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례에 대한 단상

by 이소망

한국에서 학생들을 가르칠 때, 저는 종례가 길기로 소문난 교사였습니다. 하루의 배움을 마무리하며 단정한 모습과 차분한 마음으로 아이들을 집으로 돌려보내고 싶었습니다. 당부의 말씀도, 내일을 향한 조언도 아끼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학생들은 끝없이 이어지는 저의 종례에 지쳐했고, 다른 반 친구들 역시 우리 반 아이들을 하염없이 기다려야 하는 상황에 적잖은 불만을 품고 있었습니다.


중국에서는 종례가 거의 존재하지 않습니다. 학생들이 스쿨버스로 하교하기 때문에 정해진 시간에 맞춰 아이들을 보내야만 합니다. 버스를 놓치면 집에 갈 방도가 없기 때문입니다. 전하고 싶은 말이 있어도 삼키고, 서둘러 종례를 마친 뒤 아이들을 배웅합니다. 마지막 교시가 이동 수업일 경우에는 학생들이 교실로 돌아오기 어렵기에 종례 없이 하루를 마감하기도 합니다. 이동 수업이 많은 탓에 일주일에 제대로 된 종례는 겨우 한두 번에 불과할 때가 많습니다.


그래서 저는 그 단 한 번의 종례를 더욱 소중히 여겼습니다. 빨리 집에 가고 싶어 안달하는 아이들을 잠시 붙들고, 얼굴을 마주 보며 인사를 건네는 시간. 사소해 보이지만 저에게는 더없이 귀한 순간이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그 한 번의 종례마저 사라졌습니다. 갑작스러운 회의로 종례 시간에 늦었고, 아이들은 선생님이 오지 않는다며 제각각 흩어져 집으로 향했습니다. 허둥지둥 교실로 달려갔을 때, 이미 교실은 텅 비어 있었습니다. 반장이 종례가 있다고 아이들에게 알렸지만, 학생들은 그대로 하교해버린 것이었습니다.


집으로 돌아와 복잡한 심경에 휩싸였습니다. 학생들이 담임을 무시한 것 같아 화가 치밀기도 했고, 한편으로는 종례가 꼭 필요하지 않다는 생각도 뒤를 이었습니다. 다음 날 학생들에게 무슨 말을 건네야 할까. 어떤 이야기를 들려주어야 할까. 밤새 고민했지만 끝내 답을 찾지 못했고, 결국 조회 시간에 별다른 말 없이 교실을 나왔습니다.


아직 갈길이 멉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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