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사장이고 싶다.
사장. 이 얼마나 가슴 떨리는 단어인가? 내 머릿속에서 나온 아이디어로 사람들을 모으고 그들과 협업하여 하나의 새로운 가치를 만드는 일, 그 선두에 선 사람.
난 정말 사장이 되고 싶다. 그리고 될 것이다.
리더는 리더로서의 자질이 있어야 한다. 나는 리더였던 적이 있고 서포터였던 적도 있다. 지금은 리더와 서포터 그 둘을 동시에 체험 중이다. 집에서는 가장이라서 리더이고, 회사에서도 작은 조직에서는 리더이지만 큰 조직에서 보면 서포터다. 대학원에서도 3학기를 서포터였다가 한 학기는 기대표를 하면서 리더가 되었다. 학창 시절에도 리더와 서포터를 번갈아 했었다.
내 경험에 비추어 나의 리더 자질을 판단해보면 10점 만점에 아마 6점 정도 되지 않을까? 한다.
내가 잘하는 점은 아마도 사람들의 마음을 읽는 것과 그들이 하는 일을 정리하고 방향이 옳은지 점검하는 것, 그리고 그들이 잘못한 일에 대해 책임을 지우지 않는 것 정도 일 것 같다.
부족한 점은 너무 많다.
첫째, 감정에 휘둘린다는 점이다. 정에 약해서 모질어야 하는 지점에서 모질지 못하다.
둘째, 후배들의 업무 처리 속도와 완성도가 부족하다고 느낄 때 가르쳐야 하는데 자꾸 내가 처리해버리는 점이다. (이건 요즘 많이 고치고 있다고 생각한다. 철저한 위임)
셋째, 카리스마가 부족하다. 요즘 카리스마형 리더가 인정을 받는 시대는 아니지만 그래도 리더는 약간의 카리스마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다그치고 윽박지르는 것이 아닌 그가 나와 함께 있다는 존재만으로 안심이 되는 그런 카리스마 말이다.
넷째, .... (자꾸 쓰자니 내가 초라해진다.)
내가 생각하는 이상적인 리더는 짐 콜린스의 저서 <Good to Great> (좋은 기업을 넘어 위대한 기업으로)에서 언급된 레벨 5 리더십을 갖춘 리더다.
존재하지만 그가 무엇을 하는지 모른다. 하지만 회사는 성장한다. 조직원들은 리더를 의식하지 않지만 분명 그가 존재함을 느낀다. 업무에 대한 위임과 책임을 명확히 체계화해 회사 내 조직과 계층 간의 역할과 의무를 다할 수 있도록 조율하는 역할을 잘하는 리더.
노자의 <도덕경>에서 추구하는 “상선약수”처럼 어디든 흘러갈 수 있고 스며들어 윤활유 역할을 해주지만 또한 형체가 없고, 틀에 맞춰보면 모양이 보이는 그런 리더이고 싶다. (써놓고 봐도 참 이상적이다. ㅎㅎㅎ)
내가 일하고 있는 회사는 매년 조직개편을 하기 때문에 리더들이 자주 바뀐다.
탑다운 방식으로 운영되는 회사이기에 리더의 역할이 크고 권한도 막강하다. 이 말은 리더의 능력이 곧 우리 부서의 능력이라는 말과 같다. 그만큼 우리 회사는 리더가 중요하고 내 상급자가 어떤 능력으로 어떻게 운영하느냐에 따라 조직의 분위기와 성과가 확연히 나뉜다.
사실 이런 조직은 현재에 맞지 않는 조직이 아닐까? 생각한다.
나라의 대통령도 투표권을 가진 국민이 선출을 하는 방식으로 운영하는데, 조직의 리더는 조직원들의 의견을 수렴해야 하는 것 아닌가 생각했다. 하지만 회사는 조직원들의 의견보다는 더 상위계층 리더의 의견을 통해 리더를 선발하는 방식이라서 과연 제대로 된 선정 방식인지 의문이 들었다. 이러다 보니 회사에서도 소위 개천에서 용이 나오는 경우가 거의 없어졌다.
현재 세계적으로 유명한 기업의 구조를 보면 수직적 계층구조보다는 수평 구조의 조직을 지향하고 있다.
의장이라는 대표는 있지만 그 외 조직은 수평 구조이고 그 조직은 목적에 따라 유기적으로 만들어지고 사라지기를 반복한다. 페이스북의 CEO 저커버그의 사무실을 보면 우리나라의 기업 구조에서 상상하기 힘든 일반 사원의 옆자리에서 함께 일하고 있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진정 내가 원하는 회사의 모습이다.)
리더는 창문을 등지고 앉아 조직원들의 바라보며 감시 아닌 감시를 하도록 만드는 사무실 구조를 버리고, 업무시간에 무엇을 하는지 관여하지 않으며, 아웃풋으로 명확히 평가가 이루어지는 회사의 리더가 되고 싶다.
많은 리더들과 함께 일을 했다. 좋았던 리더, 싫었던 리더가 분명 존재했다. 어떤 리더는 압박으로 부서를 이끌었고, 어떤 리더는 위임으로 팀을 리드했다. 또 어떤 리더는 부서에서 발생되는 모든 것에 관여하고자 했다.
지금 함께하고 있는 리더는 지금까지 만나 본 많은 리더들과 사뭇 다른 분이다.
조직원의 이야기를 들을 줄 알고, 자신의 생각 이전에 경험이 많은 부서원들의 의견을 존중한다. 참으로 신기한 것은 부서원들의 의견 속에서 오랫동안 우리들이 놓친 부분을 잘 찾아낸다는 것이다. 아마도 그의 다방면의 경험과 오랜 리더로서의 역량 때문일 것이다.
지금까지 내가 만나본 그 어떤 리더보다 많이 배울 수 있는 리더가 지금 내 옆에 있다. 그래서 지금의 일이 더 즐거운 것 같다.
그를 통해 나는 치밀함을 닦고, 소통의 깊이를 배운다. 듣기 능력을 더욱 기르며 실수하고 실패해도 든든히 받쳐주고 나를 인정해 주는 모습을 통해 나로부터 비롯될 미래의 내가 꾸릴 조직의 청사진을 그려본다.
언젠가 회사를 졸업하고 세상 밖에서 내 이름을 걸고 시작할 내 사업에는 분명 그동안 경험했던 많은 리더들의 그림자가 드리워져 있을 것이다. 그중 가장 뚜렷한 그림자가 지금 내 리더의 그림자가 아닐까 생각한다.
지금 내 리더가 진정 더 큰 무대로 올라설 수 있기를 진심으로 바라고, 그 뒤에서 열심히 서포트하는 내가 있기를 바란다.
언젠가 내가 리더가 되었을 때 나를 서포트해 주는 후배들도 지금의 나와 같은 마음이기를 바라본다.
- 작가 김경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