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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소망 Oct 20. 2023

chatGTP야. 개소리 하지마.

"보이는 대상이나 음향, 목소리 따위가 균형과 조화를 이루어 눈과 귀에 즐거움과 만족을 줄 만하다." 

아름답다의 사전적 정의입니다. 사람이 할 수 있는 최상위의 칭찬이 '아름답다'라는 표현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멋지지 않습니까? 보이는 대상이 즐거움과 만족을 줄 만하다니...

'아름답다'라는 말은 '아름'과 '답다'의 합성어입니다. '-답다'는 '성질이나 특성이 있음'의 뜻을 만들어줍니다. 명사 뒤어 붙어서 형용사를 만드는 접미사 역할을 해줍니다. 남자답다/너답다/정답다/사람답다/선생님답다와 같은 말을 만들 수 있죠. 갑자기 왜 국어 공부냐고요? 아름답다라는 본래 의미를 찾기 위해서 입니다. 

그렇다면 '아름'은 무슨 뜻일까요? '아름답다는 아름의 성질이나 특성이 있다.'라는 뜻입니다. 결국 '아름'의 성질과 특성이 눈과 귀에 즐거움과 만족을 줄 만하다는 의미가 되는 것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아름'이라고 하는 단어가 중요하죠. 

15세기 세종대왕의 명령으로 그의 아들이었던 수양대군이 석가모니의 일대기와 주요 설법을 한글로 번역하여 편찬한 최초의 책이 있습니다. 바로 석보상절입니다. 여기에서 나를 '아름'으로 표현하는 구절이 나옵니다. 즉, 나답다. 내가 나다울 때. 아름다울 수 있다는 것이지요. 내가 나 다울 때 아름답고, 내 가치관에 부합될 때 아름답고, 내 마음에 드는 것은 아름답습니다. 그러니 나 다움을 찾아봅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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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짓말입니다.


이렇게 어느 예능프로그램에서 '아름답다'를 소개했고 그 내용이 인터넷으로 복사되어 어느샌가 많은 사람들이 '아름답다'를 '나답다'라고 인식하고 있습니다. 너무 좋은 내용이지만 사실은 잘못된 정보입니다. 석보상절에 '아름'을 '나'로 해석하거나 표현한 부분은 존재하지 않습니다. 출처를 찾아보려고 했는데 결국 찾아내지 못했습니다. 결국 거짓된 이야기란 말이지요.


예전 학생들과 미국 독립전쟁에 대해 수업할 때였습니다. 학생들이 주제를 가지고 발표하는 시간이었는데 한 학생이 '보스턴 차 사건'에 대해 조사하여 발표를 하였습니다. 보스턴 차사건은 1773년 영국의 식민지였던 미국사람들이 차 수입을 반대하여 보스턴 항에 정박해있던 영국배를 습격, 싣고 있던 차를 바다에 던져버린 사건입니다. 이로 인해 미국의 독립 전쟁은 촉발 됩니다. 여기서 바다로 던져버린 차는 당연히 마시는 차입니다. 이 보스턴 차사건을 준비한 학생은 그림을 보여주며 사건에 대해 열심히 발표를 하고 있었는데 보여준 그림을 보니 미국 사람들이 배에서 던지고 있는 차는 마시는 차가 아니라 자동차였습니다. 처음에는 발표에 재미를 더하기 위해 준비한 그림이라고 생각했었는데 그게 아니었습니다. 발표를 듣던 친구가 질문을 했습니다. '저 당시에도 자동차가 있었나요?' '네. 영국은 세계 최강국이었으니까요.' 차를 자동차로 믿고 준비한 헤프닝이었습니다. 발표가 끝나고 잘못된 정보를 정정해준 뒤 발표자에게 물어보니 인터넷에 있는 자료를 가져다가 썼다고 하더라고요. 잘못된 정보를 여과없이 받아들인 결과였습니다.


인공지능의 발달로 chatGPT가 학교와 수업에도 영향을 주고 있는 요즘입니다. 학생들에게 글쓰기 과제를 내주거나 수행평가 문제를 알려주면 몇몇 학생들은 chatGPT에게 대신 과제를 수행하도록 하는 부정행위를 저지르기도 합니다.(일명 챗조교라고 하더라고요.) 물론 숙제를 오로지 chatGPT에게 맞기는 것은 올바르지 않은 행동이지만 발전하고 있는 인공지능을 사용하지 말라고 하는 것도 올바르지 않은 교육이란 생각이 듭니다. 이젠 좋은 도구들을 잘 사용하는 법을 가르쳐줘야겠지요.


챗조교에게 이런 질문을 해보았습니다. '태조와 광종의 정책에 대해 알려줘'


이런 답변을 주었습니다. '태조(太祖)인 이성계와 광종(光宗)인 이황이 실시했던 정책 중에서 대표적인 3가지는 다음과 같습니다.' 


당연히 이어지는 내용들도 엉터리 자료들이었습니다. 제가 한마디했죠. '개소리하지마'


챗조교는 저에게 미안하다고 사과했습니다. '죄송합니다. 제가 부적절한 정보를 제공한 것 같습니다. 원하시는 내용에 맞게 정확한 답변을 제공하지 못한 점을 사과드립니다. '


학생 여러분. 챗조교를 너무 믿지 마세요. 어쩌면 보스턴에서 던져버린 차가 자동차라는 정보를 여러분에게 줄 수도 있습니다. 앞서 말씀드렸던 '아름답다'라는 어원의 출처처럼 우리는 어떤 정보를 수용할 때 검증이 필요합니다. 무분별한 정보수용은 진실을 가리고 진리에 다가설 수 없게 만드니까요. 여러분이 기본적인 능력이 있어야 챗조교를 잘 활용할 수 있습니다. 껍데기가 되시면 안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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