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축제가 두 달 앞으로 다가왔습니다. 하지만 그 축제에서 공연할 팀을 뽑는 오디션이 다음 주에 있습니다. 각 학생들은 삼삼오오 모여서 팀을 만들고 연습하기에 여념이 없습니다. 하지만 연습할 공간을 적고 연습할 시설은 외부에 존재하지 않아 결국 제가 담당하고 있는 밴드부실을 빌리기 위해 학생들이 찾아옵니다.
점심시간과 방과 후. 학생들은 저에게 와서 밴드부실 사용이 가능한지 조심스럽게 물어보고 사용 허가가 나면 연신 감사해하면서 교무실을 나섭니다. 밴드부실이 내 것도 아닌데 말입니다. 하지만 사용일정을 조정하는 것은 쉽지 않습니다. 많은 학생들이 몰리는 시간은 적절하게 분배해주어야 하고 잡음이 나지 않도록 조절해줘야 합니다.
그 잡음이 오늘 제가 지도하는 10학년 학생들에게 터졌습니다. 같은 시간에 대여를 요청한 친구들. 서로 오늘 해야만 하는 이유가 있어서 조정해서 오라고 보냈는데 한 시간 만에 서로 화가 나서 교무실로 돌아왔습니다. 사실 저는 그때 과자를 까먹고 있었는데요. 밖에서 큰소리가 나길래 뭐 하나 싶어서 나가보니 교무실 앞에서 서로 언성을 높이고 있었습니다. 이럴 땐 화를 내주어야 합니다.
"지금 뭐 하는 거냐?"
"아니. 샘. 대화가 어쩌고. 말이 안 통하는 게 어쩌고. 서로 불만이 어쩌고...."
결국 잔소리가 시작됩니다.
"우리 축제의 목적이 뭐냐? 나가서 공연하는 목적이 뭐야?"
"추억 남기려고요."
"추억의 목적은 뭐야?"
"재밌으려고요."
"그러면 즐겁고 재밌으려고 축제하는 거면 그 재미를 위해 오디션 보는 거고, 오디션을 위해 밴드부실을 빌려서 연습하는 건데. 지금 재밌고 즐겁게 밴드부실을 사용하고 있는 모습이야?"
아이들은 할 말이 없는지 조용합니다. 사실 제 말이 맞아서라기보다 제가 화내는 모습을 거의 처음 보니까요. 지나가던 다른 학년 학생들도 힐끔힐끔 쳐다봅니다. 결국 저의 화에 못 이겨 해결책을 가져오기로 한 아이들. 싸웠지만 서로 화해하고 더 성장하는 학생들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