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늘부터 제가 딱 결정해드립니다.
“이것으로 할게요.” (I’ll take this one.)
예전 미국 연수중에 가게에서 가장 많이 했던 말이다.
난 딱 부러지는 놈이었다. “좋으면 좋다, 싫으면 싫다.” 명확한 놈이었다. 20대의 나는 눈치가 없었고, 눈치를 보지도 않았다. 그냥 내 좋은 대로 막살았다. 마치 방종 같은 자유라고 할까? ㅎㅎㅎ
결정장애가 생겼다.
이건 “짜장면을 먹을 것인가? 짬뽕을 먹을 것인가?”의 문제였다. 물론 위 결정은 한 끼 밥이지만 그것보다 훨씬 비중이 큰 문제들 앞에서 언제나 나는 결정을 미루고 있었다.
가족에 관한 문제에 있어서는 결정을 잘하는 편이었는데, 이상하게도 나 자신에 관한 문제 앞에서는 항상 결정을 미루는 나를 알게 되면서 이 문제를 생각해보기 시작했다.
“나는 왜 결정을 미루는 것인가?”
첫 번째는 직장 선택이었다.
2003년 취업을 준비하면서 몇 군데 원서를 넣었고 면접을 보았다. 그중 대기업은 두 군데였는데 지금 내가 일하고 있는 삼성전자와 두산그룹이었다. 두 기업 모두 비슷한 시기에 서류전형과 면접이 진행되었다. 삼성은 2차 인성면접까지 보고서는 결과를 기다리고 있었고, 두산은 그해 처음으로 그룹 인력 공채를 모집해서 국내 최고 대우를 해준다며 대대적인 홍보를 했는데 3차 그룹 회장 면접까지 보게 되었다.
결과는 두 군데 모두 합격했다. 삼성과 두산 모두 12월 말에 그룹 연수를 시작했고 결정을 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사회생활을 전혀 모르는 관계로 나는 부모님과 주변 지인들에게 의견을 구할 수밖에 없었다.
그때 내가 중점을 둔 것은 바로 회사의 위치였다. 삼성전자는 기흥에 있는 사업장이었고, 두산은 논현동 본사였다.
나는 서울에서 직장생활을 하고 싶었기에 두산을 골랐다.
아빠와 엄마도 갈렸다. 아빠는 삼성을 엄마는 두산을 선택했다. ㅎㅎㅎ
결정을 며칠 앞두고 부산 집에서 연락이 왔다. 두산의 회장께서 축하 꽃다발을 보냈다는 거다. 이런 거 받고 안 가도 되는 거냐? 라며 물어보셨다.
최종 결정은 부모님이 하셨다. 부모님께서 여러 경로로 물어보시고는 삼성에 갔으면 한다고 했고 나는 결정을 따랐다. 사회생활을 전혀 모르는 상황에서 그 결정을 따르는 것이 맞다고 생각했다.
생각해보니 내 인생인데 나는 부모님의 결정을 따랐다. 그리고 17년째 이 곳에서 회사생활 중이다. 잘 다니고 있다. 내가 두산그룹에 입사했다면 내 삶은 지금과 많이 바뀌었겠지? 서울 시티즌이 되었을까? 아니면 또 다른 지방의 어느 곳에서 근무하고 있을까? 아니면 두산이 아닌 다른 무언가를 하고 있을까?
지금처럼 자기 계발을 하고, 글을 쓰고, 책을 읽고, 유튜브를 통해 사람들과 만나고 있을까?
모를 일이지만 내 결론은 어디를 갔더라도 나는 이 길로 들어섰을 것 같다는 생각이다.
두 번째는 책을 쓰겠다는 결심을 할 때다.
똑같았다. 누구의 버킷리스트에도 있을법한 “내 이름으로 된 책 한 권 출판하기”가 내 버킷에 있었을 뿐이다.
“언젠가”라는 막연한 단어를 “올해는”이라는 단어로 구체화했을 뿐이었다.
왜 책을 써야 하는지 이유를 찾지 못했다. 그냥 쓰고 싶었다. 막 그러고 싶을 때 있지 않은가?
문제는 “왜?(why)”가 아니었다. 내가 그 결심에서 맞닥뜨린 문제는 “무엇을?(what)”이었다.
쓰긴 쓸건대 뭘 써야 되는 걸까? 잘하는 것도 없고, 잘난 것도 없는데 내 40년의 인생을 통해 내가 사람들에게 알려주고 싶은 스토리가 있을까?...
