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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경태 Nov 06. 2020

당신은 영혼을 본 적 있나요?

| DAY 6 | 내 영혼을 마주해보고 싶다면...



생각이라는 것은 참 신통방통하다.


나는 영혼보다는 육체를 좀 더 믿고 의지하는 편이다. 다시 말해 생각을 통한 결단도 중요하지만 그것보다 그 결단을 행동으로 옮겨 내 몸이 그 결단을 이해하고 익숙해지고 다소 고통스럽더라도 인내하는 것을 믿는다.


이런 내가 요즘 “생각”이라는 정체를 알기 어려운 내 안의 누구(?)에게 흠뻑 빠졌다. 시작은 “영혼”이라는 알듯 말듯한 존재에 관한 인식이었다.



책상에 앉아 글을 쓰고 있는 지금 내 육체는 의자에 비스듬히 기대앉아있고 손가락은 자판에 얹혀있다. 눈은 화면을 응시한다. 그리고 생각한다.
생각은 형체가 없는데 형상 없는 그 생각이 자음과 모음으로 형태를 갖춰 화면에 찍힌다. 그러면 점점 생각이 모양을 갖추고 구체적인 의미 단위로 나타난다. 그리고 생각이 존재함을 인지하게 된다.

이런 상황을 맞닥뜨릴 때, 내 눈으로 생각을 찍어내고 있는 손가락을 보면서 눈 어딘가에 영혼(생각)이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뇌 속에 존재할 수도, 심장 속에 존재할 수도, 혈관 속에 존재할 수도, 아니면 내 몸 모든 곳에 존재할 수도 있다. 정확히 알 수 없지만 분명 존재를 인식하고 있기에 생각은 실체가 있다.



약간 딴 얘기지만 내가 영혼의 존재를 믿는 것은 체험적 인식이다. 좀 엉뚱한 이야기 일지도 모르지만 고등학생 시절 너무 자주 가위에 눌리던 어느 날, 가위눌림을 이겨내려고 발버둥 치다가 유체이탈을 경험했다. 내 혼이 잠들어있는 내 육체를 본 것이다.


생각해보면 이런 상황조차 꿈일수도 있지만 당시 내게 너무 현실적이고 현장 상황처럼 다가왔기 때문에 지금도 그 순간을 또렷하게 기억한다. 별로 무섭지는 않았다. 몸에서 이탈된 순간의 느낌은 지금도 뚜렷하지만 어떻게 다시 몸속으로 내 혼이 들어갔는지는 기억에 없다. 그냥 어느 순간 눈을 떴고 나는 함께 존재하고 있었다. 아주 자연스럽게 말이다.

아무튼... 그 일을 겪고 영혼이라는 존재에 대해 관련된 책들을 많이 살펴봤다. 특히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타나토 노트>가 생각난다. 영계 탐사자. 죽음의 순간 우리의 혼은 어디에 존재하는지를 찾아가는 이야기. 책 줄거리가 정확히 기억나지는 않지만 대학 때 읽었던 그 책에서 나는 인간의 영혼과 죽음 이후의 삶 (그러고 보니 삶과 죽음은 반대말인데 죽음 이후의 삶이라는 것 자체가 모순 같기도 하다.)에 대해 혼자서 많이 고민을 했던 것 같다.

또, 불교에서 이야기하는 윤회(해탈의 경지에 도달하지 못한 이들은 그 경지에 도달할 때까지 계속 현세에 다시 태어난다) 사상의 본질도 영혼의 존재를 인정하는 것이다.

예전 할머니가 살아계실 때 명절날 제삿밥을 앉히면 귀신(혼)이 찾아온 게 느껴진다며, 밥솥의 밥이 평소와 다르다고 말씀하셨다. 끊어질 듯 아팠던 허리 통증이 할아버지가 돌아가시고 나서 씻은 듯 나았던 이야기도 자주 하셨다. 특히 할머니는 어린 손자에게 혼백에 관한 이야기를 많이 해주셨다.

(점점 이야기는 산으로... ^^)



다시 하고 싶은 이야기로 돌아와서...

최근 글을 쓰면서 영혼의 존재를 자주 느낀다. 이건 글 쓰는 사람은 모두 비슷하게 느끼는 일종의 감정같은 것 같다. 생각을 곱씹어가면서 문장을 만들어가는 행동의 반복은 생각에 관한 생각을 자꾸만 이해하려는 상황을 낳는다. 이 상황 속에서 ‘왜 이런 생각이 드는 걸까?’에 대한 의문이 싹트고 거기서 내 육체와 정신을 구분해 정신이 일으키는 활동을 육체적으로 표현해내고 있는 것이 글이라는 걸 인식하고 서서히 인정하게 된다.

그래서 나는 글쓰기 과정은 스스로의 본질에 한 걸음씩 다가가는 활동이라고 정의하고 싶다. 무엇을 얻는 것이 아닌 테스 형이 말한 “나 자신을 알기 위해서” 말이다.

여러분은 이런 내 생각에 동의하는가?


- 브런치 작가 김경태 -


#영혼 #글쓰기 #귀신 #본질 #gho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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