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런치북 종례 05화

공부하기 전에 가장 먼저 알아야 할 것

by 이소망

교과서가 공부의 기본이라고 말씀드렸습니다. 어떤 공부든 교과서에 해당하는 기본서를 읽어야지 공부를 시작할 수 있습니다. 먼저 교과서를 읽고 이해한 후 기초를 쌓고 그와 관련된 문제를 풀면서 자신이 잘 이해하고 있고 내용을 습득했는지 확인해 보는 것이 바로 공부의 원리입니다. 그러니 공부는 이런 공식이 성립됩니다.

읽기-이해-확인-점검-읽기


위 공식에서 확인을 다른 말로 시험이라고 부릅니다. 내가 공부(읽기)한 후(이해) 시험(확인)을 봤는데 점수가 잘 나오지 않았다면(점검) 아직 내가 공부한 내용을 다 이해하지 못한 것이므로 다시 기본 내용을 보면서(읽기) 복습하고 점수가 잘 나왔다면 해당 내용을 알았다고 판단되니 다음 수준으로(읽기) 올라가는 것입니다. 이렇게 차근차근 천천히 주어진 길을 밟아가는 것이 공부를 해나가는 것입니다.

어렵지 않죠? 어렵다고요? 무엇이 어려울까요? 질문을 할 때는 정확히 해줘야 합니다. 여러분이 자주 하시는 공부 관련 실수 혹은 잘못을 알려드려야겠습니다. 제 담당 과목이 무엇일까요? 저는 역사를 가르치고 있습니다. 제 수업을 들어본 사람은 알겠지만 제 수업이 생각보다 나쁘지 않습니다. 수업이 나름 재밌죠. 역사는 외울게 많다고 해서 많은 학생들이 졸기도 하고 싫어하기도 하지만 기본적으로 역사는 재밌고 흥미로운 이야기가 넘치기 때문에 학생들은 신기하면서 재밌게 수업을 듣는 편입니다. 제가 수업 중간중간에 학생들에게 꼭 질문하는 게 있습니다. '이해가 되니?' '알겠지?' '잘 따라오고 있지?' 이렇게 정말 자주 물어봅니다. 그럴 때마다 학생들은 "예. 알겠어요"라고 대답을 하지만 저는 알고 있습니다. 수업을 마치는 종이치고 학생들이 앞문과 뒷문을 열고 나가는 순간 방금 배웠던 대부분의 것들을 까먹을 것이라는 것을 말이죠. 하지만 학생들은 오늘 배웠던 내용들을 자신이 잘 알고 있다고 착각하곤 합니다. 아니 사실은 대부분 모르는데 알고 있다고 철석같이 믿고 있습니다. 이 불편한 진실을 먼저 알아야 합니다. 우리는 수업을 들었지만 잘 모른다는 사실 말입니다.

공부하기에 앞서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여러분이 알고 있는 것이 무엇이고 모르는 것이 무엇인지 아는 것입니다. 이것이 공부를 공부하는 데 있어서 가장 처음 배워야 하는 일입니다. 중요한 말이니까 한번 더 강조하자면 여러분은 여러분이 무엇을 알고 무엇을 모르는지 알아야 합니다. 이것을 전문 용어로 메타인지라고 합니다. 최근 교육계에서 매우 중요한 개념이기도 하고 유행처럼 자주 등장하는 말입니다. 교육방송인 EBS에서 이 메타인지와 관련된 실험을 진행한 적이 있었습니다. 전국에서 정말로 공부를 잘하는 학생들인 전국 수능 모의고사 0.1%의 학생들과 수능 모의고사 50%의 중위권 학생들을 모아놓고 이 두 집단에게는 과연 어떤 차이가 있는지 알아보는 실험이었습니다. 두 집단의 학생들에게 낱말카드를 30장씩 나눠주고 한 시간 동안 외우게 한 다음에 얼마나 많은 것을 외웠는지 시험을 보는 실험을 진행했습니다. 그리고 그 결과를 통해 공부 잘하는 학생들과 공부를 적당히 하는 학생들의 차이점을 알아보려고 했던 것이지요. 어떤 결과가 나왔을까요? 당연히 공부를 잘하는 학생집단이 더 많은 단어를 외워 좋은 점수를 받았을 것으로 예측을 하시겠지만 결과는 예상밖이었습니다. 두 집단의 시험결과에는 큰 차이점이 없었습니다. 공부 잘하는 학생 집단에도 공부를 적당히 하는 학생 집단에도 만점자가 있었고 5개를 맞은 학생도 있었고 시험 점수의 평균도 의미가 없을 정도로 차이가 나지 않았습니다. 그렇다면 우리는 이 결과를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요? 시험 평균점수에 차이가 없고 그에 따라 암기능력에도 차이가 존재하지 않는다면 공부 잘하는 학생들과 중간인 학생들은 어떤 다른 차이를 가지고 있는 것일까요. 과연 공부 잘하는 학생들은 무엇이 다른 것일까요? 그 차이는 시험의 결과가 아니라 시험을 보기 전에 했던 설문조사에서 나타났다고 합니다. 두 집단의 학생들 모두 한 시간씩의 공부할 시간을 준 뒤 간단한 설문조사를 하고 시험을 봤는데 그 설문조사의 내용은 다음과 같았습니다.


