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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소망 Mar 28. 2019

좋은 아빠는 어떤 아빠인가?

지금으로부터 약 15년 전. 그러니까 군대를 제대하고 대학교에 복학한 시절. 많은 전공과 교양 수업을 들었지만 부끄럽게도 기억에 남는 수업은 많이 없다. 그 기억 나는 수업 중 하나를 꼽으라면 교육 심리 수업을 꼽고 싶다. 사실 이 수업도 여느 수업과 다르지 않았지만 첫수업만은 기억이 난다.


교수님은 처음수업에 들어와 학생들을 향해 이런 질문을 했다.


'1등 아빠는 어떤 아빠일까요?'


당시 첫째가 태어났던 나는 이 질문에 대한 답변이 매우 궁금하였다.


교수님은 말이 없는 학생들에게 답을 가르쳐주셨다.


'만약 닭을 아이에게 설명할 때 3등 아빠는 닭.이라고 설명해주고

2등 아빠는 꼬꼬댁.이라고 설명해 줍니다.'


나는 '눈높이에 맞게 아이를 대하는 것이 2등 아빠구나.'라고 수긍하며 다음의 1등 아빠를 기다렸다. 

하지만 교수님은 나의 기대와는 달리 저렇게 설명을 끝내고는 학생들을 한번 훑더니 이내 수업을 시작하셨다. 나는 수업이 끝날 때 1등 아빠에 대해 말씀해주시려나보다 기다렸다. 2시간의 강의를 마치고 교수님은 과제에 대한 짧막한 설명을 남긴채 강의실을 빠져나가셨다. 결국 나는 1등 아빠에 대해 알아내지 못했다.


그렇게 일주일 동안 나는 1등 아빠에 대해 생각했다. 1등 아빠는 닭을 어떻게 설명했을까. 꼬꼬댁이라는 눈높이로는 부족할테니 직접 닭을 보여주었을까? 아니면 닭의 일생과 닭요리에 대해 심도있게 설명해주었을까? 그것도 아니라면 계란이 먼저일까 닭이 먼저일까부터 시작되는 철학적 이야기를 나누었을까? 교육 심리 시간이니 교육과 관련하여 아이의 심리를 파악하는 것이 먼저일까?


그렇게 답이 없는 질문에 답변을 달아가며 일주일 보냈다. 그리고 다시 교육 심리 수업이 되었다.

나는 이번에야말로 1등 아빠의 정체에 대해 말씀해주실 교수님을 기대했지만 교수님은 강의실에 들어오셔서 책을 내려놓으시고 출석을 부르고 지난 시간 배운 내용을 복기함으로 수업을 시작하셨다. 나는 참을 수가 없어서 손을 들고 질문했다.


'교수님. 저번 시간에 1등 아빠에 대해 이야기해주지 않으셨습니다. 1등 아빠는 어떤 사람인가요?'


교수님은 약간 어이가 없는 눈빛과 표정으로 나를 몇초간 바라보셨다. 그 사이 수업을 듣던 학생들도 나를 쳐다보았다. 몇초간의 정적이 흐른뒤 교수님이 말씀하셨다.


'학생. 왜 그걸 이제야 질문합니까. 지난 시간에 질문했어야지. 1등 아빠는 바로 지금처럼 묻는 아빠가 1등 아빠입니다.'


그리고는 다시 수업은 계속 되었다. 이후의 수업은 이제와서 기억이 나지 않는다. 오직 1등 아빠가 누구인가에 대한 기억 뿐이다.


나는 그렇게 1등 아빠에 대한 정체를 알아냈다. 1등 아빠는 계속해서 자신이 좋은 아빠인지 고민하고 또 고민하는 아빠였다. 그렇게 15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나는 스스로 묻고 있다.



나는 지금 내 아이들에게 좋은 아빠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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