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를 먹어간다.

by 이소망

고등학교 친구들을 오랜만에 만났습니다. 각자의 자리에서 잘 지내고 있는 모습을 확인하고 대화를 나눕니다. 과거와 현재, 미래를 오가는 대화를 나눕니다. 주제도 다양합니다. 건강, 자녀, 결혼, 부부생활, 사회, 정치, 종교, 경제 등 대화의 소재는 끊이질 않습니다.

그러다가 친구들 이야기가 나왔습니다. 잘 지내고 있는 친구들. 잘 못 지내고 있는 친구들. 연락이 닿는 친구들. 그리고 이제 연락이 끊긴 친구들의 이야기까지. 한 녀석은 동창 모임에서 대뜸 이제는 자신과 가족을 돌보겠다며 탈퇴를 선언하고 의절했다는 이야기도 들었습니다. 나이가 들긴 했나 봅니다.


오늘은 서울로 친구들을 만나러 다녀왔습니다. 한 시간 반 차를 몰고 서울로 향하면서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지난번도 내가. 지지난 번도 내가. 이번에도 내가. 왜 나만 움직이지? 뭔가 기분이 별론데.'


친구들을 만나서 저녁을 먹고 또 사는 이야기를 나누니 사업으로 바쁜 친구. 마음의 여유가 없는 친구. 가족의 불화로 마음이 힘든 친구. 다들 쉽지 않은 인생살이를 보내고 있었습니다. 가만히 이야기를 듣고 있자니 결국 그나마 기운이 있는 내가, 움직이고 고생하고 밥을 사는 것이 맞았습니다.


집으로 돌아오는 차에서 나이 먹는 것에 대해 생각했습니다.


'나이를 먹되 여유까지 먹어버리지는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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