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소망 Oct 28. 2024

학생들은 바쁘다.

고1. 그러니까 2년 뒤에 대입을 치를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다. 중국에 있다 보니 일반적인 한국의 학생과는 입시 방향이 조금은 다르다. 2027년도 대학입시전형에서 변경된 내용이 있어 중간고사를 마친 학생들과 이야기를 나누었다. 당연히 학생들은 처음 들어본다는 이야기다. 벌써 발표된 지 2달이 넘었는데... 내가 대학에 가는 게 아니라 너희가 가는 건데 말이다...

앞으로 학생들은 자기소개서를 써야 할 것이다. 의무는 아니지만 교육부에서 대학별로 자기소개서를 활용할 수 있다고 허용해 주었으니 아마 대학들은 학생들에게 자기소개서를 요청할 것이다. 요청하지 않아도 옆에 있는 친구가 자기소개서를 쓰고 있으면 자연스레 자신도 쓰게 될 테니까 학생들은 자기소개서를 쓸 준비를 해야 한다. 그런데 흔히 말하는 자기 소설서는 의미가 없다. 포장된 자신이 아닌 진짜 나를 소개해야 하고 내가 대학에 얼마나 필요한 인재인지 홍보해야 하며 그를 위해 고등학교 시절 얼마나 무슨 활동했는지를 보여주어야 하기에 그럴듯한 소설로는 의미가 없다. 구체적이고 현실적인 자기소개서가 필요하다. 그러려면 자신만의 활동과 계획이 있어야 한다. 다른 사람이 이야기가 아닌 자신이 계획하고 실천한 결과물이 필요하다. 하지만 학생들에게 그런 것을 만들고 생각할 능력이 있을 리가....

흔히 말하는 학생부 종합전형은 '학업역량'과 '진로역량', '공동체역량'을 평가하여 입시에 반영한다. 학생들은 고등학교 시절 동안 기본 성적을 챙기는 동시에 자신의 진로, 진학과 관련된 활동을 해야 하며 공동체 안에서 얼마나 잘 살아갈 수 있는지를 보여주어야 한다. 가장 중요한 역량은 단연 '학업역량'이다. 진로나 공동체 역량이 학업 역량을 대체할 만큼 비중이 크지 못하다. 고로 역시나 학생들이 가장 열심히 해야 되는 것은 공부다.

공부를 못하는데 내 진로역량이 좋다고 말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문제는 가장 기본인 공부도 어려워하는 아이들이 많다는 것이다. 중학생이라면 달래고 얼르겠지만 이미 벌써 고1이 마무리되고 있어서 늦은 감이 없진 않다. 그래도 어떻게 하나. 늦었다고 생각할 때가 가장 빠를 때니 열심히 해야지. 

이렇게 학업역량을 위해 공부를 하는 동시에 진로역량을 키워야 한다. 동아리, 학교행사, 학생회, 자율활동 등에서 자신이 가진 능력과 재능이 진로와 진학에 맞는지 확인시켜 주어야 한다. 단순히 참여하는 행사나 동아리가 아닌 주도적으로 공동체를 이끌고 그 안에서 전공분야에 대한 전문성을 구체적으로 보여주어야 한다. 어떻게 내가 전공을 탐색했고 공부했고 발전했고 여러 가지 가설을 세우고 실험을 통해 성장했는지 구체적인 결과물이 필요하다. 

그뿐만인가 공동체 역량을 보여주기 위해 반장, 부반장을 역임해야 되고 가능하다면 전교회장이나 학생회 임원을 하는 것이 좋다. 친구와의 갈등을 어떻게 풀었는지 공동체에서 어떤 역할을 담당했는지 그룹을 어떻게 이끌고 활동했는지 보여주어야 한다. 틈틈이 독서도 해야 하고 전공에 맞는 봉사활동도 해야 하며 지치지 않게 운동도 해야 한다. 친구들과 시간을 보내야 하고 자기만의 취미생활도 즐겨야 하며 가족과도 오손도손 잘 지내야 한다. 

이렇게 이야기를 하고 있으면 학생들보다 내가 먼저 고민에 빠진다. 이렇게까지 해야 할까. 아니 아이들이 이렇게 할 수 있을까. 이렇게 안 해도 잘 지낼 수 있지 않을까? 여러 가지 생각이 스치지만 거기까지다. 내가 해줄 수 있는 것. 내가 학생들에게 줄 수 있는 것은 좋은 수업. 따뜻한 위로. 때론 따끔한 조언일 것이다. 


정리되지 않은 선생님의 넋두리.... 세상의 모든 수험생들. 화이팅. 

매거진의 이전글 갑자기 윤동주가 보고 싶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