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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경태 Nov 18. 2018

북리뷰 - 조훈현, 고수의 생각법

[0001] 문제는 문제가 아니다. 생각이 문제다.

초등학교 이후로 바둑을 둬 본적 없는 나. 바둑을 취미로 갖고 싶은 나. 하지만 배우고자하는 의지는 없는 나.

그저 <미생> <신의 한수> 같은 책들을 보면서 멋진 바둑을 두는 상상만으로 흐뭇해하는 내가 있습니다.


얼마전 중고서점의 자기계발 코너에서 발견한 책. 따님께서 아빠의 생일 선물로 사준 책.

'그래 쉽게 읽을 수 있는 이 책을 읽자' 생각하면서 책을 가방에 넣고 출근했습니다.


그리고 퇴근하면서 잠시 카페에 들러 책을 다 읽고 집에 들어왔습니다. 회사에서 잠시 짬을 내어 읽었던 책인데 멈출 수 없었습니다. 세계를 호령했던 바둑의 1인자. 방송과 신문과 잡지에서만 봐오던 그를 책에서 만나게 되었는데, 궁금해서 참을 수가 없었습니다. 그래서 퇴근을 서둘렀고 조용한 카페에서 오롯이 조훈현씨를 만났습니다.



생각은 반드시 답을 찾는다

이 책의 부제입니다. 바둑은 전쟁이라고 하죠. 나무판 위에서 흑과 백 둘이서 자웅을 겨루는 두뇌전쟁. 나의 수와 상대방의 수를 읽어가며 미래를 예측하는 게임. 하나 하나의 돌이 놓여지면서 판세를 형성하고 차지한 땅을 통해 상대를 조여갑니다. 저 같이 바둑에 문외한이 보았을때는 그냥 놓은 돌인데, 누구는 감탄을 하고, 누구는 좌절을 합니다.


조훈현씨는 바둑을 통해서 인생을 이야기 합니다. 바둑은 상대의 생각의 예측하고, 생각을 헛점을 찾아 상대를 제압하는 경기입니다. 바둑은 그야말로 머리싸움 즉, 생각싸움인 것입니다. 이런 생각의 절정인 바둑에서 입신에 오른 인물이라면 얼마나 많은 생각을 하고, 얼마나 깊은 생각을 할까요? 저는 그게 궁금해서 견딜 수 없었습니다. 그래서 책을 잡고서는 마지막 페이지까지 놓을 수 없었습니다.



세상사를 바둑판이라고 생각한다면 풀지 못할 문제는 없다. 문제는 반드시 해결된다. 해결될때까지 붙들고 늘어지는 근성만 있으면 된다.
그 근성이란 바로 "생각"이다.


변화와 혁명은 생각을 하고, 문제의식을 가지고, 싸울 힘을 기른 후, 마침내 도전하여 이기는 것이다.

"역사는 의심하며 질문한 자들에 의해 만들어진다"라는 말이 있습니다. 조훈현씨는 바둑을 통해 이 문장을 증명해냅니다. 모두가 믿고 의심히지 않고 최선이라고 생각하는 "정석(바둑에서 공수의 최선이라고 인정된 방식으로 돌을 놓는 법)" 그 정석에 의문을 품고 새로운 자리에 돌을 놓는 행동, "어?"라고 하는 가운데 새로운 길이 생깁니다. 물론 틀릴 확률이 훨씬 높습니다만 이렇게 의심하고 질문하면서 새로운 정석이 탄생하는 것이죠. 인생도 마찬가지 입니다. 선배들이 해오던 것, 부모들이 살아온 방식, 생각하던 그대로를 답습해서는 넘어설 수 없습니다. 당장은 부딪치고 깨지고 혼나더라도 도전하고 수정하면서 새로운 길을 개척하는 것이죠. 조훈현씨의 선배, 친구, 후배 바둑인들의 에피소드를 보면서 이런 그들의 도전에 경외감을 느꼈습니다.



복기(復棋) : 미생을 완생으로 만드는 과정

바둑은 인생의 축소판이 맞나봅니다. 조훈현씨가 복기에 대해서 이야기 하는 부분에서 참 많은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복기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 즉, 복습을 하는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 대가들 중에 복기를 하지 않는 사람은 없습니다.


"승리한 대국의 복기는 이기는 습관을 만들어주고, 패배한 대국의 복기는 이기는 준비를 마들어준다."


어떻습니까? 학창시절 "오답노트"라는 것을 만들죠! 저도 오답노트가 있긴했는데 소홀했습니다. 틀린문제를 다시 보긴 했는데, 눈으로 읽고 넘어가는 수준이었습니다. 아마도 제 공부의 완성도가 떨어지고 실수가 잦았던 것은 이것 때문일거라 생각합니다.


