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으르고 싶어서 부지런합니다.

by 이소망

저는 원래 계획성이 없습니다. 즉흥적으로 일을 처리하는 경우가 많고 또 임기응변에 강하다고 생각하다 보니 오히려 돌발상황에서 더 좋은 결과를 얻어내기도 합니다. 일을 미루고 한 번에 처리하는 경향이 강하며 데드라인은 꼭 지키지만 그전에 일을 끝내는 경우는 별로 없었습니다.

학교는 12월이 되면 학년을 마무리하게 됩니다. 출결정리부터 시작해서 성적처리, 업무보고, 반편성, 교육과정협의, 각종시상, 사정회 그리고 대망의 생기부까지 아주 다양한 행사들과 업무들이 선생님들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모든 것이 끝나면 2차 3차에 걸쳐 검토를 해야 하기도 하지요. 이런 바쁜 시간들을 저는 즉흥적으로, 그때그때, 계획성 없이 처리하곤 했습니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계획적인 사람이 되었습니다. 데드라인을 검토하고 계획을 세우고 단계별로 할 일을 나누고 미리미리 점검하며 일을 처리하고 있는 저를 발견했습니다. 참 부지런한 사람이 되었습니다. 교무실에서 어느샌가 일처리를 빨리하는 사람이 되어버린 것이지요.

생각해 보니 제가 부지런한 사람이 되고 싶었던 것은 분명 아닙니다. 저는 누구보다 게으르고 싶은 사람이었으니까요. 하지만 게으르기 위해선 미리 할 일을 해야 된다는 사실을 깨달아버렸습니다. 오늘의 게으름이 내일의 바쁨이 되고 오늘의 부지런함이 내일의 게으름이 될 수 있다는 것이죠.

벌써 평가를 끝냈고 생기부도 슬슬 쓰기 시작했으며 업무 보고도 마무리 중에 있습니다. 선생님들과 함께 해야 하는 반편성, 사정회는 준비를 해두었고 나머지들도 차근차근해나가고 있습니다.

벌써 12월이 10일이 지났습니다. 올해가 끝나가고 있습니다. 이번 학기는 정말 여유롭게 마무리할 수 있도록 부지런을 떨어봐야겠습니다. 여러분도 새해에 세웠던 계획을 다시 한번 생각해 보시면서 올해 잘 마무리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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