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 나를 밝히는 작은 하늘

나민애 교수- 세바시 강연회

by 매니아

나민애 교수님의 강연을 들었다. 이번 강연회는 세바시에서 진행하였고, 네 분의 강연자가 참여하셨다. 그중에서도 나민애 교수님의 강연이 내게는 가장 마음에 와닿는 보석 같은 시간이었다. 서울대학교 기초 교육원 교수로 12년째 독서와 글쓰기에 대해 가르치는 분이고, 나태주 시인의 딸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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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안에 별을 심는 모습을 표현하는 장면


유퀴즈에 출연했을 때는 유쾌하고 활달한 분이라고 생각했는데, 강연을 직접 들으니 그보다 더없이 겸손하고 따뜻한 분이라는 인상을 받았다. 강연의 주제는 독서였다. 우리가 살면서 만나는 사람들은 우연이든 인연이든 아주 작은 확률 속에서 이루어진다. 전 세계 인구 중에서 너와 내가 만나게 된다는 것 자체가 인연이고, 그렇게 만난 사람과의 우연의 조각은 때로는 기억에서 사라지더라도 내 안에 조용히 잠들어 있다. 독서는 바로 그런 사람을 만나는 것이다.



독서는 사람을 만나는 것
당신은 내 맘에 꼭 맞는 이



어린 시절, 나민애 교수는 ‘나는 누구인가’가 늘 궁금했다고 한다. 엄마에게 “나는 누구예요?"라고 물으면, “너는 내 딸이지”라며 맛있는 밥을 차려주셨다고 했다. 아빠에게 물으면 “나도 모르겠다"라는 답이 돌아왔고(역시 시인), 선생님께 물으면 “너는 학생이지”라고 말씀하셨다고 한다. “그럼 학생은 뭘 해야 하나요?”라고 물으니 “공부를 열심히 해야 한다"라고 하셨다.



나민애 교수는 “내가 엄마의 딸도 아니고, 학생도 아니고, 공부를 잘하지 않으면 내가 아닌 걸까?”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한다. 어른이 되어 사회로 나왔을 때는 자신의 존재 의미가 더욱 흐려지는 것 같았다고 한다. 독서는 그런 “나를 알아가는 과정”이며, ‘내가 누구인지 분명해지는 일’이라고 말한다.



내 안에서 저절로 솟아나는 길을 따라 살고 싶었을 뿐이다.
그것이 왜 그토록 힘들었던가?


한 권의 책에서 마음을 움직이는 하나의 문장을 건져 올리면, 그것을 품고 앞으로 나아간다. 또 다른 책에서 다가오는 문장을 만나면, 그 문장을 품고 다시 한 걸음 나아간다. 그렇게 책은 내게 길을 알려주는 지도 같은 역할을 한다. 내 안에는 하나로 정의할 수 없는 수많은 내가 있다. 헤르만 헤세는 그런 나를 “작은 하늘”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나의 자아란, 별들이 빛나는 작은 하늘


독서는 내 작은 하늘에 별 하나를 만드는 일이다. 하나의 문장으로 나를 세우고, 주변을 환하게 밝힌다. 또 다른 문장으로 별을 만들고 또 만들어 나간다. 그러다 보면 어느새 내 안에는 반짝이는 별들이 가득해진다.



독서의 필요성을 이렇게 아름답게 말하는 사람은 처음이었다. 짧은 강의 시간이었지만 그 어느 때보다 강한 울림을 받았고, 우연의 조각 하나가 내 마음에 새겨졌다. 어릴 때부터 "나는 누구인가"를 고민해 왔다는 그녀의 남다른 감성은 내면의 대화로 이어져, 선량함과 다정함, 너그러움이 그의 본모습인 듯 느껴졌다. 무해한 웃음과 솔직하고 재치 있는 유머 감각은 그녀를 한층 더 빛나게 했다. 같은 여자에게도 반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녀의 하늘에는 이미 수없이 많은 별들이 가득한 은하수가 펼쳐져 있을 것만 같다.



강연이 끝나고 사진을 찍기 위해 사람들은 길게 줄을 섰다. 교수님은 시종일관 따뜻한 미소로 기다리는 사람들에게 미안함을 표하셨다. 내 차례가 되어 사진 촬영을 해주시는 스태프에게 핸드폰을 건네며 “조금 멀리서 찍어주세요. 얼굴이 너무 크게 나와서요”라고 부탁드렸다. 그때 교수님이 “그럼 제가 앞으로 갈게요.” 하시며 얼굴을 앞으로 쭉 내미셨다. 와, 이런 센스라니! 덕분에 우리는 주름 가득한 환한 웃음으로 사진을 남길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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