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대표적으로 말을 전하지 않는 사람입니다. 어떤 말을 들어도 그 이야기를 다른 사람에게 전하는 경우가 없습니다. 기본적으로 말을 옮기는 것의 폐해를 잘 알고 있고 그로 인해 발생한 주변의 무수한 문제들을 직접 경험했었기 때문에 저는 말 옮기는 것을 싫어하고 말을 전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제가 말을 옮기지 않는 가장 궁극적인 이유는 들었던 말을 다 잊어버리기 때문입니다. 오늘 들었던 동료의 뒷담화, 학교의 크고 작은 문제들, 학생들의 말 못 할 고민들. 전부 기억이 나지 않습니다.
그렇다고 전혀 기억이 안나다면 건망증이나 치매겠지만 가끔은 의심스러울 정도로 기억을 못 할 때가 있습니다. 막상 다시 한번 이야기를 듣거나 혹은 기억을 더듬어야 그제야 생각이 나기도 합니다. 언젠가는 선생님들과의 이야기를 너무 까먹어서 같은 질문을 반복하니 메모장에 대화내용을 적어보기도 했습니다. 너무 이상해서 그만두었지만요.
한편으로는 상대방을 너무 배려하지 못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정작 이야기를 나누었음에도 저는 막상 기억을 못 하니까요. 그래서 죄송한 마음을 표하지만 대부분은 제 성향을 알고 오히려 자신들의 이야기를 더 많이 저에게 들려줍니다. 좋은 일, 안 좋은 일, 나쁜 일, 기쁜 일 등 말이죠. 다른 곳에 이야기가 전달될 가능성이 없으니 편안하게 이야기를 하는 것 같습니다.
오늘도 그러했습니다. 학생 이야기를 하고 싶었던 선생님께서 미주알고주알 저에게 이런저런 상황들을 성토하셨습니다. 묵묵히 들어드리고 동의해 드리니 뭔가 스스로 해결한듯한 모습을 하시고서는 자리를 정리하셨습니다.
때로는 잊어버리는 제가 아쉽기도 하지만 대부분은 좋은 것 같습니다. 말이란 게 그런 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