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 잊히지 말아야 할 이름

서평: 소년이 온다- 한강 저

by 매니아

『소년이 온다』를 읽었다. 노벨 문학상 수상작이 아니었다면, 지금이라도 이 책을 읽었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아마도 고통스러운 이야기를 마주하고 싶지 않았기 때문인 것 같다.


유시민 작가는 이 책을 “참 고통스러운 소설”이라고 했다. 끝까지 읽기가 힘들어 덮어 버리고 싶었다고도 했다. 작가가 글을 쓰며 느꼈을 고통이 세밀하게 전달되었고, 그 고통의 묘사 자체가 힘들었다고 한다. 특히 상무관( 5.18 희생자 주검 안치실)에서의 상황을 묘사한 부분이 그렇다.


하지만 한강 작가는 정작 소설에 다 담지 못했다고 말한다. 현실이 너무 참혹해 독자가 감당할 수 없을 것 같아, 쓸 수 있는 이야기만 썼다고 한다. 이보다 얼마나 더 참혹한 사실이 있었을까?



실제로 있었던 일들을 배경으로 하니까 내가 누가 되지 말아야겠다는 책임감이 컸다. 인간으로서 마주하기 어려운, 인간의 가장 어둡고 참혹한 지점을 계속 들여다봐야 했기 때문에 그게 어려웠다. 현실은 내가 상상했던 것보다 훨씬 잔혹했다. 잔인한 것도 더 많았지만 사실만큼 못 썼다. 소설로 쓸 수 있는 한계였다. 더 잔인한 이야기를 쓰는 게 작가로도 힘들었겠지만 독자가 수용하기 어려울 거라고 생각했다. 소설에 모든 걸 쓰진 못했지만, 작품 때문에 읽어야 했던 수많은 자료를 봐야 하는 게 가장 힘들었다.

예스 24 : 작가 인터뷰



나는 유시민 작가와는 다르게, 눈앞에 펼쳐지는 듯 상상해 가며 속이 울렁이는 장면들을 마주하며 읽었다. 군부독재 정권이 시민들을 진압하고 폭도로 몰아세운 일은 이미 알고 있던 사실이다. 하지만 도저히 이해할 수 없었던 것은 “왜 그토록 잔인했어야 했나?”라는 의문이었다.


5·18 당시, 인구 40만의 광주 시민들을 진압하기 위해 군인들이 지급받은 탄환은 80만 발이었다고 전해진다. 소설은 동호와 함께 상무관에서 일하던 형과 누나들이 겪은 5·18 전후의 삶의 모습을 보여준다.


어린 동호와 정대 그리고 정미는 죽었다. 정대의 혼은 죽은 자신의 몸을 맴돌며, 정미 누나와 동호의 죽음을 느낀다. 살아남은 사람들은, 살아남았다는 것에 대한 죄책감과 고통으로 괴로워하며 일상을 회복하지 못한다.


선주는 경찰에 연행된 후 하혈이 멈추지 않는 끔찍한 고문을 당하고, 진수 역시 연행된 이후 ‘모나미 볼펜’ 고문, 성기 고문 등 끔찍한 수감생활을 겪는다. 결국, 그는 출소 후 트라우마로 고통받다 자살하고 만다.


권력을 찬탈하고 국민을 희생시킨 자들은 일평생 부와 권력을 누리며, 잘못을 뉘우치지 않는다. 반면, 희생자와 피해자, 유가족들은 여전히 고통 속에서 살아가고 있다.


이것은 과거의 일이 아니라 언제든 다른 형태로 반복될 수 있는 현재의 일이라는 것을 우리는 기억해야 한다. 5.18 민주화운동에 대한 왜곡과 망언이 여전히 정치권에서 반복되고 있는 현실도 잊어서는 안 된다.


다행히 2025학년도부터는 초·중·고교에 새로운 검정 교과서를 적용해 5·18 민주화운동을 다룬다고 한다. 광주의 민주화 정신을 배우고 민주주의의 가치를 이해할 수 있도록 지침을 마련했다고 한다.


한강 작가는 “젊은 독자, 어린 독자들이 많이 읽어주면 좋겠다. 광주가 이제 점점 언급이 안 되고 있다."라고 말했다. 나도 그 바람이 이루어지길 바란다.




2009년 1월 새벽, 용산에서 망루가 불타는 영상을 보다가 나도 모르게 불쑥 중얼거렸던 것을 기억한다. 저건 광주잖아. 그러니까 광주는 고립된 것, 힘으로 짓밟힌 것, 훼손된 것, 훼손되지 말았어야 했던 것의 다른 이름이었다. 피폭이 아직 끝나지 않았다. 광주가 수없이 되태어나 살해되었다. 덧나고 폭발하며 피투성이로 재건되었다.


P.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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