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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소망 Apr 03. 2019

애국자

4명의 아이를 키우면서 가장 많이 듣는 말은 '얼마나 힘드냐.' '돈이 많이 들겠다.'가 아니라 '애국자'라는 말이다. 특히나 밖에 나갔을 때 어르신들이 우리 가족을 보시고 빠지지 않고 하는 말이 바로 이 말이다. 


나라를 사랑하는 사람이라고 하는데 싫어할 이유는 없겠지만 특별히 기분이 좋은 말도 아니다. 나와 아내는 나를 사랑하기 때문에 아이를 많이 낳은 것이 아니기 때문에 굳이 저 말을 듣고 싶지는 않다. 애국자라는 말을 계속 듣고 있으면 자연스레 '내가 애국자인데 국가가 나에게 해준게 무어냐?'라는 질문이 뒤따라 온다. 마치 내가 애국자이기 때문에 국가에서 무엇인가를 해주길 바라는 마음이 싹튼다. 


흔히 초등학교 사회시간에 배우는 국가의 삼요소. 국민, 국토, 주권. 현재는 그 국민이 위협받고 있다고들 한다. 전세계에서 출산율 독보적인 최하위에 국가는 아이 낳을 것을 권장하지만 되려 사람들은 어떻게 아이를 낳냐고 반문하곤 한다. 국가의 마음도 이해가 가고 사람들의 아우성도 틀린 말은 아니다. 


근데 아이라고 하는 것이 나라를 위해 존재해야 하고 꼭 나라에서 돌봐주고 혜택을 줘야만 낳아하는 것이었나? 그냥 아이는 아이 그대로 이쁘고 좋고 행복한 존재가 아니었던가? 국가 운영에 이바지하고 인구를 늘리기 위해 아이 낳기를 강요하고 돈없다고 성토하며 아이 낳기를 거부하는 모습을 보고 있으니 아이를 온전히 아이로 보고 있는 사회인가 걱정이 앞선다.


초등학교 시절 즐겨 불렀던 노래가 있다.

 "세상이 이렇게 밝은 것은 즐거운 노래로 가득찬 것은 집집마다 어린 해가 자라고 있어서다 그 해가 노래이기 때문이다. 어른들은 모를 거야 아이들이 해인 것을 하지만 금방이라도 알 수 있지 알 수 있어."

이 동요를 부르던 시절. 세상이 참 밝았다고 추억하고 있다. 즐거운 노래로 가득찼고 집집마다 어린 해가 자라고 있었다고 기억하고 있다.

20년이란 시간이 지난 지금. 네 명을 키우는 지금도 그렇게 느끼고 있다. 작게나마 세상이 밝고 즐거운 노래로 가득찼다고. 그것은 현재 내가 애국자이어서도 아니고 아이들 때문에 받게 되는 작은 혜택 때문도 아니다.

우리 아이들이 곧 노래고 아이들이 해이며 아이들 자체가 행복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우리 집이. 그리고 세상이 아직 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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