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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경태 Nov 08. 2020

심미안(審美眼)을 갖고 싶다면...

| DAY 8 | 인간의 기억장치는 어떻게 운영되는 걸까?




얼마 전에도 생각에 관한 글을 썼던 적 있었는데, 오늘도 생각에 관한 이야기다.




이런 순간이 있다.


갑자기 기억이 떠오르는 순간. 살면서 겪었던 그 찰나의 순간 이후 단 한 번도 다시 떠올리지 못했던 기억을 떠올리게 되는 순간 말이다.

최근 이런 기억이 잣다. 이유가 무엇인지 곰곰이 생각해보았는데 두 가지 결론을 얻었다.


1. 내가 죽을 때가 되었거나 
2. 내 촉이 좋아졌거나


며칠 전, 불현듯 고등학교 등굣길에서 친구와 나눴던 대화가 명확하게 떠올라 소름이 돋았다. 
어린 시절 아빠가 지었던 집 앞 화단에 나팔꽃을 심었는데 나팔꽃이 덩굴을 감아올리며 옥상으로 올라가는 그 모습이 정확하게 그려졌다. 
또 파란색 화분에 심어져 있던 사루비아의 꽃을 따서 입안에 넣고 쭉 빨아먹던 기억과 그 맛도 생생하게 기억났다.


이렇게 여러분도 갑자기 지금까지 단 한 번도 떠올려보지 못했던 기억이 불현듯 떠오르는 순간을 맞이할 때가 있을 거다. 그 찰나에 왜 이 생각이 떠오르게 되었는지 생각해 본 적 있는가?


내 의견이지만, 사실 이런 순간은 개인에게 자주자주 나타났던 상황이다. 하지만 이 순간을 알아채지 못했기 때문에 그냥 흘려버린 것이다. 어쩌면 위에서 언급했던 몇 가지 기억의 사례들도 예전에 떠올랐을 것이다. 애써 인식하려 하지 않았기 때문에 금세 휘발되어 버린 것이다. 나는 이런 판단이 맞다고 생각한다. 


그럼 왜 생각을 인식하게 되었을까?


돌이켜보니 글을 쓰면서 그리고 글을 읽으면서 인식의 강도가 세졌던 것 같다. 또 달리기를 하면서 확실히 더욱 강해졌다. 이렇게 적고 보니 공통점이 보인다. 혼자 하는 활동 중에 이런 상황을 발견하는 것이다. 




아이들이 점점 자랄수록 확실히 나에게는 혼자만의 시간이 많아졌다. 물론 내 성격도 한몫했다. 혼자서 조용히 생각하고 혼자서 활동하는 것에 거부감이 없다. 누구처럼 혼자서 뷔페식당에서 밥을 먹어보지는 않았지만 혼자서 보통의 식당에서 밥 먹는 것은 전혀 문제가 없다. 


이렇게 혼자 익숙하고, 혼자서 책을 읽고, 글을 쓰는 시간이 늘어나다 보니 점점 이것저것 관심이 가는 것이 많아졌다. 한 가지에 생각이 미치면 그 한 가지에서 가지를 펼쳐 또 다른 생각이 꼬리를 문다. 이 발상의 확장 속에서 난 자꾸 내가 겪었던 사례를 찾는다. 책에서 읽었던 것 말고, 친구에게서 들었던 것 말고, 내가 직접 보고 듣고 경험했던 것을 소환하고자 기억을 더듬는다. 그러다 보니 불쑥불쑥 떠올리지 못했던 것들을 떠올리곤 한다. 


공대생이라서, 컴퓨터를 좋아해서 그런지 몰라도 이렇게 불쑥 전에 없던 추억을 소환할 때마다 내 기억 어딘가 존재하는 그것을 발견하는 그 행위가 컴퓨터에서 찾기(Ctrl + F) 버튼을 눌러 키워드를 입력하면 HDD를 Scan 해서 결과를 발견하는 일련의 과정과 비슷하다는 생각을 한다.



그렇다면 과연 내 머릿속에는 어떤 사소한 기억까지 보존되어 있을까? 

나는 요즘 이 과정을 시험해보고 있는 중이다. 


예를 들어 대학시절 걸었던 교정의 벤치의 모습을 떠올려본다. 그리고 혹시 그 옆에 휴지통이 있었던가? 생각해본다. 그러면 휴지통은 기억나지 않는데 공중전화 박스는 있었던 것이 떠오른다. 그럼 공중전화기는 어떤 색이었지? 유리에는 어떤 글자가 쓰여있었던가? 


참 신기한 것은 교정의 벤치에 대한 기억을 떠올려본 적 없었는데, 막상 기억을 되돌려보면 당시 무심코 지나쳤던 또는 유심히 보았던 것들이 어느 순간 사진처럼 머릿속에서 그려진다는 거다. 마치 스냅숏 같다. 


그렇다면 전혀 기억나지 않지만 본 적 있거나, 느낀 적 있었다면 그걸 떠올릴 수 있지 않을까? 이런 생각을 하다 보니 "최면술"에 대해 관심이 생기기 시작했다. 그래서 요즘 관련된 책을 찾고 있다. 그리고 뇌과학에 관해서도.




무심코 흘릴 수 있는 주변의 상황이나 사건 그리고 물건들에 관심을 갖게 되면 보이지 않던 것이 보이고 들리지 않던 것이 들린다. 이걸 우리는 심미안(審美眼, eye for beauty)이라고 한다. 심미안을 가지게 되면 우리의 삶은 훨씬 더 풍요로워진다. 


여러분도 이런 심미안 갖고 싶지 않은가? 그럼 지금부터 혼자 생각하는 시간을 늘려보자. 혼자이지만 혼자 같지 않은 혼자만의 시간이 될 것이다.


- 브런치 작가 김경태



#심미안 #기억 #스냅샷 #최면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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