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만 여기서 공부 잘되는거 아니죠?
(먼저 특정 상표에 대한 홍보가 아님을 밝힙니다.)
커피값 4000원이 아깝다고 생각하던 시절이 있었다. 사실 나는 커피를 마시지 않던 사람이다. 내가 커피를 마시게 된 것은 순전히 많은 사람들과의 약속이 그곳에서 잡히게 되면서였다. 그리고 그들이 주문을 하는데 “저는 커피 안 마셔요!”라고 말하는 것도 한두 번이지 괜히 상대를 무안하게 하는 것 같다는 생각을 하게 되면서 자연스럽게 같이 주문을 하게 되었다.
그렇게 한잔 두 잔 마시다 보니 커피가 조금씩 좋아지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스타벅스나 투썸플레이스 같은 곳에서 자연스럽게 주문을 하는 친구들이 멋있어 보였다.
“사이즈는 뭘로 하시겠어요?” “그랑데요”... ‘근데 그랑데가 뭐지?’
“자바칩 프라푸치노 주세요!”... ‘저건 어떤 음료지?’
이랬던 순간이 있었는데, 어느덧 나도 자연스럽게 매장에서 주문을 하게 되었다. 그리고 점점 커피라는 본래의 목적보다는 분위기를 찾아 그곳에 들르게 되었다.
주말 아침이면 나는 이른 시간에 가방을 챙겨 집 앞의 스타벅스로 출근한다. 주중에는 회사에 출근을 했다면 주말에는 스타벅스에 출근하는 것이다.
마치 학창 시절 공부할 참고서를 잔뜩 짊어매고 도서관에 가는 것처럼, 이것저것 내 미래를 위해 준비하는 시간을 그곳에서 맞이하는 것이다.
대체로 그곳은 깨끗하고 향이 좋고 테이블이 큼직해서 맘에 든다. 그리고 간단히 허기를 채워 줄 영양가 있어 보이는 음식들이 있다.
보통 문을 여는 8시 정도에 가서 12시까지 4시간 정도를 보낸다. 그동안 나는 책을 읽고, 글을 쓰고, 계획을 하고, 상상을 한다. 혼자 보내는 그 시간이 내게는 비타민 같은 시간이다.
내가 스타벅스를 찾아서 자기 계발 공부를 하는 이유는 그곳에서 유독 공부가 잘되기 때문이다.
곰곰이 생각해보았는데 스벅이 공부가 잘되는 이유는 크게 아래 3가지로 정리해볼 수 있을 것 같다.
1. 마음가짐
사실 휴일 아침 이른 시간에 이곳을 찾는 것은 하나의 의식 같은 것이다. 비단 “스타벅스”가 아니어도 상관없다. 더 가까운 곳에 “투썸플레이스”가 있는데도 내가 굳이 스타벅스를 찾는 이유는 의자가 편하기 때문이다. 투썸의 의자는 이상하게 내 앉은 자세에는 조금 불편하다. 커피도 좋고 케이크도 좋다. 하지만 의자가 조금 불편해서 내가 찾지 않을 뿐이다.
동료들이 늘어지게 자고 있을 그 시간에 내가 그곳을 찾는다는 것은 내 마음이 ‘그렇게 하고 싶다.’라는 것이다. 그래서 사실 스벅이 공부가 잘되는 첫 번째 이유로 “마음가짐”을 말했지만 이건 어디이건 상관이 없다. 하지만 내 몸이 익은 장소가 좋고, 거의 첫 손님으로 방문하게 되면 항상 내가 앉아서 내 공부하는 자리와 주변을 세팅할 수 있다. 그 익숙함에 매료되었다. 익숙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집중하게 되고 몰입이 시작되는 텀이 짧다. 그게 좋다.
직장인에게, 특히 아이들이 있는 아빠에게 주말의 나만의 시간은 보석이다. 그래서 나는 그 보석 같은 시간에 가장 효율을 높일 수 있는 공간을 발견했고, 그곳으로 출근하는 것이다.
2. 분위기
지금은 코로나 19 때문에 도서관 열람실이 문을 닫았지만, 예전에는 도서관 열람실을 갔던 적이 있다. 그런데 도서관 열람실이 내게 맞지 않다고 느낀 것은 내 키보드 타이핑 소리가 신경 쓰인다는 것, 도서관 오픈과 동시에 가면 한 시간 정도는 청소하시는 분들이 들락거려 방해가 된다는 것, 겨울이나 여름에는 냉난방을 미리 해두지 않아서 춥거나 덥게 느껴진다는 것 때문이었다.
주말 아침 1시간은 내게 정말 보석 같은 시간인데 그 시간 중 일부를 다른 조건 때문에 방해받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나는 도서관 대신 비용을 지불하고 스타벅스를 찾았다.
