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식의 저주라는 말이 있습니다. "어떤 개인이 다른 사람들과 의사소통을 할 때 다른 사람도 이해할 수 있는 배경을 가지고 있다고 자신도 모르게 추측하여 발생하는 인식적 편견"입니다. 예를 들어 학생을 가르치는 교사가 자신이 알고 있는 기본 지식을 학생들도 알고 있다고 추측하면서 가르칠 때 나타날 수 있는 문제를 이릅니다. 이와 관련된 유명한 실험이 있는데요. 한 사람이 나와서 손뼉을 치는 것으로만 노래를 설명하는 겁니다. 손뼉만 치기 때문에 음률은 없이 박자만 있는데 문제를 내는 사람 머릿속에는 노래가 흘러나오지만 듣는 사람들은 박자만 들리기 때문에 어떤 노래인지 맞추기 어렵다는 실험입니다. 문제를 내는 사람은 10명 중 8명은 정답을 맞힐 것이라 예상하지만 실제로는 한두 명이 맞출 뿐이지요. 대화든 교육이든 상대방의 입장을 잘 고려해야 한다는 이론입니다.
나이가 들면 들수록 이 이론을 몸소 실감하고 있습니다. 아마도 제 안에 자리 잡게 되는 변하지 않는 생각들 때문인 듯합니다. 동교 선생님들과 이야기를 나눌 때 내 생각이 당신 생각이고 당신 생각이 내 생각이겠거니 하면서 대화를 나누지만 사실 우리는 전혀 다른 사람들입니다. 여태껏 다른 생각을 가지고 다른 삶을 산 전혀 다른 사람들이지요. 그런 사람들이 모여서 사실 함께 한마음으로 일하는 것은 기적에 가깝습니다. 열 명의 사람이 있다면 열개의 마음이 있기 때문이지요. 서로를 생각하지 않으면 마음이 나뉠 수밖에 없는 것은 당연합니다.
같은 사건과 같은 일을 함께 처리하지만 의견이 다르고 생각이 다른 것은 틀린 것이 아니라 서로 조율하는 과정임을 잊어서는 안 되겠습니다. 서로가 지식의 저주에 걸리지 않고 상대방과 함께 하는 자세가 필요한 것 같습니다. 선생님들과 의견 충돌이 있어서 푸념 한번 해보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