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숙함에 속아 소중함을 잃지 말자!
출근길 달달한 아이스커피로 힐링을 책임지던 카페를 오늘은 못 본 듯 지나쳤다. 지나쳐야만 했다.
요 근래 한 달 동안 유산균과 비타민을 꼭꼭 챙겨 먹으니 체력이 좋아진 것 같다는 생각이 간간히 들었다.
금요일인 오늘 컨디션이 안 좋더니
미열도 있고 배도 쑤시고 덕분에 입맛도 뚝 떨어졌다.
불금에는 자극적인 음식을 먹으며 일주일의 피로를 푸는
매주 나와의 저녁 약속이 있는데
아쉽게 지키지 못하고 씻고 잠이나 푹 잤다.
토요일이다.
컨디션이 좋은 것 같기도 하고 아닌 것 같기도 하고
긴가민가하며 일찍 일어나서 책도 읽고 청소도 하고 카페에서 블로그도 썼다.
카페에서 집으로 돌아가는 중
‘아 내 몸이 아닌데...?’라는 생각이 들었다.
집에 가는 10분 동안 몸이 물먹은 솜 같았다.
다 내팽개치고 누워야겠다는 생각뿐
토요일 일정을 아무것도 못하고 내내 누워만 있었다.
일요일이다.
눈을 뜨니 몸에 힘이 없다.
아무것도 먹지 않았는데 억울하게 화장실은 전보다 5배는 더 많이 간다.
오래 누워있어서 허리는 더럽게 뻐근하고 …
오늘도 글렀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플 동안
제일 억울한 거, 제일 생각나는 건 음식이었다.
시원하고 달달한 커피를 못 마시는 것도,
매운 주꾸미볶음을 못 먹는 것도,
바삭한 치킨을 못 먹는 것도.
3일 첫 끼니를
고작 죽으로 깨작대며 먹고 있는 게 서러웠고
이걸 제일 서럽게 여기는 게 웃겼다.
새삼 내가 이렇게 먹고 싶은 게 많은 사람이었는지를,
얼마나 매 끼니를 맛있고 알차게 먹고 있었는지를 돌아본다.
내가 여태껏 먹었던 자극적인 음식들과
잘 받아준 위와 장에게 정말 고맙다.
출근할 때 사가던 아이스커피
어느 음식에나 자연스럽게 넣어먹던 땡초
모든 일상이 소중하다
일상이 얼마나 소중한 건지 한 번씩 삐끗해 봐야 저리게 느끼니
인간은 참 간사하다.
먹고 싶은 음식을 맘껏 먹을 수 있는 자유도 정말 값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