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211] 내 멋대로 정해 보는 직장인의 아무 생각
이 글은 내 회사생활 17년을 통해서 내가 몸소 체험하면서 자주 그리고 많이 생각해본 것들입니다.
가볍게 한번 읽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17년 전 첫 월급을 받았을 때 나는 회사에서 나에게 너무 큰돈을 준다는 생각을 했었다. 제대로 아르바이트 한번 해보지 않았던 내게는 취업 후 한 달간 열심히 교육을 받았을 뿐인데 통장에 찍혀있던 7자리 숫자는 ‘이 돈 받아도 되는 건가?’라는 생각을 들게 만들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본격적으로 일을 시작하고, 같이 취업한 친구들과의 월급을 비교해보면서 공장에서 일하는 사람은 금융권에서 일하는 사람보다 월급 차이가 꽤 크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당시 금융권의 내 친구와 나는 맨 앞자리 숫자가 달랐다. +2 정도로.
녀석은 서울에서 양복 입고 출근하면서 많은 돈을 받고, 나는 지방에서 방진복에 마스크 쓰고 일하는 조건임에도 상대적으로 적은 월급을 비교하기 시작하면서 회사는 내게 돈을 적게 주고 있다는 생각의 싹이 텄다.
그리고 비교라는 것이 퇴색될 정도로 연차가 쌓이면서는 내가 회사에서 하는 노력과 아웃풋은 월급보다 많은 돈을 회사에 벌어주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런데 생각해볼 게 있다.
당신이 회사에서 일한 것보다 적원 돈을 받는다고 생각한다면 분명 당신 주변의 누군가는 당신보다 훨씬 적은 일을 하고 많은 돈을 받고 있다는 생각을 해봐야 한다.
안타깝지만 회사는 개인의 성과보다는 조직의 성과로 보상을 나누는 체계일 가능성이 높고, 또 많은 회사는 성과보다 직급이나 호봉 순으로 월급을 매기는 경우도 많다. 그래서 열심히 일하는 사람보다 열심히 일하지 않는 사람들이 더 많다. 안타깝지만 사실이다.
그래서 여러분이 상대적으로 적은 돈을 받는다는 생각은 여러분이 열심히 일을 하고 있다는 것의 반증이 된다. 그러니 지금 내 월급이 불합리하다는 생각이 든다면 더 많은 돈이나 더 큰 성과를 얻을 수 있는 곳으로 이직하거나 경쟁력 있는 사업을 시작하는 것이 맞다.
나 역시 내가 회사에 도움을 주고 있는 게 더 크다고 생각하고 있지만 이직이나 내 사업에 대한 결단을 아직도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그래도 확실히 말할 수 있는 것은 “회사는 절대 같은 사업군의 평균보다 많은 돈을 주지는 않는다.”라는 것이다.
대부분의 직장인들은 업무시간이 끝남과 동시에 자유하는 삶을 살고 있다. 나 역시 한때는 퇴근 후 자기 계발의 시간을 갈구하며 회사에서의 9~10시간을 버리는 삶을 살았다. 생각해보면 참으로 불행한 삶이다.
돈이라는 것을 위해(물론 돈이 중요하지 않다는 말은 아니다.)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인 시간을 태우는 것이다. 회사는 내게 미래를 보장해주지 않을 것이라는 걸 알기 때문에, 또 회사에서 배운 일로 회사 바깥에서 내 미래의 경쟁력을 키우기는 어렵다고 판단했기에 우리들은 퇴근 후 자기 계발에 힘을 쓴다.
퇴근 후 외국어 공부를 하며 더 좋은 회사를 위해 스펙을 쌓거나 자격증을 공부하는 등의 자기 계발을 하는 것이다. 그런데 그 모든 노력들이 자기 사업으로 전환되지 못한다면 결국 또 다른 월급 주는 회사로 가기 위한 수단밖에는 되지 못한다.
그럼 이걸 극복하는 방법은 무얼까?
내가 접근한 방법은 바로 “발상의 전환”이었다. 회사에서 하는 일이 미래에 전혀 도움이 안 되는 것이 아니라 매우 도움이 된다는 생각을 갖는 것이다. 회사에서 쓰는 메일 하나, 자료 한 장, 생산성 도구들이 모두 향후 내 미래의 내 경쟁력이 될 것이라는 생각을 갖게 되면 현재 습관처럼 진행하는 모든 일들이 내 역량강화의 연습이 된다.
정말 생각 하나만 바꾸면 회사에서의 시간은 가장 가치 있는 자기 계발시간이 된다. 진짜다.
회사에서는 온갖 종류의 인간 군상들을 만나게 된다. 처음 군대 갔을 때 느꼈던 것처럼 ‘도대체 이따위 생각을 가진 사람이 있구나?’라는 걸 회사에서 다시 느끼게 되었다. 여러분들도 그럴 것이다.
“인간적으로 이러면 안 되지!”라는 생각은 참으로 낭만적인 생각이었다는 것을 알게 될 것이다. 우리들이 뉴스에서 보아오던 “세상에 이런 일이”와 같이 상식적으로 납득이 안 되는 상황을 회사에서 참 많이 그리고 자주 만난다. 그리고 꼭 그런 사람이 내 상사일 가능성이 매우 높다.
우리는 그런 상사를 또라이라고 부른다. 유명한 농담 중에 <또라이 불변의 법칙> 또는 <또라이 보존의 법칙>이 있다. 이건 진짜 또라이 같은 상사는 항상 부서 내에 존재하며, 그가 부서를 옮겨서 이제 됐구나 싶으면 또 다른 또라이가 나타난다는 법칙이다. 만약 자신의 부서에 더 이상 또라이가 없다는 생각을 갖게 된다면, 아마도 여러분의 부하 직원들은 당신을 또라이로 생각하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
우리나라는 문화 자체가 상명하복 체제에 길들여져 있다. 그래서 상사가 시킨 일은 “네 알겠습니다.”라고 말하는 것이 대부분이다. 도저히 이해가 되지 않고, 그렇게 하면 실패할 것 같은 일도 상사가 시키면 그냥 그 방식대로 일을 하는 경우가 많다. 그 이유는 “내 책임”이 되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 상사가 시킨 대로 해서 문제가 되면 그건 상사의 책임이라는 생각이 저변에 깔려있는 것이다.
안 되는 조직, 안 되는 회사의 전형적인 사례가 바로 이거다.
17년간의 회사생활에서 나도 참 많은 힘든 상사들을 많이 만났다. 어찌 된 것인지 한 사람이 퇴사를 하면 더 독한 사람이 그 자리를 차지했다. 점점 치열하게 조임을 당했고 점점 피폐해졌다. 그런데 조금씩 문화가 변하기 시작했다. 변화는 참으로 서서히 찾아왔다. 물론 내가 변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물론 아직도 많은 상사들 아래에서 일하고 있지만 이제는 내 위보다는 후배들이 많아졌다. 그래서 내가 또라이처럼 보이지 않기 위해 매번 무언가 일을 할 때 곱씹어보고 주변에 물어보는 습관이 생겼다. 물론 나를 또라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분명 있을 것이다. 하지만 적어도 스스로 자신의 그런 좋지 못한 판단과 언행을 사전에 인지하고 제약할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하고 또 고민하고 있다.
언젠가 동료들이 가족은 아니지만 소속감과 정을 갖고, 물 흐르듯 의견이 흐르고, 논리적으로 조율되어가는 회사의 리더가 되기를 꿈꾼다.
- 브런치 작가 김경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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