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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경태 Aug 04. 2020

할 줄 아는 게 공부밖에 없어서...

 | <1년만 더 해볼게요>를 읽고



이 책 <1년만 더 해볼게요>는 삼반수(재수 + 반수) 기간 동안 정말 열심히 노력하여 교대에 입학한 저자의 이야기다.

지금 대학 입시를 준비하고 있는 분들이나 그 외 국가고시를 준비하고 있는 사람이 읽어보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책 속에 나열된 모든 일들이 사실(!)인지는 알 수 없지만, 그녀의 공부에 대한 열정과 노력 하나만으로도 이 책을 읽을 가치는 충분하다고 생각한다.

단순히 열심히 공부만 한 이야기는 아니다. 물론 기막힌 반전도 있으니 읽어보시기를 추천한다.


나는 이 책을 읽으면서 “공부”라는 것이 대체 무엇인가?를 생각해보게 되었다.



어릴 때부터 자연스럽게 공부를 해야 한다는 환경 속에서 우리는 자랐다. 내 부모세대는 가난 때문에 공부를 하지 못한 경우가 많아 자식에게만큼은 가난을 대물림하지 않기 위해 악착같이 아끼고 모아 공부를 시켰다.
그렇게 부모의 피와 살을 갈아 만든 돈으로 공부를 하게 된 자녀들은 부모의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 밤잠을 설쳐가며 공부했고, 그 덕분에 그들은 좋은 대학과 좋은 직장, 좋은 직업을 갖게 되었다. 또, 부모의 노력과 자식의 노력이 더해져 나라는 발전에 발전을 거듭했다.


현재. 2020년.

지금도 아이들은 열심히 공부한다. 나때도 대학 입시라는 것에 목을 매고 열심히 공부했었지만 지금도 아이들의 목표는 대학이다. 대학의 간판이 남은 인생의 전부를 좌우할 것처럼 그렇게 우리들은 시험공부를 했고 지금도 여전하다.
 
사실 나는 성적이 제법 좋은 편이었다. 그런데 지금 돌이켜보면 나는 중고등학교 심지어 대학에서 배운 공부가 내게 어떤 도움이 되는지 그때는 알지 못한 채 공부했다.

왜 공부를 해야 하는지 알지 못한 채 하는 공부는 방향이 없다. 공부를 잘하면 성공한다는 말도 거짓말이다.
 
내 삶에 어떻게 쓰일지도 알지 못한 채 어려운 미분과 적분을 푸는 기술을 익혔고, 시조와 문학을 조각조각 분해해서 암기했다. 심오한 이해력과 생각의 크기를 변화시킨다는 본래의 목적을 가르쳐주는 사람은 없었다. 그냥 외웠고 정답이라는 것을 빨리 찾는 연습에 익숙해졌다. 그렇게 나는 제법 답을 잘 찾는 학생으로 길러졌다.

학창 시절 내가 배웠던 이론들이 내 생활에 쓰이는 걸 깨닫게 된 것은 회사에서였다. 회사는 나에게 자꾸만 “왜?”라는 질문을 던졌고, 나는 그 질문에 답을 찾아가면서 점점 공부가 필요하다는 것을 느꼈다.

그리고, 다시 공부하면 제대로 잘할 수 있을 거라는 헛된 자신감이 생겼다.



이 책 <1년만 더 해볼게요>를 읽어보면 주인공이 재수를 하고 삼반수를 하는 과정에서 그녀의 아픔이 고스란히 느껴진다. 무엇보다 그녀가 두려운 것은 “미래”였다. 그리고 대입에 실패한 그녀가 할 수 있는 것은 오로지 “공부”뿐이었다. 그래서 지금 할 수 있는 공부를 위해 일상을 다시 재설정하고 미친 듯 공부한다.
하지만 원하는 학과에 진학하지 못하면서 그녀는 또 한 번 좌절한다.

물론 이 책의 후반부로 갈수록 점점 이 고난을 슬기롭게 극복해가는 그녀의 생활 모습에 저절로 감정이입되었다. 그리고 어느덧 그녀를 응원하고 있는 나를 발견했다.

앞서 말했지만 결론은 말하지 않겠다.
하지만 내가 만약 그녀라면 나는 쉽게 그런 결정을 하지 못했을 것 같다. (물론 그녀가 쉽게 결정한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대학입시를 준비하는 수많은 학생들이 공부하는 이유를 알고 공부할 수 있는 그런 교육 체계가 마련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이제 겨우 중학교에 입학한 내 첫째 녀석도 주중과 주말을 가리지 않고 열심히 학원 뺑뺑이를 돈다. 왜 공부하는지도 모른 채 그냥 부모의 기대를 충족시켜주기 위해 그렇게 다니는 것이다.
그리고 부모는 학원비를 감당해내면서 그 돈의 무게만큼 애써 위안을 얻는다. 내 아이는 내 능력으로 인해 좋은 교육을 받고 있다는 생각 말이다.

부모들에게 믿음을 잃어버린 학교 교육과 학원 사업의 마케팅과 언론이 조장하는 위기의식과 부모의 돈과 위안 그 사이에 존재하는 커다란 시장 속에서 아이들은 목적 없는 공부에 허우적대는 것 아닐까? (너무 염세적인 것일까?)

그냥 이런 생각이 들었다.
책이 말하는 주제와는 조금 동 떨어져 있지만 그래도 이런 생각을 해볼 수 있어서 좋았다.

#1년만더해볼게요 #서림 #메리포핀스북스

- 브런치 작가 김경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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