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DAY 3 | 퇴사가 정답일까?
저녁식사 자리에서 후배가 퇴사 결심을 밝혔다. 충격이었다. 물론 당장 그만둔다는 말은 아니었다. 하지만 퇴사 결심은 확실히 섰다고 했다.
녀석은 “재미가 없다.”라고 말했다. “회사에서 보내는 시간이 낭비라는 생각이 든다.”라고도 말했다.
예전 생각이 났다.
2018년 초 나는 내 퇴사일을 정했었다. 당시 기준으로 3년 뒤 생일날 회사를 관두겠다 결심했었다. 퇴사의 이유는 "내 일을 하고 싶다."라는 갈망 때문이었다. 당시 나는 회사에서의 시간이 아깝다는 생각을 했었다. 분명 배우는 것도 있었지만 고갈된다는 생각이 조금은 더 컸었던 시기였다.
그때 내가 떠벌리면 다녔던 그 말을 후배가 기억하고 있었던지 식사자리에서 내게 물었다.
"형은 언제 관두려고요?"
나는 머뭇거리며 말했다.
"생각이 좀 바뀌었어! 예전에 정해놓았던 날짜는 1년이 채 남지 않았는데, 요즘 내 회사생활은 예전과 달라서 배울게 너무 많거든. 특히 현재 팀장님께 배우고 싶은 게 많아서 좀 더 오래 다니며 배우고 싶어."
...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곰곰이 생각해보았다. 내 생각의 변화의 이유에 대해서 말이다.
나도 후배처럼 회사생활이 재미가 없다고 생각했던 적이 있었다. 그때는 일을 하는 것보다 사람을 상대하는 것이 힘들었다. 그래서 일을 해도 재미를 느끼지 못했었다. 지금도 그때와 크게 달라지지 않는 일을 하고 있는데 현재는 일을 통해 재미를 느끼고 생각의 발전을 경험하고 있다. 이런 변화의 가장 큰 이유는 사람이다.
그때 내 상사는 정신적으로 나를 매우 힘들게 했다. 어쩌면 서로 힘들었는지도 모르겠다. 교감이 되지 않고 모든 것들을 일과 성과로 주고받았다. 그러다 보니 라뽀가 형성되지 못했다. 그는 나에게 숙제를 주는 사람이고 나는 그의 숙제를 열심히 해야 하는 관계, 이 관계에서 염증을 느꼈었다. 항상 마음이 불편했고, 일요일 저녁이면 불안해했다. 특히 휴가를 마치고 복귀하는 시점에는 정말 미칠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이렇듯 감정적 소비가 컸기 때문에 나는 "차라리" 내 일을 찾는 것이 낫다고 생각했다.
그 어떤 문제들도 시간이 해결해주듯, 그 상사도 내 곁을 지나갔다. 그리고 새로운 상사가 왔다. 이 분은 일보다 사람이 먼저였다. 덕분에 지겹던 그 일이 조금씩 재미있어지기 시작했다. 점점 성과가 나오기 시작했고, 내 일로 인해 상사가 칭찬받는 일도 생겼다. 그럴수록 내 손으로 만들어낸 일이 점점 의미 있는 활동이 되었다.
새로운 상사와 함께 지낸 2년간 나는 많이 성장했다. 이 기간 동안 "일"을 재정의 할 수 있었고, 회사에서 일을 통해 배우는 것이 무엇인지 제법 많이 깨달을 수 있었다. 또 팀워크의 힘과 상호보완, 교학상장의 의미를 깊이 있게 경험했다.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회사에서 더 일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누구에게도 말하지 않았지만 나 스스로 퇴사를 "언젠가"라는 단어로 묶어두게 된 것이다.
이 얘기를 후배에게 해줄 기회가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살아보니 "인생의 변화"는 크게 2가지 이유로 발생하는 것 같다.
첫 번째는 내가 만나는 사람으로 인해 생기게 되는 변화다. 살면서 새롭게 만나는 사람이 나에게 커다란 영감을 주는 경우가 있다. 앞서 언급했던 내 상사가 나에게 영향을 준 바로 이 경우가 "사람"으로 인해 인생이 변하게 되는 것이다. 그래서 사람은 계속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고 관계를 엮어가는 속에서 성장하는 것이다. 고인물은 썩고 오래된 가지에서는 과일이 열리지 않는 법이다.
두 번째는 내가 활동하는 장소가 변하면서 생기게 되는 변화다. 물론 장소가 변하면 만나는 사람도 자연스럽게 변하기 마련이긴 하다. 그런 관점에서 보면 첫 번째가 전부이긴 하지만 그래도 장소의 변화는 사람의 생각을 바꾼다. 맹모삼천지교라는 말이 그냥 나왔으랴. 내 브런치 북에도 소개한 적 있는 에피소드인데 회사생활로 힘들었던 시절 그것을 회피해보려고 선택했던 해외출장에서 나는 새로운 변화를 찾을 수 있었다. 중국의 한 호텔에서 혼자 있는 시간을 통해 많은 고민의 시간을 가졌다. 가보지 못한 곳을 산책하며 새로운 사물과 새로운 경험을 하다 보니 새로운 생각이 시작된 것이다. 그래서 장소의 변화는 인생을 바꾼다.
이 두 가지를 한꺼번에 겪을 수 있는 것이 해외 유학이나 이민 또는 군대 생활 같은 것이다. 기존에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곳에서 낯선 사람들과 시작되는 삶은 내 몸에 큰 긴장감을 야기시키지만 그 덕분에 새로운 것들을 많이 얻게 된다.
퇴사를 결심한 후배도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기 위해 오랜 기간 같은 부서에서 일한 경력을 버리고 새로운 부서를 지원해서 떠났었다. 그 시간이 3년이다. 그런데 그곳에서 새로움과 도전을 맞이하지 못한 것 같다. 아마도 비슷한 일을 하게 되면서 여전히 자주 마주치던 사람들과의 관계를 이어갔기 때문일 거라 짐작해본다. 녀석에서는 어쩌면 퇴사와 새로운 일자리가 큰 기회가 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선배 된 입장에서 나는 자꾸만 녀석을 붙들고 싶다. 욕심인가?
암튼, 후배가 퇴사 얘기를 꺼내니 내 생각이 많아졌다.
- 브런치 작가 김경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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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할만한 글
https://brunch.co.kr/@maniac292929/1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