"아파도 뚫어지게 봐라봐야 한다. 아니 아플수록 더욱 예민하게 들여다봐야 한다. 실수는 우연이 아니다. 실수를 한다는 건 내 안에 그런 어설픔과 미숙함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복기를 통해 패착을 밝혀내고 내가 이길 수 있었던 길을 찾아내면 그 자체로 마음이 홀가분해진다."


"복기는 후회가 아니다. 복기는 새로운 전략의 수립이다."


특히, 내가 이 책에서 가장 많이 고민하고 반성을 했던 부분이 바로 "복기"에 대한 내용을 마주했을때 입니다. 매일 새로운 일을 하지만 매일 비슷한 일을 하는 나. 하지만 예상치 못한 곳에서 실수를 하곤 합니다. 어떨때는 같은 실수를 반복할때도 있습니다. 나는 그 실수를 잘 보지 못하지만 다른 이들에게는 그렇게 쉽게 눈에 띕니다. "크로스 체크(Cross Check)"라고 하죠. 그럴때마다 저는 내가 왜 이런 실수를 했는지? 곰곰히 생각해봅니다.

'집중을 못해서...'가 정답입니다.

하지만 그걸 인정하고 넘어가기를 여러번. 동일한 실수를 몇 번 반복하다보면 '아! 내가 정말 어설프구나!' 생각되는 순간이 옵니다. 이런 경험이 있기에 조훈현씨가 이야기하는 "복기"의 중요성은 저에게 많은 생각과 반성의 꺼리를 던져주었습니다. 이 챕터 하나만으로도 책값이 아깝지가 않습니다. ^^



무엇이 생각을 방해하는가

요즘은 방해거리가 너무 많죠. 특히 스마트폰!!! 최고의 문명의 이기를 만들어 놓고서는 이제는 그 속에 나 자신이 종속되었습니다. 모두들스마트폰과 인터넷 세상에서 너무나 많은 시간을 보냅니다. 저 역시 업무를 하든, 책을 읽든, 휴식을 취하든 그 옆에는 항상 스마트폰이 있습니다. 제가 폰을 가지고 다니지 않을 때는 회의, 화장실 정도가 전부인것 같습니다.


최근 제가 사용하는 폰에는 "스크린타임"이라는 기능이 생겨서 일간/주간으로 실제로 얼마나 사용하는지? 시간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그 숫자를 보고 있으면 실로 당황스럽습니다. 가끔 본다고 생각했는데 하루의 1/5을 전화기와 함께 생활하고 있더군요. 휴식을 하면서 전화기로 영화를 보거나 네비게이션을 활용하는 시간을 포함해서이긴 하지만 그래도 너무 많은 시간을 사용합니다. 또한 더 놀라운 것은 하루 평균 105번 전화기를 깨운다는 것입니다. 전 이미 스마트폰에 종속당했습니다.


조훈현씨는 이런 현대인들의 생활을 이렇게 말합니다.


"왜 그렇게 하며 살아야 하지?" 
다른 이유가 없다. 그렇게 할 수 있기 때문에 하는 것이다.
...
할 수 없었다면 하지 않았을 것이고, 꼭 필요하다고 생각하지도 않았을 것이다.

더 큰 문제는 이처럼 얼마든지 나중에 해도 되는 일들에 몰두하느라 진짜 중요한 일을 해야 할 시간이 사라진다는 것이다.


맞습니다. 우리는 주객이 전도된 생활에 익숙해져 버렸습니다. 정말 중요한 "생각"을 하는 시간을 버리고, 타인이 만들어 놓은 콘텐츠를 소비하는 시간에 함몰되어가고 있습니다.


"뭔가를 이루기 위해서는 고독 속으로 들어가지 않으면 불가능하다."


이 책을 통해서 "생각"의 중요성과 "고민"의 무게를 배웁니다. 이렇게 블로그에 글을 쓰는 순간이 나에게는 스스로를 돌아보는 "생각"의 시간이죠. 그래서 더욱 이 시간에 애착이 갑니다.


여러분들은 어떠세요?


나 자신에 대해서 돌아보는 시간을 하루에 얼마나 할애하고 있나요?


결국 그 시간이 차곡차곡 쌓여서 나를 변화시키지 않을까요?


머리가 말랑말랑해지는 시간, 눈빛이 초롱초롱해지는 시간, 내 몸의 피가 따뜻해지는 시간


여러분들도 꼭 이 시간을 만들어 가시기를 빕니다.


오늘도 즐거운 하루 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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