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평: 언젠가 우리가 같은 별을 바라본다면-차인표 저
『언젠가 우리가 같은 별을 바라본다면』을 알게 된 것은 이 책이 영국 옥스퍼드 대학교의 필수 도서로 선정된 이후였다. 작가 차인표는 어떤 이야기를 하고 싶어서 이 책을 쓰게 되었을까 궁금했다. 어떤 책이기에 타국에서 먼저 주목받았던 걸까.
“위안부 문제를 바라보는 시각이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고 복수나 폭력 대신 화해와 용서를 재해석한 시각이 새롭다.” 옥스퍼드 대학에서 이 책을 선정한 이유였다.
차인표 작가는 1997년, 위안부였던 훈 할머니의 사연을 접하고 분노와 연민의 감정이 오래도록 남아 책을 쓰기로 결심했다고 한다. 처음에는 일본의 만행을 알리고 응징하고 싶은 마음이 컸지만 ‘나눔의 집’을 방문하면서 마음이 달라졌다. 그는 4월의 어느 날, 영정사진을 찍는 할머니들의 모습을 바라보며 생각했다. 힘든 시간만을 안고 떠나신다면 저분들의 삶은 어떤 의미로 남을까?
어쩌면 할머니들은 용서를 하고 떠나고 싶으셨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용서를 구하는 사람조차 없는 것이 현실이었다. 저자는 적어도 소설 속에서라도 할머니들에게 용서를 구하는 누군가를 만들어 주고 싶었다. 가즈오 마찌에다가 등장하는 배경이었다.
백두산 자락 아래 호랑이 마을에는 삼사 십여 가구가 모여 살고 있다. 순이는 촌장인 할아버지와 함께 지내고 있다. 어느 날, 호랑이 사냥꾼 황포수와 그의 아들 용이가 마을에 나타난다. 이들은 호랑이를 사냥하기 위해 마을에 머물게 되는데, 용이는 순이를 보고 첫눈에 마음을 뺏긴다. 어여쁜 순이를 바라보며 설레는 용이의 모습에 순이 역시 마음이 끌린다. 열두 살 용이와 열한 살 순이는 서로를 의지하며 행복한 시간을 보내지만, 마을에서 발생한 사고로 인해 황포수와 용이는 마을을 떠나게 된다.
7년이 지나, 호랑이 마을에는 가즈오가 이끄는 일본군 부대가 주둔하게 된다. 가즈오와 그의 부대원들은 마을 사람들과 좋은 관계를 유지하지만, 어느 날 가즈오에게 한 통의 명령서가 도착한다.
‘조선인 여자 인력 동원 명령서’
호랑이 마을에서 유일한 징집 대상은 순이다. 순이를 좋아하던 가즈오는 그녀를 구출하기 위해 계획을 세운다. 그리고 또 다른 한 사람, 용이 역시 순이를 탈출시키기 위해 목숨을 건 계획을 준비한다.
“아직 살아있다면, 용이가 이제는 엄마 별을 볼 수 있게 도와주세요. 더 이상 외로운 산에서 홀로 고생하지 않고, 이제는 산에서 내려와 사람들과 더불어 살 수 있게 해 주세요.(...)
엄마, 이곳의 우리들을 보호해 주세요. 어디로 갈지 모르지만, 어디로 가든 너무 아프고 힘들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우리가 가는 곳이 견딜 수 없을 만큼 아프고 힘든 곳이라면 우리를 빨리 엄마별로 데려가 주세요. 엄마와 함께 평화로운 곳에서 살 수 있도록요. 엄마······ 저, 지금 너무 무서워요.”
P.151
순이는 백두산 밤하늘에 떠있는 엄마별과 늘 이야기를 나눈다. 반짝이는 엄마 별을 볼 때면 마치 엄마가 안아주는 듯한 따스함을 느낀다. 엄마별은 순이에게 친구이자 엄마이며, 삶의 희망을 주는 존재다. 아무리 힘들고 어려워도, 순이는 그 별을 바라보며 하루하루를 살아왔다. 그런 엄마 별에게 어느 때보다 간절한 기도를 하는 순이의 모습은 책을 읽는 독자들에게도 간절한 마음을 불러일으킨다.
소설은 서정적인 동화 한 편을 보는 듯 아름답지만, 우리는 지난 역사를 통해 어린 순이가 겪게 될 일이 결코 아름다울 수 없음을 알고 있다. 이 책은 개인의 이야기를 통해 역사 속 아픔을 직면하게 하며, 가슴속 깊이 무거움을 남긴다.
2024년 9월,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한 분이 별세하시면서 현재 생존자는 단 8분만 남아 있다. 이분들의 평균 연령은 95세에 이르렀다. 그러나 일본은 여전히 진심 어린 사과를 하지 않고 있다. 어쩌면 우리에게 잊혀 가는 역사 속 이야기가 되고 있는 건 아닌지 생각해 볼 문제이다. 지금 우리가 잊는다는 것은, 다음 세대에게 이 이야기가 없는 일이 될 수도 있다. 이 책은 우리가 기억하고 전해야 할 책임이 있음을 다시금 일깨워 준다.
한강 작가가 『소년이 온다』를 통해 광주 민주화 운동을 이야기했다면, 차인표 작가는 『언젠가 우리가 같은 별을 바라본다면』을 통해 일제 강점기 위안부 피해자의 이야기를 담았다. 두 작품은 모두 문학이 우리 역사적 상처를 치유하고 기억하는 역할을 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또한, 저자가 10년에 걸쳐 소설을 준비한 것은 그 노력만으로도 깊은 울림을 준다.
이 책은 역사를 배우는 청소년들에게 추천하고 싶다. 저자의 바람이기도 하다. 또한, 잘못된 역사 인식을 가진 성인들에게도 읽혀야 할 책이다. 『언젠가 우리가 같은 별을 바라본다면』이 위안부 피해자분들에게 조금이라도 위로가 되길 바라는 마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