이번 시험 자신의 예상 점수를 적어주세요.


여기서 차이가 발생했습니다. 공부를 잘하는 학생들은 자신이 생각한 예상점수와 실제점수가 똑같거나 비슷했던 결과를 보여주었습니다. 30점을 맞을 것 같다고 한 학생은 30점을 맞았고 20점을 맞을 것 같다고 한 학생은 20점을 맞았으며 10점을 맞을 것 같다고 한 학생은 10점을 맞았습니다. 그런데 반대로 공부를 적당히 하는 학생들은 자신이 생각한 예상점수와 실제점수받은 점수에서 너무 다른 결과를 보여주었습니다. 30점을 맞을 것 같다고 예상했는데 10점을 맞고 10점을 맞을 것 같다고 적었는데 30점을 맞는 결과가 나왔습니다. 여기서 공부 잘하는 학생들과 공부를 적당히 하는 학생들의 차이를 우리는 발견할 수 있습니다. 자신이 무엇을 알고 있는지 무엇을 모르고 있는지 명확하게 알고 있는 힘. 앞서 말한 메타인지입니다. 공부를 잘하는 학생들은 메타인지 점수가 높았던 것이죠. 자기 자신을 잘 알고 있었습니다. 여기에서 여러분의 공부가 시작되어야 합니다. 사실 당연한 이야기라고 볼 수 있습니다. 우리는 1+1=2를 다시 공부하지 않습니다. 1+1이 2라는 사실을 복습하지도 않고 예습도 안 합니다. 왜냐하면 우리가 너무 잘 알고 있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알고 있는 것을 공부하는 사람은 없죠. 결국 우리가 공부해야 하는 것은 우리가 모르고 있는 것인데 자신이 무엇을 모르고 있는지 모른다면 공부 자체를 할 수가 없다는 것이지요. 그렇기 때문에 여러분이 공부할 때 제일 먼저 알아야 하는 것은 내가 지금 무엇을 알고 있는가. 무엇을 모르는가를 알아야 합니다. 이것은 처음에 이야기했던 것처럼 여러분 자신에 대한 공부와도 관련이 있습니다. 제가 생각할 땐 여러분은 여러분 자신을 잘 모르고 있습니다. 국어, 영어, 수학, 과학 등 학교공부를 알아야 되는 것처럼 여러분 자신을 잘 알아야 합니다.

