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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경태 Aug 25. 2020

코로나 19가 바꿔놓은 일상과 생각들

| 이건 영화가 아닌 현실판 세기말 상황...

벌써 6개월을 훌쩍 넘겼다. 이제는 마스크를 쓰지 않고 바깥출입을 하는 것 자체가 잘못된 일이 되어버린 일상이다. 그동안 우리는 정말 자유로운 세상에 살고 있었다. 내 코와 입 앞에 한 조각의 종이가 덧놓여졌을 뿐인데, 귀가 아프고, 숨이 거칠어지고, 침 냄새를 느끼고, 더위를 실감한다.


아들 녀석은 마스크 접촉면 주위로 습진이 생겼다. 학교와 학원에서는 잠시도 마스크를 벗지 못하기에 생긴 피부병이다.

마스크 구입비용도 만만치 않다. 1회용으로 사용하다 보니 네 식구 하루 사용하는 마스크가 10장을 넘긴다. 얼굴 크기가 다르다 보니 여러 사이즈를 구비해야 하고, 혹시 몰라 각자의 가방과 차량에 여유분 몇 개를 넣어두어야 하기에 최소 100장 정도의 여분은 준비해둔다.


광복절 집회 후 다시 강화된 사회적 거리두기로 이제는 식당에서 밥을 먹는 일이 없어졌다. 그래도 얼마 전까지는 일주일에 한 번 정도 후배들을 만나 저녁을 먹곤 했는데...


덕분에 퇴근 후 부쩍 집에 있는 시간이 많아졌다. 책 읽고, 이것저것 공부해보는 것들이 늘었다. 물론 강아지들과 노는 시간도 늘었다. 해지면 강아지를 데리고 집 앞을 산책한다. 예전엔 하루 1만 보 걷기 위해 밤이면 혼자 걸으러 나갔는데, 이번 거리두기 강화로 운동을 하러 가는 것도 조금은 눈치가 보인다. 땀을 흘리는 것, 사람들 사이를 지나치는 것도 눈치가 보이게 되었다.


주말 새벽 혼자서 달리기를 하는데 시간을 앞당겼다. 보통 6시 정도에 뛰었는데 날이 일찍 밝아지다 보니 6시면 운동하는 사람들이 제법 있다. 특히 달리기를 하다 보면 마스크가 너무 거추장스러워 사람들이 없는 길을 뛰며 마스크를 잠시 내리는데, 5시 정도에 집을 나서야 마주치는 사람이 거의 없다.


회사에서 식사를 할 때도 마주 보는 좌석을 없앴다. 이제 일렬로 앉아서 밥을 먹는다. 근데 이게 익숙해지다 보니 또 괜찮다. 인간은 적응이 참 빠르긴 한가보다.


이렇듯 많은 것들이 변했고 지금도 변하는 중이다. 코로나가 언제 끝날지 모르겠지만 이번 경험을 계기로 사람들의 생활 반경 및 사회적 거리에 대한 인식이 많이 변할 것이다. 세상의 많은 부분들이 새롭게 재편되어 갈 것이고, 그것에 맞추어 흥하는 사업과 망하는 사업이 생길 것이다.


이런 생각을 해보았다. 몇 년 전에 항상 화두가 되었던 <제4차 산업혁명>이라는 단어에 이어, 지금 이 순간 어쩌면 우리는 #제5차산업혁명 시발점에 서있는 것 아닐까 하는 생각 말이다.

이번 산업혁명의 시작 역시 인간이 만들어낸 것(변종 바이러스)에 기인하며, 이 상황을 극복해나가면서 세상이 재편될 것이니 나름 일리 있는 생각 아닐까?


그리고 또 하나 새롭게 든 생각이 있다.

그동안 인간은 과학의 발달과 더불어 세계를 평평하게 만들었다. 크고 둥근 지구의 공간적 제약을 없애는 시도를 이어나가고 있었다. 이렇게 발전을 거듭한 결과 인간은 다시 자신의 발에 스스로 족쇄를 채우게 되었다. 바이러스라는 공포 때문에 해외 출장과 여행이 제한되었고, 자국 내에서의 이동도 최소화되고 있다. 국수주의가 다시 일어나고 있다. 이렇듯 다시 과거로 서서히 회귀하고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그렇다면 우리의 미래는 과거의 증명된 결과(역사)를 통해  추론해볼 수 있지 않을까?


무섭다. 그냥 무섭다.


여담으로, 사람들이 모이는 공공 휴게실에 벌건 테이프로 출입금지 표시가 붙고, 서울의 광장에서 사람들이 모여 시위와 집회를 하며 서로의 생각을 이해하지 아니하는 패닉 같은 상황을 보고 있으니 세기말 영화나 핵전쟁 후의 미래를 그려놓은 만화 같은 상황이 현실로 그려지고 있는 것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 영화와 책에서는 세상을 위협으로 몰아넣은 심각한 결과가 사실 정발 별 것 아닌 사소한 것에서부터 시작되었다. 그것을 안일하게 넘긴 사람들의 생각이 상황을 키운 것이다.


그래서 지금의 이 상황이 그냥 불편하게 느껴지지 않고 가끔 오금이 저려오는 것 같다.


- 브런치 작가 김경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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