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용자 인터뷰
인도에서 이용자를 만나는 것은 쉬운 일은 아니었다. 워낙에 넓은 나라이고 특히 시골에 이용자가 많은 관계로 밖으로 나가려면 단단한 준비가 필요했었다. 하루를 통으로 비우고 Delhi 인근 5명의 유저를 만나려고 스케줄 하였으나, 중간 이동 시간이 너무 오래 걸려서 3명으로 만족해야 했고, 그 중 한 명의 이야기를 남겨보려고 한다. (2020년 2월)
Haryana에 있는 회사에서 북서쪽 방향으로 차로 100km를 달려 2시간 걸려서 도착한 곳은 Singhi라는 작은 시골 마을. 고속도로를 빠져나와 마을 입구로 들어가면서부터는 흑먼지가 날리면서 매캐한 냄새가 올라왔다.
인도인과 종교는 밀접한 관계이고 힌두교는 시골 마을 깊숙한 곳에도 들어와 있다. 이 곳을 지나 도착한 곳은 허름한 포목집. 20년 운영해 온 작은 가게에 도착하였는데, 주로는 옷감을 판매하면서 핸드폰 충전과 수도/전기/가스와 같은 빌 페이를 대신해주거나, 작은 복사기가 있어서 복사해 주거나 팩스를 받아주면서 부업을 하기도 하였다. 핸드폰 충전과 Bill pay에 우리 앱을 사용하고 있었다.
마을 손님들이 오며 가며 핸드폰 Prepaid 충전할 일이 있으면 들려서 현금을 주면 우리가 만든 서비스를 통해서 대신 충전을 해주고 이용자는 서비스로부터 캐시백을 받는다. 이 캐시백을 다시 다음 고객 충전 때 사용함으로써 캐시백을 현금으로 바꾸어 이익을 챙기게 된다. 캐시백은 곧 수익을 의미하므로, 포목점 주인은 여러 충전 앱을 쓰면서 어느 쪽에서 더 많은 캐시백을 준다고 하면 바로 그 앱으로 이동해서 사용한다고 했다.
때마침 젊은 여성 고객이 충전을 하려고 샵에 들렸다. 오자마자 힌디어로 뭐라고 한마디 하더니 흰 종이 위에 이름과 전화번호를 썼고, 이어 포목점 주인은 본인의 핸드폰을 꺼내어 앱을 통해 이 고객에게 충전을 해주었다. 흰 종이는 외상 장부였고 친한 마을 사람들끼리는 외상거래는 허용해주었다 . Prepaid는 한번 충전할 때 평균 100루피 (1700원) 정도를 쓰니, 큰돈은 아니다. 물론 전기/가스와 같은 Bill은 금액이 크므로 외상이 쉽지는 않은데, 정말 믿을 만한 고객이라면 포목점 주인은 월 3~5%의 수수료를 받고 외상으로 먼저 Bill을 내주고 나중에 갚도록 해준다고 했다. 저 하얀색 종이에 수기로 누가 언제 얼마를 빌렸는지를 적었고 갚게 되면 strike 줄을 그어서 clearing 되었다고 표기를 하였다. 이런 현상은 많은 유저 리서치를 통해 목격되었고, 이후에 앱 내부에 고객 장부 관리 기능을 넣었다.
우리 앱에서는 본인이 스스로 대출을 받을 수 있는데, 그러려면 본인 인증 KYC(Know Your Customer)를 해야 한다. 과거에서는 Offline에서 사람과 사람이 만나 ID와 실물 사람을 확인하여 KYC인증을 했었으나, 최근에는 온라인에서도 가능해졌으며, 우리 앱에서는 'Aadhaar'라는 인도 주민번호에 연결된 전화번호와 OTP로 인증하고, PAN이라는 세금 납세자 ID를 입력하게 한 후, 두 ID의 이름이 같은 경우에 KYC 인증이 완료되도록 구성하였다.
우리가 만난 포목점 주인 이용자는 Aadhaar와 PAN을 모두 본인 딸의 ID를 사용하여 인증하려고 하였으나, 이유 없이 KYC 인증 완료가 실패했다고 알려왔다. 사실, 인도의 주민등록 체제 자체가 아직은 데이터 완결성이 떨어져서 Aadhaar에 등록된 이름과 PAN에 등록된 이름이 다를 수가 있다고 한다. 우리나라로 치면, 정보 민원포털과 국세청 사이트에 내 이름이 다르게 등록될 수 있다는 것인데 전혀 상상하지 못했던 것이다. 힌디어인 이름을 영어 ABC로 표기하다 보니, 등록하는 기관마다 동일한 Spelling으로 기입되지 않은 경우가 많고, 이를 고치러 Community ceenter에 가는 것도 어려워한다. 그러다 보니, 온라인 서비스에서 완벽하게 본인 인증을 하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었다. 우리는 이후 앱 사용자로부터 받은 Aadhaar와 PAN에 등록된 이름의 패턴/유형을 분석해서 완벽히 같지 않아도 어느 정도 유사하면 매칭 된 것으로 통과시키는 로직을 넣었다.
이용자를 만나서 이야기를 듣는 건 서비스를 만드는 사람 입장에서는 가장 중요한 검증 활동이다. 가설을 세운 사람은 데이터뿐만이 아닌 생생한 경험담을 통해 가설대로 이용자가 움직이는지 확인해야 하고, 그래야 다음 가설을 좀 더 정확하게 세울 수 있다. 경험담은 앱 사용 경험뿐만 아니라, 이용자의 일상생활을 포함해야 한다. 그래야 총체적인 이해가 가능하기 때문. 데스크에 앉아서, 그것도 인도가 아닌 한국에서 "데이터를 보아하니 이용자가 이렇게 쓰는 거 같으니, 이번엔 저렇게 해보자" 정도로 설계를 했다면, 이용자 입장에선 그냥 "현장도 모르는 감 떨어지는 추측"일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