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생활기록부

by 이소망

학생생활기록부를 아십니까? 물론 모르실 리가 없습니다. 학교를 다녔다면 누구든지 가지고 있는 것이니까요. 시대가 바뀌어 그 형식과 내용이 바뀌었을지언정 학생이라면 모두 기록되어 남아있는 것이 이 학생생활기록부입니다.

학생이 학교생활을 어떻게 했는지 전반적으로 보여주는 이 공문서는 고등학생에게 매우 중요한 물건입니다. 왜냐하면 대학교 입시에서 필요한 핵심 요소이기 때문입니다. 이 학생생활기록부에 학생의 인적, 학적, 성적, 생활 모든 것이 담겨있습니다. 그리고 그것을 기록하는 것은 학생을 담당했던 선생님들이지요. 그래서 지금 이맘때쯤 선생님들은 골머리를 싸매가며 학생생활기록부와 씨름을 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저 또한 그렇습니다.


학생생활기록부는 많은 부분으로 나누어져 있지만 선생님들이 기록해야 하는 것은 자율활동, 진로활동, 교과세부능력사항, 행동특성 및 종합의견, 동아리활동, 봉사활동 특기사항 등등입니다. 각 영역당 1500바이트가 기록할 수 있는 최대입니다. 700자에서 800자 정도 됩니다. 학생의 입시를 위해서는 가득 채워주는 것이 좋기 때문에 선생님들은 열심히 글을 쓰십니다. 이번에 제가 맡은 학생들은 170명 정도 되니까 꽤 많은 글쓰기를 진행해야 합니다. 매년 학년을 시작할 때마다 하는 다짐은 '올해는 미리미리 생활기록부를 쓰겠다!'지만 매번 지켜지지 않아 이렇게 학년말에 고생을 하고 있는 것이겠지요.


학생생활기록부의 여러 가지 원칙 중 하나가 있습니다.


'부정적인 면을 서술하지 말라'


학교생활이 좋지 않은 학생이라도 부정적으로 적지 말고 발전 가능성을 중점적으로 적으라는 지침이 있습니다. 사실 저는 잘 이해가 되지 않습니다. 그러면 결국 거짓말을 하라는 말처럼 들리거든요.

저희 반 학생이 있습니다. 남학생으로 공부를 나름 잘하는 학생입니다. 하지만 여학생들과 다툼이 잦습니다. 분명 나쁜 학생은 아닌데 많이 까칠하기에 여학생들이 종종 와서 하소연을 하곤 했습니다. 너무 싫다고. 상담도 많이 했었는데 잘 나아지지 못하고 학년을 마무리할 것 같습니다. 그러다 보니 이 학생 교우관계에 대해 쓸 내용이 없습니다. 밝은 성격, 착한 성품, 좋은 언행 등을 쓰는 것은 거짓말이고 나쁜 말을 쓰지도 못하지만 부정적으로 쓸 만큼 나쁜 학생은 아니니까요. 그래서 지금 두 시간째 고민 중입니다. 평소 학생을 잘 관찰하지 못한 제 잘못을 탓하며 컴퓨터 모니터를 응시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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