메타인지와 관련해서 한 가지 더 예를 들어드리겠습니다. 저의 스승님의 지인 이야기를 들려드릴 수 있겠습니다. 그 지인분은 정말 공부를 잘하시는 분이었는데 성적이 전국 10위권 안에 드시는 분이었다고 합니다. 그분이 고등학교 때 수능을 준비하시면서 아주 어려운 최고 난도 수학 문제집을 2만 원을 주고 구매해서 일주일 동안 푸셨다고 해요. 점수가 얼마나 나왔을까요? 최고 난도였음에도 100점을 맞았으셨던 겁니다. 그 어려운 난이도의 문제를 하나도 안 틀리고 다 맞았으면 기분이 어땠을까요? 당연히 좋았겠죠. 부모님이나 친구들에게 자랑도 하고 말입니다. 그런데 이 지인분은 너무 화가 나서 문제집을 찢어버리고 불태워버리셨다고 합니다. 이해가 안 되죠? 우리가 같으면 백점 맞아서 너무 좋았을 텐데 말입니다. 왜 이 분은 화가 나셨을까요? 왜냐하면 자신의 2만 원과 일주일의 시간을 낭비했기 때문입니다. 우리가 문제집을 푸는 이유가 뭐였죠? 아까 말씀드린 공식. 읽기-이해-확인-점검. 문제집을 푸는 이유는 확인하기 위해서입니다. 무엇을 확인할까요? 내가 무엇을 알고 무엇을 모르는지 확인하는 거라고 할 수 있습니다. 계속 말씀드렸듯이 공부는 모르는 것을 알아가는 것입니다. 이 지인분은 자신이 아는 것들을 다시 풀었을 뿐입니다. 2만 원이라는 돈과 일주일의 시간을 써가면서 말이죠. 자신이 모르는 것을 찾기 위해 문제집을 사서 풀었는데 정작 모르는 것을 찾지 못해서 화가 나셨던 겁니다. 메타인지. 자신이 아는지 모르는지 아는 것. 먼저 그것을 알아야 합니다. 그때가 비로소 모르는 것을 알아갈 수 있는 시작점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여러분에게 시험이 중요한 겁니다. 여러분이 모르는 것을 확인시켜 주는 것이 시험이니까 말이죠. 여러분이 오해하고 있는 것 중 하나가 시험의 목적입니다. 시험의 목적은 점수 매겨서 학생들을 평가하고 1등부터 꼴찌까지 줄을 세우는 것이 아닙니다. 여러분 개개인이 자신이 지금까지 배웠던 내용을 잘 이해했나 스스로 점검하고 확인하는 기회를 주는 것입니다. 그래야 자신이 모르는 것을 알고 보완할 수 있는 기회를 주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우리들은 어떻게 합니까? 국어 시험 끝나면 채점하고 망했어! 영어 시험 끝나면 채점하고 망했어!! 수학 시험 끝나면 채점하고 망했어!!! 하고선 다시는 시험지를 보지 않습니다. 선생님들이 오답노트를 쓰라고 하면 힘들다고 쓰지 않죠. 원래는 시험이 끝난 뒤 누가 시키지 않아도 스스로 오답노트를 써야 합니다. 아. 내가 이걸 몰랐구나 이건 이렇게 푸는 거였구나 하면서 알아가는 게 오답노트입니다. 저번에 이야기한 탑 기억하시죠? 초등학교 1학년 때 탑을 쌓고 그 위에 초등학교 2학년 탑을 올린다고 했습니다. 자신의 학년에서 제대로 탑을 쌓지 않으면 다음 학년이 되어서 탑을 제대로 쌓을 수가 없습니다. 만약에 여러분이 중학교 3학년인데 중학교 2학년 수학을 100점 못 맞는다면 다시 중학교 2학년 수학을 공부해야 합니다. 샘 저는 초등학교 6학년 것도 100점을 못 맞는데요?라고 한다면 어디로 가야 될까요? 초등학교 6학년으로 가야 합니다. 진짜 학교를 가란 소리가 아니고 초등학교 6학년 문제집을 풀어서 100점을 맞을 때까지 6학년 부분을 공부한 다음에 그다음 레벨의 것을 공부해야 된다는 말씀입니다. 자신이 덧셈뺄셈도 안되는데 어떻게 그보다 어려운 방정식이나 미적분을 알 수 있겠습니까. 그렇기 때문에 자신이 현재 어디 수준에 있는지. 무엇을 알고 모르는지 아는 것이 먼저입니다. 꼭 기억하세요. 공부를 공부하기. 제일 첫 번째. 내가 아는 것과 모르는 것을 알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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