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핀란드"라고 쓰고 "행복"이라고 읽어보련다
[0207]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나라, 핀란드>를 읽고...
(이 책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나라, 핀란드>는 저자 안건님으로부터 선물 받아서 읽게 된 책입니다.)
어느 날 내 인스타그램에 DM이 하나 와있었다. 내가 왜 선택이 되었는지는 잘 모르겠다.
가끔 이런 메시지가 오긴 했었다. 핀란드에 관련된 책이었고, 교환학생을 보내신 분이 그 기간의 이야기를 엮은 책이었다. 2002년 미국에서 어학연수하던 때가 생각났다. 그래서 반갑게 회신을 보냈고 책을 선물 받았다.
며칠을 미루다 토요일 아침 조용히 커피숍에 앉아 책을 펼쳤다. 그리고 다 읽었다.
책을 읽는 한 시간 반 정도의 시간 동안 나는 2002년 미국에 있던 나 김경태와 2019년 핀란드에 있던 안건이라는 대학생을 내 테이블에 소환했다.
내 나이 스물여섯, 나는 젊고, 여렸지만 단단하고자 애썼고, 힘들다는 말의 의미를 잊은 채 젊음을 살아내고 있었다. 선진국에서 그들과 부대끼다 보면 그들의 사상을 흡수할거라 생각했고, 영어는 자연스러워 질거라 기대했다.
많은 일들이 있었고, 많은 경험을 했다. 1년 남짓한 그 시간이 지금은 사진 몇 장과 추억 한 움큼으로 남아있다. 되돌아보면 그때 나는 부모님의 재력에 기대어 자유를 살았다. 그리고 그때는 몰랐었는데 참으로 행복한 시간이었다.
이 책을 쓴 안건 작가는 교환학생으로 핀란드를 다녀왔다. 이 책을 통해서 그는 소위 선진국이자 복지국가라고 일컫는 북유럽 핀란드를 경험한 이야기를 20대 청년의 시선으로 재미있게 풀어놓았다. 글을 읽으면서 공부 잘하는 학생의 글이라는 것이 느껴졌다. 20대의 글이라서 제법 거칠고 모날 것을 기대했는데 잘 쓰인 교환학생의 복귀 논문을 읽는 느낌이었다. 폄훼는 아니다. 너무 가지런하고 일목요연하고 체계적으로 단락을 나누고 정리해서 그런 느낌이 든 것뿐이다.
한편으로 그가 부러웠다. 난 그저 사진과 경험으로 미국을 남겨두려고 생각했었는데, 그는 그 순간을 문장으로 남겼다는 것이 말이다. 난 왜 그때 글로 남겨 둘 생각을 하지 못했을까? 아니 어쩌면 끼적여둔 글이 있지 않을까? 이런 생각들 속에서 책장을 넘겼다.
작가는 이 책을 통해서 핀란드라는 나라의 근간을 이루고 있는 문화에 대해서 이야기한다. 그리고 20년을 넘게 살아온 대한민국과 핀란드를 비교한다. 나름의 잣대로 우열을 나눠보기도 하고, 단순히 비교를 통해 독자들에게 생각의 공간을 열어주기도 했다. 작가는 책의 많은 부분을 할애해서 핀란드의 사회 / 문화를 다루고 있지만 내 리뷰에서까지 굳이 그 내용을 적어가면 한국과 비교하지는 않을 생각이다. 이건 인터넷을 조금만 뒤져보면 금세 알 수 있는 것들이니까. (물론 읽어서 아는 것과 작가가 경험을 통해서 얻은 것은 큰 차이가 있다.)
내가 이 책이 좋았던 이유는 바로 작가의 가치관에 내가 조금은 설득이 되었기 때문이다. 핀란드를 경험한 작가는 14개월의 환경변화 시간을 통해 20년 넘게 뿌리 깊게 다져왔던 자신의 가치관을 스스로 조금씩 흔들어보고 있었다. 엘리트 사회, 초고속 사회, 경쟁 사회를 넘어 우리가 아닌 개인의 공간과 내면의 목소리에 무게추를 옮기고 가치를 부여해 봄으로써 앞으로 자신이 기대하는 모습과 나아갈 방향을 찾아가는 모습이 좋았다. 그래서 내 마음이 설득당했다. ^^
옳고 그름이 아닌 지금까지 봐오지 못했던(어쩌면 본 적 없었던) 0~1 사이의 수많은 숫자들을 핀란드를 통해 조금은 알아차리게 된 것 아닐까? 마치 20여 년 전 내가 미국에서 알아챈 것들과 비슷하게.
그리고...
나도 핀란드에 공부하러 가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여담으로 핀란드의 대자연을 두 눈에 담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 한참을 핀란드 자연 사진을 찾아봤다.
핀란드에서는 수개월간 하얀 운동화를 신고 다녀도 신발이 계속 하얗게 유지될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미국이 그랬던 것처럼...
- 브런치 작가 김경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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