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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경태 Mar 07. 2020

[Day 6] 아침은...

매일 아침 같은 시간에 일어나는 이유


새벽은 맑음


매일 새벽 3시 50분이면 눈을 뜬다. 이 생활도 이제 3년이 되어간다. 한 달전까지는 4시에 알람을 맞춰뒀었는데 10분을 당겼다. 당겨진 10분은 내게 또 다른 변화를 건네고 있다.

난 아침 6시 20분에 집을 나선다. 직장은 내 차로 이동하면 10분 정도면 도착하는 거리다. 집을 나서서 주차장에서 차를 운전해서 회사 주차장에 주차한 뒤, 테이크 아웃 음식을 가지고 사무실에 도착하는 시간은 6시 45분 정도다. 그 시간부터 회의 시작 전 1시간이 내 하루 업무 시간 중 가장 집중하는 시간이다. 그 1시간은 오로지 일에만 집중한다.



출근 전 2시간.


나는 나를  위해 새벽에 일어난다. 눈을 뜨고 침대에서 빠져나오는 순간부터 회사 책상에 앉기 전까지는 오롯이 내 시간이다. 나는 이 시간에 중독되었다.


매일 새벽 150분. 주 5일을 계산해보면 12시간이다. 주말에는 아침 8시까지 4시간가량 조금 더 시간을 낸다. 일주일 20시간 정도를 나를 위한 시간으로 만들었다. 잠자는 시간을 더해보면 일주일 중 하루를 나에게 선물하는 것이다. 1년 52주, 약 50일을 오로지 나를 들여다보는데 사용한다.

공기마저 차분한 이 시간, 나는 샤워를 하며 기분 좋은 음악을 듣고, 명상을 하고, 간단한 운동을 하고, 책을 읽고, 필사를 하고, 글을 쓴다. 새벽 시간은 매우 알차다. 방해하는 사람도 없고, 방해받을 일도 없다. 귀마개를 한 듯 아무런 잡음도 없는 고요함 속에서 나는 내 안의 나를 마주한다. 곁눈질하지 않으면 오롯이 집중이 가능한 아주 농밀한 시간이다. 이 적막함에 취해서 나는 이 시간에 중독되었다.

처음 두 달 정도는 침대를 빠져나오는 게 버거웠다. 그것이 수월해질 때 즈음부터 나만의 루틴이 생기기 시작했다. 처음엔 이것저것 시도해보는데 시간을 썼다. 무엇을 해야 할지 모른 채 이것저것 시도를 거듭했다. 일기를 써보고, 블로그에 글을 써보고, 책을 읽어보고, 필사를 해보았다. 영어공부를 하기도 했고, 프로그램 공부를 하기도 했다. 정해둔 목표 없이 이것저것 건드려보며 나에게 맞는 게 무엇인지 찾아가는 과정이 몇 개월 걸렸다. 그 기간 동안 여러 권 책을 읽었고, 블로그에 꽤 많은 페이지를 생각으로 채웠다. 그러다 보니 계속하고 싶은 것들이 생기기 시작했다. 그래서 계속하고 싶은 것들을 채우고 꾸준하지 못한 것들은 버리기 시작했다. 그렇게 나만의 새벽을 채워 나갔다.

몇 달에서 연 단위로  꾸준히 시간이 쌓이게 되면서 목표가 생겼다. 1년에 책을 150권 정도 읽겠다고 결심했고, 읽은 책마다 리뷰를 쓰겠다고 다짐했다. 마음에 드는 책은 베껴 쓰기를 하고, 내 머릿속 흩어지는 생각들을 잡아 줄 메모 습관을 만들기로 결심했다.




처음부터 4시는 아니었다.


시작은 5시였는데, 회사 출근 시간을 당기면서 일어나는 시간도 그에 맞춰 당겼다. 나만의 시간에 커다란 만족감을 갖고 있었기 때문에 시간을 줄이기 싫었다. 글 서두에 언급했듯 최근 10분을 더 당긴 것 또한 이와 비슷한 맥락이다.
4시와 3시 50분은 10분 차이지만 30분 정도의 차이를 누릴 수 있다고 생각했다. 4시 알람에 맞춰 잠을 깨고, 씻고 차를 마시며 서재 책상에 앉으면 4시 30분에 시작을 기대하는 나를 볼 수 있지만, 3시 50분에 깨면 앞선 모든 걸 4시에 맞춰 끝내고 싶은 마음에 행동이 빨라진다.

이렇듯 새벽에 커다란 틈을 만들어 사용하다 보니 내 삶에 서두름이 없어졌다. 아침 일기를 쓰면서 하루를 기획하다 보니 오늘 할 일을 놓치는 경우가 점차 줄었고, 지금 하고 있는 반달 쓰기 같은 꾸준함을 목표로 추진하는 일에 대한 두려움이 사라졌다. 무엇보다 주변 사람들이 내 꾸준함을 인정하기 시작했다. 동료들에게 "~~한번 해봐야겠다"라고 말하면 해내는 그런 사람이 되었다.

무엇보다 새벽이 좋은 이유는 내가 진짜 하고 싶은 것을 가장 맑고 안정된 상태에게 가장 먼저 할 수 있기 때문이다. 큰 결심을 하고 실행을 해도 일상 중에는 변수가 잦다. 어쩌다 보면 시간을 놓치기 마련이다. 하지만 새벽은 누구도 내게 변수를 던지지 않는다. 그래서 나는 내 목표로 나아가는 매일의 과업을 이 시간에 대부분 해낸다.

변화가 있을 거라 기대하며 시작한 행동이었고, 점점 변화를 느끼고 있다. 이젠 뭐든 새벽 시간을 통해 다 해낼 수 있다는 믿음이 생겼다. 나는 이 시간을 놓칠 수 없다. 그래서 나는 오늘도 이 시간에 글을 쓰고 있다.

요즘은 겨울이라 아침 해가 늦다. 출근하는 차에서도 떠오르는 해를 보지 못하고 사무실 책상에 앉아 창문으로 해를 마주한다. 봄에서 여름으로 갈 때쯤 새벽을 마무리하는 시간에 태양을 서재 앞 창을 통해 마주한다. 그 순간이 참 좋다. 매일 떠오르는 태양을 보면서 매일 새로운 결심을 한다. 매일 이루어지는 이 창조적인 루틴이 참 좋다.

나에게 아침 이런 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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