이곳은 대부분 혼자 오는 사람들(혼공족)이 많다. 그들은 노트북이나 패드를 펼치고, 이어폰을 꽂고 각자 공부에 집중한다. 커다란 책상 맞은편에 앉아있는 사람조차도 앞사람과 옆사람이 무엇을 하는지에 대해 관심 없다. 모두 자신의 공부에 몰입한다. 조금 안타까운 경우는 엄마가 아이들을 여럿 데리고 오는 경우다. 그럴 경우 노이즈 캔슬링 기능을 갖춘 헤드폰이나 이어폰이 빛을 발휘한다. 아무튼 조금은 어수선하지만 그 속에서 내 집중을 느낄 수 있어서 좋다. 이런 걸 화이트 노이즈라고 하던가?
특히, 나는 일부러 비 오는 소리나 파도소리, 물 흐르는 소리를 헤드폰으로 들으며 집중한다. 가끔 이 소리조차도 생각에 방해가 되는 경우도 있지만 이 규칙적인 소음이 내 귀에서 사라지는 그 순간 나는 오롯이 집중하고 있음을 느낄 수 있어서 자주 이 방법을 활용한다. 몇 년 전부터 <FOCUS> 어플을 사용하는데, 여러분들도 한번 사용해보길 권해본다. 회사에서도 집중을 제법 잘하는 편이고, 집중하면 옆 사람이 말 거는 것도 모르는 경우가 많은데 이 어플 덕분에 집중력을 많이 키워낸 것 같다는 생각을 한다.
암튼, 스타벅스는 혼자 공부하기 제법 좋은 분위기를 갖추고 있다. 책상 위로 바로 떨어지는 밝은 조명과 넓은 책상, 쾌적한 인터넷 속도, 커피 향. 특히 여러 층으로 구성되어 있는 곳이면 아마도 주문하는 곳이 없는 층에는 혼공족들이 아주 많을 것이다. 각자 공부하지만 함께 공부하는 느낌이 들어서 더 좋다.
3. 항상 같은 커피맛
예전에 하워드 슐츠의 책 <스타벅스 커피 한잔에 담긴 성공 신화>를 읽었었다. 그 책에서 하워드는 이탈리아에서 바리스타가 즉석으로 내려주는 그 커피맛을 대중들도 즐길 수 있는 문화에서 스타벅스의 키워드를 찾았고, 스타벅스의 성공의 열쇠는 “어디서나 똑같은 맛”을 내야 한다는 점이라는 것을 발견했다.
책을 읽을 때는 흘려 넘긴 부분이었지만 되짚어 생각해보니 그의 커피 사업에 대한 통찰력을 볼 수 있는 구절이었던 것 같다. 생각해보면 우리는 찾는 커피점마다 다른 커피맛을 맛보고 있었다. 어쩌면 그런 이유로 여러 맛이 섞여 커피의 맛을 잘 몰랐을지도 모른다. (순전히 내 생각 ^^)
난 항상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마시는데 스타벅스는 어느 국가의 어느 지점에서도 똑같은 맛을 내고 있었던 것 같다. (20개국 정도 가본 것 같은데...)
어느 통찰력 있는 사업가께서 전 세계 커피사업에 관해 이야기를 해준 적이 있다. 그의 말에 따르면 커피는 고유한 맛이 있는 것이 아니라 브랜드가 맛을 결정하는 세상이 되었다고 했다. 커피가 가지고 있는 가장 평범한 “쓴 맛”은 스타벅스가 선점했다. 스타벅스는 전 세계 어디를 가든 똑같은 쓴맛을 느낄 수 있는 커피로 세상을 석권했다. 그리고 나머지 커피맛 중 “신맛”이 있는데 이 맛은 현재 “투썸”(물론 투썸은 원두를 고를 수 있다) “폴바셋” 이 선점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블루보틀”은 먹어보지 않아서 잘 모르겠다고. ^^
암튼, 항상 같은 맛을 낸다는 것은 브랜드의 아이덴티티에서 아주 중요한 요소다. 그리고 그곳을 찾는 고객들에게 항상성을 주기 때문에 고객의 충성도가 높아진다. 나 역시 스타벅스의 그 쓴 맛을 즐기기 위해 그곳을 찾고, 시원한 쓴맛과 함께 공부를 시작하면 왠지 모르게 공부가 잘 되는 것 같다.
지금 이 글도 스타벅스에서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마시면서 쓰고 있다. 공감이 되는 글인지는 모르겠지만 이곳에서 이런 글을 쓰고 있으니 직원이 지나가다 서비스로 뭘 건네주지 않을까? 생각이 들기도 한다. ^^
그냥 그렇다고. 암튼 스타벅스에서는 집중이 잘 된다. 많은 분들이 나와 비슷한 이유로 이 곳을 찾을 것이다.
- 브런치 작가 김경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