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경태 Jun 30. 2020

참 별것 아닌데 이걸 깨닫기까지 45년 걸렸다

: 시간이 느리게 간다는 것의 의미

내 기억을 가장 붙잡고 있는 나이는 열한 살이다.


초등학교 4학년. 지금 나와 함께 세상을 바라보고 있는 내 아내와 같은 반이 된 해이기도 하다.


내가 왜 열한 살에 집착했는지 잘 모르겠다. 하지만 마흔다섯인 지금의 내 삶을 통틀어 마음속으로 나이를 가장 많이 곱씹어 본 숫자는 명확히 11이다.


그때 나는 어렸지만 처음으로 어른스러운 생각을 가지게 되었다고 생각했었던 것 같다. 셜록 홈즈나 아르센 뤼팡의 책을 읽으며 그들과 비슷한 삶을 동경했고, 퀴즈나 추리에 연관된 책들을 열심히 읽었었다.


11살의 모든 순간이 기억나지는 않지만, 그 어느 나이보다 많은 추억이 자리하고 있다. 그래서 그때 나는 내 11살이 참 느리게 간다고 생각했었다. 어서 어른이 되고 싶었다는 의미이기도 했다.



마흔다섯이 된 지금 여전히 하루는 느리게 흐르고 있다.


최근 깨닫게 된 것인데, 루틴을 따라 살다 보면 시간이 빨리 간다는 거다. 매일 똑같은 일과를 기계처럼 반복하는 것, 그 흐름을 따라가다 보면 어느새 하루를 마감하는 시간에 내가 도착해있다.


매일 새롭지는 않지만, 매일 조금씩 변하고 있지만 이상하게 매일 똑같다는 생각을 한다. 그러다 가끔 루틴이 아닌 다른 일이 끼어들면 그 시간은 무척 느리게 흐른다.


마치 시험기간이 되면 시험 전 일주일은 세상 느리게 흐르지만, 시험 후 한 달은 금세 사라져 버리는 것 같은 그런 것...

시험은 나를 특별하게 만들어줬고, 내 생활 루틴을 깼고, 그래서 새로운 걸 하다 보니 기억할게 많아졌고, 그래서 시간이 느려졌던 거다. 그러다 시험이 끝나면 다시 원래의 루틴으로 돌아가기 때문에 흐르는 물에 몸을 맡기듯 그렇게 일상을 흘리게 되는 것이다.



이게 인생인가 보다.


그렇다면 내 삶을 좀 더 농밀하게 살아보고 싶다는 욕심이 생긴다면 어떻게 하면 될지 답이 나온다.


내 루틴에 일상이 아닌 새로운 이상을 끼워 넣으면 되는 것이다. 그리고 그 이상이 일상이 될 때 또 다른 이상을 더하는 방식으로 살아가면 되는 것이다.


그러다 보면 나는 기억할 것이 많아질 것이고, 초조해지는 순간이 올 것이다. 그 초조함은 인내를 이끌고 나는 참고 견디는 것을 배워갈 것이다.


 별것 아닌 이치인데, 이걸 알기까지  오래 걸렸다.


그래서 나는 오늘 내 삶에 또 한 가지를 더해본다.


도전”이라는 거창한 단어로 표현되지만 사실 아주 사소한 변화를 위한 움직임이다.


가슴이 뛴다는 건 살아있다는 것, 이 순간이 좋다는 것이다.


좋다.


- 브런치 작가 김경태 -


작가의 이전글 17년간 겪어본 회식문화 변천사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