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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이크 Oct 03. 2020

시장 열위인 전통 기업의 딜레마

우위 기업과 스타트업 사이에서 전통 열위 기업이 살아남는  방법

시장 우위 사업자는, 1) 당장의 수익을 가져다주는 "기존" 고객의 목소리에 우선 집중하고, 또한 2) 성장보다는 단기 이익을 우선 시 하는 투자자들에 의해 새로운 시도를 거부당하기에, 지속적인 혁신을 주도하기가 어렵다고 한다. 시장에서 유리한 위치에 있음에도 불구하고 새롭게 진입하는 기업에 의해 추월당할 수 있다는 이론이다. (혁신기업의 딜레마, Clayton Christensen) 



금융 산업으로 생각해보자. 금융의 본질은 risk management이고, 오랜 시간 많은 고객으로부터의 축적된 데이터가 있어야 심사, 이자율, Collection, 레버리지 비율 등 안정적 운영이 가능하다. 고객 입장에서도 보통 내 집 주변에 가까운 지점을 통해 계좌를 개설하고, 여기에서 예금/대출/투자/보험 등의 상품에 노출되면서 하나의 채널을 통해 종속되기 쉬워진다. 이처럼 금융 산업은 Switching cost가 낮은 검색/커머스 등의 인터넷 서비스와 달리, 축적된 데이터와 Lock-in 된 고객으로 전통적인 시장 우위 사업자는 시장 지배력이 공고하다. Fintech 스타트업들은 이전 글에서도 이야기했듯, 전통 기업의 복잡한 상품을 unbundling 하고 데이터를 기반으로 좋은 niche 고객을 유치하거나 좋은 행동으로 유도시키는 방법 등이 있다. 최근의 Big tech라고 불리는 구글/아마존/네이버/카카오/토스 등의 엄청난 고객 트래픽을 가진 player는 사실 특별한 어려움 없이도 금융 자회사를 만들어 전통 금융 기업에 위협적인 play를 한다. 그러나, 가장 어려운 상황에 있는 사업자는, 전통기업이면서도 시장 열위에 있는 "애매한" player (전통 열위 기업)들이다. 


이들은 전통 우위 기업과 Big tech/스타트업의 사이에 끼어서, 이도 저도 아닌 사업을 전개할 가능성이 높다. 이익과 고객 base가 작으므로, long term 관점에서 투자하기가 어렵다. 디지털은 기껏해야 RPA 및 챗봇과 같이 비용 감축용 목적으로 단기적으로 투자한다. 또한, 전통 우위 기업이 새로운 디지털 initiative를 시도하여 선도적인 이미지를 쌓아가면, 전통 열위 기업은 그제야 뒤늦게 동일한 agenda로 1~2년 뒤늦게 따라가게 된다. 1등 사업자가 했다고 하면 특별한 의사결정 고민 없이 그냥 똑같이 따라 하되, 투자비가 없으니 최소 수준으로 replicate 하게 된다. 그저 우위 기업이 시도해서 성공한 것만 뽑아서 빠르게 Fast follow 하는 것이 유일한 전략이다. 이러한 방식으로는 업계 순위가 뒤바뀔 리 없다. 위로는 전통 우위 기업의 공고한 시잠 점유율, 아래로는 Big tech와 스타트업의 추격 사에에 끼어 있는 전통 열위 기업이 겪는 딜레마이다. 그들은 어떻게 해야 시장에서 살아남을 수 있을까? 


첫째, 전통 우위 기업들의 모든 initiative를 쫓아 따라 하지 말고, 우리 회사가 정말 잘할 수 있는 몇 가지에만 미치도록 집중해야 한다. Sweet spot. 마이 데이터, 해외송금, 챗봇, 블록체인, 글로벌 금융, 신규사업, 빅데이터 마케팅 등 모든 아젠더를 같은 힘으로 추진하기 어렵다. 스스로를 스타트업이라고 생각하고, 이길 수 있는 몇 가지 지점에 가설을 수립하고 작게 테스트하고 반응 오는 곳에 리소스를 투입한다. 고객도 모든 연령대의 니즈를 만족시키는 것보다 성장 가능성이 높은 고객층을 집중적으로 확보하고 활성화할 수 있는 상품으로 재편성해보자. 


두 번째, 업의 한계를 벗어나서 새로운 비즈니스를 spin-off 하고, 부족한 function이 있다면 외부에서 수혈(투자)하자. 앞서 언급했듯, 은행/카드/보험 등의 버티컬 금융에서 급격히 시장 우위를 점하기 어렵다. 새로운 고객과 시장을 만들 수 있는 회사 내의 솔루션을 찾아 독립적인 조직을 만들고, Company in company로 키워야 한다. 금융 회사의 인프라적인 속성 상, 독립적인 사업은 타 경쟁사를 고객으로 하는 B2B 솔루션 (예를들어, 페이먼트 솔루션, API 관리 플랫폼, 데이터 기반 마케팅 등) 일 가능성이 높다. 본체에서 분리하여 외부 투자를 받아 독립적으로 운영해야 금융 본사의 영향력에서 벗어나서 자유로운 시장 개척을 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전 조직의 디지털 흡수. 디지털을 빼놓고는 혁신을 이야기할 수 없다. 그런데 보통의 전통 기업은 모든 조직이 디지털을 실행할 역량을 갖추지 못하므로, 별도의 본부/부문을 두고 디지털 전문가를 한 곳에 모아 두고, 디지털을 단순한 고객 채널 또는 IT/인프라와 비슷한 수준의 위상으로 인식한다. 하지만, 모든 본부/조직이 디지털 역량을 흡수하고 디지털 위에서 고객/상품/마케팅/운영을 재정의하도록 해야 한다. 한시적으로 한 곳에 모아둔다고 하여도, 전사에 디지털이 회사에 뿌리내리도록 별도의 활동을 해야 한다. 궁극적으로는 디지털 전문 조직을 해체하고, 상품기획/마케팅/영업/리스크 등 전사업 부문이 디지털을 자체적으로 수행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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