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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경태 Aug 10. 2020

집이 당신에게 건네는 소중한 3가지 의미

  | 집의 소중함을 느끼며 삽니다.



지금 내가 살고 있는 집은 얼마 전 7월 30일로 만 3년째 살고 있다. 



최근 3주년을 맞이하여 입주 때 하지 못했던 시스템 에어컨 설치를 했다. 코로나 19로 인해 등교하지 않는 아이들 둘을 데리고 에어컨 설치를 하다 보니 작업을 진행하는 새벽 6시부터 저녁 7시까지 갈 데 없는 우리 네 식구는 차 안에서 그리고 커피숍과 음식점을 전전긍긍하며 시간을 보냈다. 그날 저녁 에어컨 설치가 완료된 집에 돌아와 간단히 청소만 끝낸 후 우리는 피곤에 절어 휴식에 들어갔다. 본격적인 청소는 주말을 이용해서 하기로 하고 일단 쉬었다.



집이 아닌 공간에서 13시간 정도를 머무르다 보니 아이들도 많이 피곤했나 보다. 우리 네 식구는 곧바로 곯아떨어졌다. 다음날 잠에서 깬 딸의 첫마디가 이랬다.



"아빠! 맨날 있던 집인데, 어제 하루 집에 있지 못하다 보니 집이 얼마나 소중한 지 알게 되어버렸어!"



이건 정말 이사에 준하는 공사였다.



또, 지금 이 순간



4박 5일간의 부산에서의 일정을 마치고 복귀했다. 집에 들어오자마자 아내와 나는 짐 정리에 정신이 없었고, 아이들은 옷을 갈아입고 가장 편안한 마음가짐으로 자신이 하고 싶었던 것을 하고 있다.


아들 녀석은 컴퓨터를 켜고 친구들과 오락을 시작했고, 따님은 안방 침대에 누워 <동물의 숲>을 하면서 강아지들과 놀고 있다. 아들이 말했다.


"아빠! 집이 제일 좋아. 그리고 우리 집 컴퓨터가 제일 좋아."



집수리와 휴가를 보내면서 나는 집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 볼 기회를 가졌다. 퇴근하면 차를 몰고 찾아오는 곳, 당연히 내 침대가 있고, 내 책상이 있고, 책이 있고, TV가 있고, 음식이 있고, 가족이 있는 곳. 돈을 주고 구입했지만, 돈 이상의 가치를 만들어 가는 곳. 


이렇듯 소중한 집이 가족에게 안겨주는 의미를 3가지로 정리해보려고 한다.


(최근 홍수와 침수로 인해 집을 잃게 되신 분들에게는 심심한 위로의 마음을 전합니다.) 





1. 안식처



여유, 휴식, 편안함


지금 이 순간 나는 이렇게 소파에 앉아 노트북을 쿠션에 올려놓고 글을 쓰고 있다.


그 어떤 의미보다 "집"이라는 공간이 가지는 의미는 휴식이 아닐까?



여행이 즐거운 이유는 일상에서 벗어나는 것에 있다고 했다. 여기서 말하는 일상이 바로 나의 항상성을 유지시켜주는 곳 바로 집이라는 공간이다. 우리가 퇴근을 기다리는 이유는 집으로 갈 수 있다는 기대 때문이다. 



즉, 집은 휴식이고 쉼터이고 안식처다. 하루를 시작하는 곳이자 하루를 마무리하는 곳. 그리고 그곳에는 피를 나눈, 또는 피보다 진한 정을 나눈 생명이 존재한다. 물론 혼자일 수도 있다. 집은 나만의 프라이빗 한 공간이라는 의미가 중요하다. 어쩌면 인간은 자신이 인지하고 싶지 않은 누군가로부터 격리(?)나 차단(?) 되고 싶어 하는 욕구를 가지고 있는지도 모른다.



공간으로서의 집은 그만큼 우리 각자의 삶에 커다란 영향을 미치고 또한 소중한 가치를 건네기 때문에 우리는 집이라는 공간에 특별히 애착을 가지고 집착하는 것 아닐까? 사실 비싼 집, 넓은 집, 좋은 집은 휴식이라는 1차적인 문제를 해결함에 있어서 큰 영향을 끼치지 못한다고 생각한다. 좁고, 쾌적하지 못하고, 안락하지 못하다고 해도 나만의 공간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우리는 안식을 얻기 때문이다. 



