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의 하루>를 읽고 - 차인표 저
「그들의 하루」는 네 명의 남자를 중심으로 이야기가 펼쳐진다. 그들의 인생을 들여다보면 무언가 대책이 있을까 싶을 만큼 희망이 보이지 않는다. 답답하면서도 안타까운 그들의 모습이 마음에 남는다.
나고단 씨는 카바레 웨이터로 모은 돈을 아내가 들고 가출하면서 고난이 시작된다. 연이은 사업 실패로 노숙자 신세로 전락하면서 자살을 결심한다. 이보출 씨는 주식투자로 전 재산을 잃고 빚쟁이에게 쫓기며 외아들과도 헤어져 산다. 조직폭력배 출신의 박대수 씨는 새로운 삶을 살기 위해 노력하지만, 믿었던 후배에게 사기를 당하고 딸마저 희귀병에 걸리는 불행을 겪는다. 정유일 씨는 세상 밖으로 나가는 일이 두려워 은둔자를 자처한다.
각자의 사연으로 인생의 밑바닥을 경험하는 이들의 이야기는 묵직하게 다가온다. 하지만 ‘코믹감동 소설’이라는 타이틀답게, 어느새 낄낄대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이렇게 무거운 상황에서도 웃음을 자아낼 만큼 차인표 작가의 유쾌한 필력이 매력적이다. 배우로 친숙한 차인표가 이렇게 재치 있는 필력을 가졌다는 사실을 발견하는 것도 또 하나의 즐거움이다.
「그들의 하루」는 네 사람이 20년 전 어느 날, 서로의 삶과 우연히 얽히는 이야기를 시작으로 한다. 나고단 씨는 고단한 삶을 끝내겠다고 결심하지만 번번이 실패한다. 마음대로 죽지도 못한다고 한탄을 하면서도 실은 단 한 사람만이라도 자신을 붙잡아주길 바라는 심정이다.
“너무 배가 고파요”라는 그의 말에 꼬깃꼬깃한 천 원짜리 다섯 장을 건네준 사람, 이보출씨였다. 그 돈은 드라마 보조 출연을 하며 받은 점심값의 전부였다. 이렇게 네 사람은 서로에게 연결되며, 그들의 하루는 또 다른 시선으로 펼쳐진다. 마지막 챕터에 등장하는 ‘20년 후의 그들의 하루’는 긴 여정 끝에 예상치 못한 위로와 따뜻함을 안겨준다.
그날 이후 하루, 이틀, 일 년, 그 후로도 오랫동안 하루하루를 더 살면서 나고단 씨는 깨달았다. 이 세상에 쓸모없는 인간은 단 한 명도 없었다. 인간은 모두 실타래처럼 얽히고설켜 있었던 것이다. (중략) 우리가 얼마나 소중한 존재인지, 살아있는 자가 얼마나 용기 있는 자인지, 결국 부대끼며, 의지하고, 부둥켜안고, 위로하며 끝까지 살아야 하기에 우리는 서로가 필요했다. 휴식은 할 수 있지만 중단해서는 안 되는 것, 그것이 인간의 삶이기에.
어느 정치인은 말했다. 단 몇십만 원을 구하지 못해 극단적 선택을 하는 사람들이 있다며, 이런 현실을 외면해서는 안 된다고. 신용도가 낮아 대출받지 못하는 서민들에게 지자체가 나서서 도움을 줘야 한다고 했다. 이 정책은 실제로 실행되어, 연 1%대의 금리로 최장 5년 최대 300만 원까지 대출을 지원했다. 대출금은 주로 생활비, 월세, 병원비와 같은 꼭 필요한 용도로 사용되었다.
나고단씨는 이보출씨가 건넨 천 원짜리 다섯 장 덕분에 따뜻한 밥을 먹고, 다시 살아갈 용기를 얻었다. 그렇게 하루를 살아내고 또 다른 하루를 이어갔다. 하루하루가 쌓여 20년 후의 하루를 맞이할 수 있었다. 우리가 그들에게 하루를 허락한다면, 그들의 인생은 달라질 수 있다. 그리고 우리의 삶 또한 바뀔 것이다. “인간이 존귀한 건 서로가 서로를 더해주기 때문이에요.”라는 작가의 말이 깊이 새겨지는 순간이다.
2011년 ‘오늘 예보’라는 제목으로 발표된 소설은 한때 절판되었지만, ‘언젠가 우리가 같은 별을 바라본다면’이 역주행을 해 베스트셀러가 되면서 다시 조명받게 되었다. 세 명의 이야기를 담았던 원작에 정유일 씨가 더해져 확장판 「그들의 하루」로 새롭게 출간되었다.
이대로 묻히기에는 너무나 아까운 작품이 될 뻔했다. 연예인이 쓴 소설이라는 편견은 넣어두어도 좋을 만큼 따뜻하고 재미있는 소설이다. 사는 게 힘겹게 느껴지는 사람들, 나만 되는 일이 없다고 느끼는 사람들, 막연한 미래가 불안한 사람들에게 이 책을 추천하고 싶다. 가슴 따뜻한 내일을 기대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