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하고 얼마 지난 어느 날. 아버지께서 갑자기 가족모임을 말씀하셨습니다. 매주 수요일에 모여서 이야기를 나누며 얼굴 보자는 가족모임. 어차피 결혼하고 부모님을 모시고 있는터라 같은 집에서 살고 있는데 왜 굳이 시간을 정해서 모이자고 하시는 건지 잘 이해가 되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매번 모여서 나누는 이야기들 대부분은 아버지의 설교였습니다. 불필요한 시간. 불편한 시간. 시간의 제약이 생겨 다른 일을 할 수 없는 그런 귀찮은 시간이었습니다. 그 가족모임은 꽤 오랫동안 유지되다가 제가 분가하게 되면서 자연스럽게 사라지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중국에 왔죠.
오늘 집에 있는데 불현듯 집의 정적을 느꼈습니다. 저도 와이프도 아이들도 다 있는 집. 저는 수업 준비를. 와이프는 노트북을. 아이들은 핸드폰, 노트북, 숙제 등 각자의 일을. 그렇게 각자의 일을 하고 있는 집은 고요한 정적에 휩싸여 있었습니다. 세 시간. 그렇게 집은 사람이 있음에도 사람이 없는 듯 그렇게 존재하고 있음을 알게 되었습니다.
잠시 수업준비를 멈추고 밖에 나가 아이들에게 말을 걸었습니다. 그런데 특별히 걸말이 없었습니다. 날씨가 어떠한지, 다음 주 일정은 어떤지, 숙제는 없는지, 말하다 보니 왜 여전히 게임하고 있냐고 말이 이어지며 잔소리가 되었습니다. 좋은 시간을 강탈당한 듯한 아이들의 얼굴이 좋지 않습니다. 다시 돌아와 수업준비를 하기 위해 앉습니다. 그래. 말을 하지 않는 게 안 다투는 거구나.
갑자기 아버지의 가족모임이 생각났습니다. 아버지도 바쁘신 와중에 꼭 모이셨던 수요일. 귀찮은 티를 은근슬쩍 비치고 있는 두 아들 가정을 앉혀두셨던 가족모임. 그런데도 가족들을 모으셨던 아버지. 그 아버지의 마음이 조금 이해되었습니다.
"집에 같이 있어도 같이 있는 것 같지 않은 우리 가족. 얼굴 좀 보면서 이야기하자."
내일은 아버지께 전화를 드려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