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루틴으로 채워가는 하루가 영원하길 바라며...
여느 때와 다름없이 06:10 알람이 울렸다.
기계처럼 몸을 움직여 출근할 채비를 한다.
머물렀던 서재의 책상과 걸상을 정리한다. 책상 위 문방용품들을 필통에 쓸어 담고 가방의 지퍼를 열어 다소곳이 제자리에 놓는다. 다 읽지도 못할 책 두 권과 방금까지 읽고 있던 책 이렇게 3권을 넣고 나니 가방이 제법 불룩하다. 옷매무새를 살피고 유리창에 비치는 모습을 보며 손가락으로 살짝 머리를 다시 정리해본다. 기다란 목도리를 들어 목 주변으로 칭칭 감고 외투를 입고 이어폰을 귀에 꽂는다. 외투 지퍼를 채우고 가방을 메고 서재의 불을 끈다. 앞으로 10시간은 이곳을 비워야 한다. 내 본능과 본성을 고스란히 받아주던 엄마 품 같은 서재의 문을 꾹 닫고서는 거실 복도를 지나 현관 앞에서 신발에 발을 집어넣고서는 문을 연다. 훅 하고 피부에 닿는 사뭇 낯선 차가운 공기가 이제는 현실로 떠나야 할 시간임을 알린다. 엘리베이터를 기다리며 첫 음악을 골라본다.
매일 아침 침대에서 나를 일으키는 일은 버겁다. 특히 오늘 새벽은 더 그랬다. 어제는 평소보다 조금 더 많이 움직였나 보다. 베개에서 머리를 떼고 매트리스에서 등을 떼면 되는데 그 과정이 항상 버겁다. 1만 번도 넘게 해온 똑같은 행동이지만 언제나 낯설다.
구겨진 이불을 정리하고, 방문을 열고선 차가운 물을 한잔 마신다. 이제 확실히 잠이 깼다. 강아지들이 내가 일어났음을 엄마에게 알리느라 바쁘다. 매일 새벽 같은 시간에 나를 맞이하는 것은 항상 그들이다.
아내방에 들러 속옷을 챙겨 나와 서재 책상에 놓는다. 서재 창문을 열어 밤의 여운을 새벽 공기로 바꾼다. 그리고 잠깐 동안 몇 가지 동작으로 몸을 깨우고선 샤워를 시작한다.
주중이면 매일 똑같은 새벽이다. 주말이라고 특별히 다를 건 없다. 수년간 해오던 루틴이라서 주말이면 더 누워있고 싶지만, 이상하게도 더 일찍 눈이 떠지고 거부감 없이 일어나게 된다. 마치 학창 시절 그렇게 일어나기 싫던 주중의 아침과 달리 주말이면 놀고 싶다는 생각에 일찍 일어나 무언가를 시작하던 때와 똑같다고 할까? 그래서 삶은 돌고 돌아 다시 제자리라고 하는 걸까?
앞으로 몇 번의 이런 아침을 더 보내면 전혀 다른 루틴의 하루를 시작하게 될까? 아니 시작할 수 있을까?
직장인이라는 꼬리표를 떼면 내 루틴은 바뀔까? 아니면 건강이 허락하지 않아야 바뀔까?
이런저런 생각으로 나를 돌아보게 되는 새벽이다.
- 브런치 작가 김경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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