들은 상담하기 참 쉬운데 왜 내 자식은 이리도 힘들고 버거운 걸까. 오늘 했던 대화도 어느새 까먹고 언제 아빠가 그랬냐고 되물어볼 것이다. 그땐 이단옆차기를 그냥 날려줘야겠다.
"첫째야. 지금도 다시 말하지만 아빠는 네가 행복했으면 좋겠다. 공부하라는 이야기도 네가 대학을 가고 싶어서 꺼냈지 아빠는 굳이 대학에 안 가도 되는 입장이다. 네가 좋아하고 하고 싶은 일을 찾는다면 말이다. 그런데 좋아하는 것과 직업을 구분 짓고 있는 모습에서 오늘 살짝 걱정이 되었다. 아빠는 철저하게 좋아하는 일을 직업으로 삼아야 한다는 입장이거든. 그렇지 않으면 우리 인생의 1/3이 힘들거나 불행하지 않겠니. 안타깝게도 우린 시간이 많이 지났어. 공부도 해야 되고 좋아하는 것도 찾아야 되고 성장도 해야 하고 여자친구도 사귀어야 한단다. 이제 아빠는 할 말 다했으니 한 발짝 물러나마. 필요할 때 불러줘. 더 이야기하면 잔소리니까. 이젠 너를 믿어줘야 할 때다. 힘내보렴."
세상의 모든 학부모님들도 화이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