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마이클 조던의 이야기인 줄 알았는데...
넷플릭스 과금을 시작한 지 2년이 넘었다. 시작은 킹덤(Kingdom)이었다. 놓치기 싫었던 드라마였고, 열심히 봤다. 킹덤은 쉬지 않고 3번 정도를 시청했다. 그만큼 몰입력이 있었다.
그리고 2년 가까이 넷플릭스에 돈은 내고 있었지만, 열심히 시청하는 프로는 없었다. 주말이면 가끔 보고 싶었던 드라마를 한두 편 틀어놓고 졸곤 했다. 물론 봐야 한다는 넷플릭스 미드 리스트는 엄청 많았다. 하지만 내게는 넷플릭스 보다는 책이 먼저였다. 그랬다. 그렇게 가끔 한두 편 보는 드라마에 만족하며 한 달에 14,000원을 내고 있었다.
얼마 전 넷플릭스에 접속을 했더니 마이클 조던이 첫 화면에 나왔다. <The Last Dance>라는 10부작 다큐였는데, 10대 마이클 조던을 사랑했던 팬의 한 사람으로서 그냥 지나치기에는 내 호기심이 더 컸다.
시작부터 화려한 조던의 플레이와 그의 일대기가 시작되었다. 눈을 뗄 수 없을 정도의 현란한 플레이, 그리고 그의 엄청난 성과와 업적들. 예전부터 보고 들어서 알고 있던 이야기였지만 오랜만에 다시 보는 것이 좋았다.
얼마 전에도 조던이 생각나서 유튜브를 통해 조던 10분, 20분 영상들을 찾아보곤 했다. 이런 영상들을 보신 분들은 알겠지만 그의 플레이는 보고 있으면 호흡이 멎을 정도다. 농구를 잘 모르는 사람이 봐도 몇 분간 정신을 놓을 정도로 그의 플레이는 예술 그 자체다.
이번 주말 <The Last Dance> 3편부터 10편까지 쉬지 않고 몰아서 봤다. 그리고 생각했다.
마이클 조던의 성공 이야기로 시작했지만, 이 다큐는 80~90년대 NBA 선수들에 대한 이야기였다.
특히, 조던이 속한 시카고 불스의 멤버 한 명 한 명을 모두 다루며, 8년간 6번 우승을 거머쥐게 된 시카고 불스의 성공스토리 속에서 조던이 아닌 그들 각자의 이야기가 중점적으로 다뤄지고 있었다. 그리고 그 가운데 마이클 조던이 있었음을 통해 NBA 역사상 최고의 스타를 조명한다.
사실 90년대 학창 시절을 살았던 사람들은 당시 농구 붐이 얼마나 커다랗게 일었는지 알 것이다. 고등학생들은 만화 <슬램덩크>와 드라마 <마지막 승부>에 열광했다. AFKN에서 나오는 레슬링과 NBA를 시청하려 열심히 노력했고, 언젠가 집에 NHK 같은 방송이 잡히기 시작하면서 일본 채널을 통해 방송되는 유명 스포츠 경기를 보기 위해 새벽잠을 설치곤 했었다.
이 다큐멘터리는 그 시절의 이야기를 내게 소환해주었다. 마이클 조던, 매직 존슨, 하킴 올라주언, 드렉슬러, 찰스 바클리, 패트링 뉴윙, 스코티 피펜, 토니 쿠코치, 스티브 커, 레지 밀러, 존 스탁턴, 칼 말론, 그리고 신인이었던 코비 브라이언트(안타깝다)와 샤킬 오닐까지...
10편의 다큐를 보면서 <슬램덩크> 만화가 떠오른 것은 비단 나뿐만은 아니리라. 조만간 내 유튜브에 이 다큐와 슬램덩크를 믹스해서 한 편의 이야기를 만들어보겠다는 생각도 했다.
내가 이 다큐멘터리에 감동한 이유는 NBA 최고의 스타 마이클 조던(Michael Jordan)을 마냥 띄우고 있지 않아서다. 그의 인간적인 면 속에서 그가 팀원들과 생기는 마찰, 타 팀들과의 승부욕에서 벌어지는 문제, 그리고 주변 사람들과의 충돌. 이러 것들이 많이 다루어져서 좋았다.
사람들은 스타의 화려한 면만 보면서 환상의 성을 짓는다. 그러다 그의 인간적(?, 어쩌면 비인간적)인 모습을 보면 실망을 했다면서 차가운 외면을 하는 것이 다반사다. 자신의 실수는 관대하지만 타인의 실수, 특히 유명 스타의 실수에 대해서는 가혹하다. 그게 인기를 통해 부와 성공을 거머쥐게 된 스타의 숙명일지도 모르겠다. 요즘처럼 SNS와 스마트폰이 발달하고부터 자주 스타들의 일상이 자주 노출된다. 의도된 노출일지도 모르겠지만 예전에는 그렇지 못했다. 스타들은 베일에 싸인 삶을 살았다. 그래서 가끔 신문이나 잡지를 통해서 알게 되는 그들의 새로운 모습이나 사진들에 감동하고 실망하기도 했다.
내가 알던 마이클 조던도 똑같았다. 그의 화려한 플레이와 성적들이 그의 전부인 줄 알고 살았다. 그런데 이번 영상을 통해 그가 시가를 피우고 있는 모습(아니 운동선수가, 폐활량이 중요한 운동선수가 시가를?)이나 그 외 알지 못했던 다양한 모습과 사건들을 통해 좀 더 인간적인 그를 알게 되었다고 할까? (물론 그것조차 의도된 것이라면... 할 말은 없다만)
그리고, 앞서 말했듯 조던보다 그의 라이벌과 주변의 사람들을 더 오랜 시간 카메라에 담아줘서 좋았다. 결국 사람은 자신이 던지는 말보다 주변에서 그를 바라보는 시선과 말을 통해 그의 인성을 제대로 파악할 수 있는 법이다. 이 다큐에서는 그것을 제대로 잘 잡아낸 것 같아서 좋았다.
물론 이 다큐의 중심에는 마이클 조던이라는 NBA 최고의 스타가 우뚝 서있지만 그 혼자만으로 심심했을 이야기다. 농구는 5명의 플레이어가 코트에서 협업으로 진행해야 하고, 5명이 코트에서 뛰려면 많은 Six Man이 존재해야 하고, 팀이 움직이려면 단장, 구단주, 감독, 그 외 코치들과 트레이너들이 있어야 한다. 또한 팀의 서포터들까지...
또한 스타가 만들어졌다는 것은 희대의 라이벌들이 존재해야 가능한 것이다. 이 모든 것들이 적절하게 버무려 진 80~90년대 NBA를 몇 시간의 영상을 통해 맛있게 즐겨본 시간이었다.
넷플릭스 회원이라면 꼭 한번 시청하길 바란다.
비단 농구에 대한 이야기가 아니라 인생에 대한 이야기이니 말이다.
- 브런치 작가 김경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