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화하거나 빼앗기거나
앞서 Fintech startup이 어떻게 전통 금융 기업(Financial Institution)의 시장을 침투하는지 살펴보았지만, 전통기업도 초기에는 Shoe string startup이었을테고, 급격한 성장 후 비지니스가 안정화되어 운영만 잘해도 꾸준히 돈이 벌리는 상태가 되면서 새로운 도전을 받고 있는 중이다. 비지니스에 영원한 승자/패자가 없는 것이고 기술과 시장 환경에 따라 얼마든지 상황은 역전될 수 있다.
그렇다면 Incumbent는 어떻게 이런 도전에 대응할 것인가? 아무렇지 않게 운전을 잘 하고 있는데, 사이드 미러를 보면 여러 조그만 기업들이 뒤에 쫓아오는 것이 보이고, 속도를 좀 내면 몇 곳은 금방 떨어져나가지만, 몇 곳은 끈질기게 쫓아오고 어느 새 나란히 가고 있는 걸 발견하고 그러다 순식간에 추월 당하게 된다. 도대체 뭘 잘 못 했길래 이런 상황이 오도록 두었는가? 전통기업의 Digital transformation만으로 해결이 되는 것일까? 어떻게 하면 더 빨리 도망가서 경쟁할 수 없는 상태로 들어갈 수 있을까? 스타트업의 전략을 읽었다면 그에 대적하는 방법으로 대응 전략을 만들면 되지 않을까?
첫째, 스스로 Unbundling 한 후 고객 중심으로 Rebundling 하는 것. 국내 금융사들은 그 수가 많지만 색깔이 특별히 다른 게 없다. 금융 그룹은 은행/캐피탈/보험/증권 등 M&A를 통해 몸집을 불려왔고, 모으는 것에만 집중해왔지 고객을 위해 무엇을 해왔는지 잘 보이지가 않는다. 그러한 통합 방식을 통한 업사이드는 고객 모집비용을 줄이는 절감효과만 있지, 고객을 위한 순수한 가치를 만들지는 못한다. (마이데이터 사업자를 선정한다고 하니 이제서야 호들갑을 떨고 있는데, 왜 정작 먼저 그러한 시도를 하지 못했는지...) 아무턴, 그들이 이야기하는 "모든 국민"을 위한 차별화 없는 금융보다는 Gen Z세대를 위한 체크카드, 취약계층을 위한 대출, 스타트업을 위한 사업자 카드, 국내 거주하는 외국인을 위한 보험 서비스 등으로 세부화하고 Sub-branding해야할 것이다. 상품의 세부 브랜딩을 이야기하는 것은 아니다. 기업 자체가 특화된 상품에 따라 특화되어 분화되고 그에 최적화된 작은 사이즈의 조직화되는 걸 포함한 의미이다. 스타트업과 같은 작은 조직으로 기민하게 움직여야 할 것이다.
두번째, Startup이 Attacker가 되기 전에 Alliance를 맺고 상호 이익을 찾는 것. 말이야 쉽지 안방을 내줄 수도 있다는 마음을 먹어야 가능한 일이다. 쉽게는 서로 트래픽을 나누는 수준에서부터, 고객의 데이터를 공유하거나 공동 상품 설계 같은 깊은 integration도 가능하다. 트래픽을 나누는 경우는, 예를들어 Underwriting 하다 Credit score부족으로 turn down된 고객을 스타트업의 중금리 상품으로 연결해주거나, Default가 예상되는 경우 Penalty fee 감면을 조건으로 스타트업 대출로 refinancing 유도할 수 있겠다. 물론 Nerdwallet 이나 국내 Finda과 같이 반대의 경우도 가능하다. 데이터 레벨의 연동에 대해서는 금융사가 스타트업에 고객 데이터를 공유하는 건 Scrapping이나 API방식으로 이미 진행 중이며, 그를 통해 금융사도 스타트업 서비스 내에서의 고객의 행동 데이터를 Call back으로 받을 수 있다면 얼마든지 더 확장할 용의가 있을 것이다. 그 과정에서 궁합이 맞으면 Merge하면서 스타트업의 인력/기술을 내재화하여 더 위협적인 Attacker에 대응할 수 있다.
마지막은, 다양한 사업자가 활용하도록 인프라를 오픈하여 금융 플랫폼이 되는 것 (Banking-as-a-service) 위의 첫번째 두번째의 종합판으로 볼 수 있는데, 전통 기업 스스로가 Unbundling을 못하면 플랫폼 역할을 통해 여러 외부 사업자에게 인프라를 제공하고 파트너들이 고객 접점을 담당하게 하는 것이다. 플랫폼화 가능한 인프라의 범위에는 IT시스템 뿐만 아니라 지점을 통한 마케팅 또는 Underwriting 역량도 포함될 수 있다. 최근 유럽/미국/인도 시장에서 성장하고 있는 Neobank(Open banking, Challenger bank) 모델이 전통 금융사의 인프라를 기반으로 확산되고 있는데, 예를들어 인도의 OPEN이라는 neobank는 ICICI 은행과 제휴를 맺고 인프라를 활용하여 SMB에 특화된 "은행+회계처리+급여" 서비스 제공한다. OPEN은 대형 ICICI 은행이 Online으로 커버하지 못하는 다양한 Micro-SMB 고객층을 대상으로 banking 뿐만 아닌 B2B 서비스를 패키징하여 제공한다. BBVA는 Simple과 Atombank를 인수하였는데, 이렇듯 전통 금융사는 Neobank들에게 자신의 인프라를 쓰고 투자금을 받으라고 Love call을 보내고 있다. 모든 고객을 다 먹지 못하는 것을 스스로 인정한 것이다. 물론, 이 모델이 국내 regulation 상황에는 맞지 않다. 현재의 오픈뱅킹은 금융사간 계좌 통합 조회나 이체에 머물러 있고, 스타트업이 금융사 인프라를 사용하여 온전한 인터넷 Banking사업자가 되기엔 넘어야할 최소자본금(250억)과 물적 요건 등의 라이센스 허들이 너무 크다.
가랑비에 옷 젖는다. 우리가 모르는 사이에 이용자의 기호와 기술은 빠른 속도로 변화/발전하고 있고, 설마 금방 변하겠어? 우리 비지니스에 영향을 주겠어? 이렇게 무시했다가는 다시 돌이킬 수 없는 위험한 상황에 빠지게 된다. 위기 의식과 함께 현실을 바로 직시해야 한다. 거대한 고객을 가지고 있는 글로벌 player(구글/애플), 1등으로 살아남은 ICT기업이거나(네이버/카카오), 특정 segment에서 급격한 성과를 나타내는 Startup (토스/배민/쿠팡) 모두가 업계 최고의 인재를 모아서 Incumbent가 가진 거대한 시장을 호시탐탐 노리고 있다. 이제는 왠만한 기업은 모두 Fintech이 될 것이며 전통 금융사업자는 이제 그들과 경쟁할 수 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