예전 군 생활을 할 때 힘든 훈련을 마치고 내무반으로 복귀하는 것만으로도 입가에 미소가 돌았다. 집이란 바로 그런 곳이다. 생각만 해도 입가에 미소가 머금어지고, 문을 열고 들어서는 순간 내 몸의 긴장이 녹는 곳.





2. 가족


함께라고 말하고 같이라고 읽는다


집을 떠올리면 동시에 가족이 떠오른다. 집은 가족이 함께 생활하는 공간이다. 하지만 집은 공간이라는 3차원적인 장소의 개념을 넘는 가치를 가진다. 그 가치의 시작이 바로 가족이라는 공동체다. 


가족은 집을 구성하는 가장 기본적인 구성원이다. 앞서 언급한 휴식과 안식처라는 개념이 집의 뼈대라고 한다면 가족은 집을 구성하는 알맹이다. 가족은 내가 살아가는 이유이자 내 존재의 이유를 말해주는 상대다.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다. 여기서 말하는 사회의 가장 기본이 되는 것이 가족이고 우리는 가족 안에서 가장 기본적인 역할과 책임 그리고 의무를 배운다. 우리는 부모로부터 세상을 사는 방법을 배웠고, 그것을 응용해서 지금을 살아가고 있으며, 내 자녀에게 내 삶의 방법을 전수하고 더 나은 삶을 전해주고자 노력한다. 이 모든 활동의 이유가 바로 가족을 유지하기 위해서다. 



가족은 삶을 함께 사는 사람을 의미한다. 따라서 집이라는 단어 안에는 가족이 들어있다. 영어에도 House와 Home이라는 두 개의 단어가 있다. make yourself at home이라는 숙어에 home 대신 house를 쓸 수 없는 이유가 바로 1번에서 언급한 집이라는 개념과 2번에서 말하고 있는 집(가족)이라는 개념의 차이 아닐까?






3. 출발점


삶이라는 인간의 본질적인 가치의 시작점



세 번째 개념은 1번과 2번을 이어주는 그 어는 지점에 존재한다. 



우리 개개인은 특정한 시점 특별한 지점에서 삶을 시작한다. 이렇게 시작되는 각자의 인생은 장소를 옮겨가면서 육체적으로 성장하고 정신적으로 여물어진다. 그 육체와 정신의 성장 속에는 항상 같은 장소와 같은 사람들 사이의 만남이 중첩된다. 그 구심점에 바로 "집"이라는 개념이 존재한다. 



나는 이 의미의 "집"을 "출발점"이라는 단어로 표현해보았다. 어찌 보면 뫼비우스의 띠처럼 끝없이 계속되는 삶 같지만 이런 신비로운 띠 역시 두 바퀴를 돌면 같은 지점에서 만나게 되듯, 우리는 매일 새롭고 다른 시간의 삶을 살지만 (또 유한한... 어쩌면 무한한) 집이라는 한 지점에서 매번 다시 시작하는 되풀이되는 삶을 살고 있다고 말할 수 있다. 


영화 <사랑의 블랙홀>이나 <엣지오브 투모로우> 같다고 할까? 암튼 집은 매번 방전된 자아를 충전시켜주고, 눈을 뜨면 새로운 하루를 맞이하게 해 준다. 그래서 집은 인간에게 WOMB 같은 존재다.






단지 집수리를 했고, 휴가를 다녀왔을 뿐인데 집에 들어오면 바깥과는 다른 포근한 공기의 질과 가족의 체취를 느낀다. 집은 엄마이고 아빠다. 나는 집에서 자식이 되기도 하고 부모가 되기도 한다. 집은 그렇게 나를 구성하고 있다.



단순한 공간이 아닌 내 삶의 시작이며 어쩌면 우리 가족의 전부를 포함하고 있는 곳인지도 모르겠다.



이렇듯 집은 너무나 소중한 존재로 나에게 다가온다.


특히 오늘은 더...



- 브런치 작가 김경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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