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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경태 Jul 05. 2020

왜 결심은 주말이면 흐트러질까?



언젠가부터 주말이 다가오면 삼장이 쿵쿵거리기 시작했다.

주말과 주중이 특별히 달라질 것이 없었던 대학생 시절을 거쳐 직장인이 되고 나서 그 진동의 강도가 세졌다.



처음에는 “ 기대했던  같다.


주중에 회사에 종속되었다는 기분이 들었고, 금요일 17시가 되면 마치 그 족쇄가 풀리는 것처럼 일종의 해방감이라고 할까? 열심히 강남으로 종로로 분당으로 친구들을 만나러 나섰고, 밤새 술을 마시고 이야기를 나누며 주중의 설움을 쏟아냈다. 취한 몸을 이끌고 친구 집에서 쓰러졌고, 다음날 늦게 일어나 친구와 함께 쓰린 속을 달래고는 돌아왔다. 내방 침대에서 쓰러져 오후를 보냈고, 몸이 정상 궤도에 돌아올 때 즈음이면 영화나 드라마 아니면 책을 보면서 밤을 잊고 ‘어떡하면 시간을 알차게 보낼 수 있을까?’ 궁리했다.
그리고 막상 일요일 저녁 늦게 드는 생각은 이랬다.

‘아! 이번 주말도 참 별것 없이 흘러버렸네. 하고 싶은 게 많았었는데...’



중학생 때였던가?


처음으로 독서실을 끊고 친구들과 함께 공부하던 날이 기억난다. 정확히 말하자면 공부하려 했던 날이다.
의욕이 앞서서 열심히 시간계획표를 짰고, 네댓 과목은 공부할 것이라 책가방이 터져라 문제집과 참고서를 챙겨 독서실에 갔다. 처음 계획했던 독서실에는 자리가 없어서 독서실을 찾는데 1시간을 넘게 허비했고, 자리 잡은 독서실에서는 책상 앞에 낙서가 너무 많아 그것들을 읽고 지우는데 한참을 보냈다. 공부를 시작하려니 친구들이 배고프다며 점심을 먹자고 해서 함께 식당을 찾아가 밥을 먹었고, 배도 꺼뜨릴 겸 오락실에 잠시 들렀다 가자고 해서 오락을 하고 다시 자리에 왔더니 오후 3시가 넘어있었다. 공부를 안 했다는 것보다 부모님을 속이고 있다는 것이 불편했었던 기억이 난다.

그때도 그랬다. 주중에는 주말이면 독서실에서 정말 열심히 공부해야지 마음을 먹어도 주말이면 항상 놀고 싶은 마음이 앞서서 주중보다 훨씬 공부량도 적었고 집중도도 떨어졌었다.




지금 돌이켜 생각해보면 “주말 “특별하게 생각하는  순간부터 모든 것이 흐트러진다는 생각이 든다.


주중의 삶은 매여있는 시간 속에서 특별함을 발굴하기 위해 노력하지만, 주말은 특별함 속에서 특별함을 찾자니 더 특별할 게 없다고 할까?

이런 생각을 하게 되면서 언젠가부터 주말에 넷플릭스를 틀고, 낮잠을 자고, 오락 패드를 들고, 빈둥거리는 것이 불편해지기 시작했다. 뭐라도 하자는 마음과 특별하지 않은 일상으로 만들자는 생각이 든 것이다.

그러면서 요즘 조금씩 주말이 달라지기 시작했다.



토요일 새벽이면 평소에 하던 독서와 글쓰기 대신 스트레칭과 5km 달리기로 몸을 쓴다. 힘들게 뛰고 나면 정말 개운하다. 축축이 젖은 옷을 갈아입고 사우나로 출발해 마치고 나오면 8시가 조금 넘는다. 그리고는 바로 집 앞의 커피숍으로 간다. 그곳에서 좋은 음악과 시원한 아이스 아메리카노와 함께 책과 글과 사색을 즐긴다.

오롯한 내 시간을 3시간 넘게 즐기다 보면 사랑스러운 아내와 아이들에게서 연락이 온다. 그러면 이제 아빠로서의 주말이 시작된다.

주말의 오전을 꽉 채우다 보니 주말이 흐트러졌다는 생각이 줄었다. 그리고 늦은 오후에는 집 청소를 한다. 아내는 쉬어도 나는 혼자 꼼지락거리며 청소한다. 그러다 보면 아내도 조금씩 무언가를 하게 된다. 쓰레기를 정리하고 바닥을 닦고 치우다 보면 매우 상쾌해진다.

이제는 요리를 한 가지씩 해보려고 한다. 음식 장만하기를 너무 싫어하는 엄마와 음식 장만을 해야만 하는 주부 사이에서 아내는 항상 위태롭게 머문다. 그래서 주말에 내가 할 수 있는 요리를 한두 가지 만들어 보려고 한다.
가장 쉬운 것부터 해 볼 생각이다.

오랜 기간 주말이 다가오면 “이번엔 꼭 이걸 해야지?”라는 결심으로 시작된 주말이 일요일 저녁 “이번에도... ㅠㅠ”라며 우울함을 안겨줬는데, 이제 조금은 그걸 전환시킬 방법을 발견한 것 같다.

제법 괜찮은 주말 루틴인데 무언가 하나씩 더 채워갈 수 있으면 더 좋겠지?

또 고민해봐야겠다.

- 브런치 작가 김경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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