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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소망 Apr 29. 2019

자식농사

흔히 자녀양육을 농사에 비유하곤 한다. 밭을 갈고 씨를 뿌리고 물주고 잡초 뽑으며 식물을 키우는 것이 아이들을 키우는 것과 닮았기 때문인가 보다. 다른 점이 있다면 일반적인 농사는 일년 농사를 마친 뒤 다음 농사가 기다리고 있지만 자식 농사는 다음 농사가 없다는 사실일게다.

아이들을 보면 항상 후회하는 나 자신을 발견한다. 어릴적 이렇게 말해줄걸. 저렇게 행동할걸. 그 때 화를 내지 말걸. 많은 후회가 밀려오고 지금도 후회를 한다. 그리고선 마음을 다잡는다. 집에 가서 아이들을 만나면 칭찬의 말을 해줘야지. 화를 내고 지적하기 보다 사랑하고 이해해줘야지. 그런데 막상 아이들을 만나면 고쳐야할 것들이 먼저 보이고 그러면 또 잔소리. 아이들을 재우고 혼자서 또다시 후회하곤 한다. 그렇게 자식 농사를 망쳐간다는 생각에 걱정이 앞선다.

애덤 그랜트는 그의 책 <오리지널스>에서 "자녀들을 훈육하는 동시에 성품을 칭찬해 주면 가장 바람직한 도덕적 판단을 내리게 된다."라고 이야기했다. 심리학자 테레사 애머빌은 자녀들이 지켜야 하는 규칙은 한 가지도 되지 않고 "구체적인 규칙보다는 도덕적 가치를 강조하라."고 말했다. 자녀 교육에 있어 좋은 구절이나 명언을 만나면 일단 적고 본다. 그리고 집에 가서 써먹어야겠다고 다짐한다. 아이들을 훈육할 때 성품을 칭찬해주기도 하고 도덕적 가치를 강조하며 행동으로 인해 파생될 결과에 대해 설명도 차근차근 해준다. 그럼에도 농부가 부족하다는 생각은 지울 수가 없다.


어머니께서 아이들이 말을 안듣는다고 하셨다. 너무 아이들이 말을 안들어서 한번 물어보셨단다.

 "집에서는 호랑이가 있어서 말을 잘 듣고 할머니 집에는 없으니 말을 안듣는거냐?"

 그러자 아이들의 대답.

 "아니예요. 집에는 호랑이도 있고 용도 있어요."

 "누가 호랑이고 누가 용이냐?"

 "엄마가 호랑이고 아빠가 용이예요."

 "그럼 할머니랑 할아버지는?"

 "할머니는 양이고 할아버지는....... 기린?"


 이 이야기를 듣고 웃음이 나는 것은 어쩔 수 없었지만 끝맛은 좀 썼다. 엄마는 호랑이 아빠는 용이면 아이들은 항상 무서운 우리에서 벌벌 떨고 사는 것은 아닐지... 매번 칭찬과 격려를 해주겠다고 다짐하지만 혼내는 것으로 끝내는 나의 농사는 아닌지 또 다시 반성을 해보았다.

오늘은 더 많이 웃고 더 많이 사랑하리라. 칭찬하고 격려하며 자식 농사를 잘 지어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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