오랜 고민을 할 줄 알았다.
책 쓰기를 염두에 두고 고민을 하다 보니 네이버나 다음의 검색창에 책 쓰기를 검색해보게 되었고 관련된 서적과 사람들이 많이 있는 것을 발견하게 되었다. 도서관에서 책 쓰기 관련된 책을 읽다 보니 몇 명의 전문가들을 알게 되었고 그들 중 한 명을 만나러 출발하게 되었다. 그와 책 쓰기 관련 상담을 했다. 그에게 2~3분 정도 내가 책을 쓰고 싶은 이유를 이야기했을 때 그는 내게 “제가 책을 쓰게 해 드리겠습니다.”라고 했다.
‘뭐지?’
그가 잠시 건네들은 내 이야기 속에서 “책” “독서”라는 말을 여러 번 했었던 기억이 난다. 그리고 그가 “독서를 주제로 책을 쓰시면 되겠네요.”라고 말했다.
맞다. 그가 그렇게 결정해주었다.
내 40년이 넘는 인생에서 내가 그토록 오랫동안 지속해왔던 내 독서를 그가 알아본 것인지? 내가 알아보지 못한 것인지는 잘 모르겠다.
하지만 그날 나는 커다란 충격을 받았다.
‘내가 가장 잘 아는 내 인생을 어떻게 그렇게 쉽게 결정할 수 있지? 제대로 된 생각이 맞을까?’
의심이 가득했지만, 다른 주제를 결정 못한 나와 “독서”라는 주제가 끌리는 나는 일단 그 방향으로 글을 써보자 마음먹었다.
그리고 3년.
나는 두 권의 책을 썼고, 독서에서 자기 계발로 약간 발을 넓힌 책 읽고 글 쓰는 사람이 되었다. 그리고 책을 읽고 정리하고 글을 만들어내는 오랜 고민의 시간 동안 알게 된 것이 하나 있다.
그건 바로 “결정”은 시기가 중요하다는 것이었다.
앞의 직장을 선택하는 문제에서 언급했지만 어느 길로 갔더라도 나는 지금 글을 쓰고 있는 이 길로 왔을 것이다. 아니 그렇게 될 거라고 믿는다. 그래야 지금 내 길이 올바른 길이 되기 때문이다.
명확한 목표가 있고 꾸준한 시도와 노력이 더해진다면 무조건 그곳에 도착하게 되어있다.
의심하지 않으면 되는 것이다. 사실 결정은 부수적인 것이었다. 이 부수적인 절차 때문에 시작을 미루고 있었던 것뿐이다.
내가 “독서”를 내 삶의 키워드로 정한 그 순간.
내 모든 삶의 파편들은 독서를 위한 하나의 좋은 에피소드가 되었다. 내가 읽은 책은 모두 내 글의 피와 살이 되었고, 내가 읽게 될 책은 내 성장의 모멘텀이 될 것이었다.
스티브 잡스가 스탠퍼드 대학 졸업사에 말했던 Connect the Dots 가 떠올랐다. 내 삶의 모든 점들을 하나의 실로 꿰어 내 독서에 가져다 붙일 수 있었던 것이다.
그러면서 나는 “결정장애를 극복하는 아주 쉬운 방법”을 알게 되었다.
그건 바로 결정 못하는 그것들을 사다리에 넣고 돌려서 나오는 것을 실행하면 된다.
빨리 실행을 하는 것이 중요하지 결정을 위해 시간을 미루는 것은 틀린 결정이라는 것이 내 답이다.
정말 결정이 틀렸다면 결정전에 그것을 알아채는 것보다, 실행을 하면서 틀림을 직감하는 순간이 더 빠를 것이다. (물론 아닌 경우도 있겠지만...)
결정전에 분명 결정전에 다방면으로 고민은 하길 바란다. 하지만 과거의 나처럼 결정을 못해 타인에게 기대거나 실행을 미루지는 말라고 주장한다.
타인의 결정을 따르는 것은 핑계를 만드는 좋은 방법일 뿐이다. 내가 주도적으로 내 삶을 결정할 때 진짜 맛깔난 내 인생이 펼쳐질 것이다.
당신의 결정장애를 오늘부터 바로 극복해나가길 응원한다.
- 브런치 작가이자 유튜버 김경태 -
(* 유튜브에서 “닥치고독서티비” 검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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