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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경태 Dec 23. 2020

만남과 헤어짐. 그 어딘가에 있을...

| HANDAL 11-8 | 인연이라 쓰고 세렌디피티(행운)라고 읽자

만남과 헤어짐. 그 어딘가에 있을...


우리는 만난다. 

그리고 헤어진다.

삶은 이게 전부다.



세렌디피티(Serendipity) 

'행운'의 다른 말. 18세기 영국의 문필가 호레이스 월폴이 만든 단어.

우연히 예기치 않게, 운수 좋게 새로운 것을 발견해내는 능력을 가리킬 때 쓰인다.



어제 또 한 명의 후배가 내 곁을 떠나 새로운 곳으로 갔다. 그는 떠나기 전 나에게 찾아와서 '자주 찾아올게요.'라며 애써 아쉬움을 지우며 악수했다. 항상 남겨지는 사람은 나였다. 그들은 떠나고 나는 남았다.



학창 시절, 매번 학기말이 되면 반 친구들과의 우정이 극에 달했다. 아마도 같은 공간에서 1년이라는 시간을 서로 부대끼며 생활해온 덕분일 거다. 겨울방학을 하고 다시 개학을 하고 봄방학을 하게 되는 그 몇 주간 우리들은 한껏 흐트러진다. 선생님들도 우리들의 헤어짐의 아쉬움을 아는지 여가시간을 많이 주곤 했다. 특별한 놀이를 하는 것도 아닌데 이상하게도 그때가 되면 몇 배는 더 신났다.   



어릴 때 아버지 친구들과 2박 3일 일정으로 계곡에 캠핑을 가곤 했다. 지금처럼 멋들어진 캠핑장을 상상하면 안 된다. 그나마 평평한 바위나 바닥을 찾아 비닐을 깔고 텐트를 치고 코펠과 버너를 준비해 몇 가지 준비한 재료로 요리를 해 먹으며 잠을 잤다. 포근한 이부자리가 아닌 딱딱한 바닥에서 자는 잠이라 첫날은 항상 잠을 설쳤다.

또래들과 함께 계곡에서 수영을 하고 물고기와 개구리를 잡으며 놀았다. 시간은 느리게 흘러가다가 3일째 오전이 되면 갑작스레 빨리 가기 시작했다. 익숙한 계곡의 구조, 며칠간 놀아본 경험이 이제 막 제대로 놀 수 있을 것 같은데 떠나야 한다며 짐을 쌌다. 매번 끝이 아쉬웠고, 그럴 때마다 "한 시간만 더"라며 계곡물에 몸을 빠뜨리곤 했다.



대학 2학년 겨울, 군입대를 앞두고 친하게 지내던 녀석들과 마지막 기말고사를 끝내고 친구 녀석의 자취방에 모였다. 아지트처럼 지내던 이 방도 곧 비워야 했다. 6명의 남자들 중 3명은 군대로, 2명은 3학년으로, 1명은 재수학원으로 떠날 채비를 했다. 크리스마스가 다가오는 딱 지금의 이 시기다. 얼큰히 술취한 여섯이 자취방으로 걸어 들어오다 하늘에서 떨어지는 눈을 봤다. 한 친구 녀석이 말했다. 

"우리 사진 찍을까?"

술 마시느라 돈을 다 써버려 일회용 카메라를 살 돈이 없었다. 우리는 무작정 편의점으로 갔다. 알바를 하고 있는 친구에게 학생증을 던져주고 일회용 카메라를 뺏듯이 들고 나와서 교정을 한 바퀴 돌면서 깔깔거리며 사진을 찍었다. 아주 추웠던 기억과 멈출 수 없었던 웃음들, 그리고 눈사람. 깜깜한 밤이었지만 어느 때보다 우리들은 뜨거웠다. 여섯이 얼싸안고 다시 만날 순간을 기대했다. 그리고 우리 여섯이 모두 다시 모인 순간은 아직 없다.



우리는 만나고 헤어진다. 그리고 다시 만나고 또 헤어진다.


만남 속에 "우연"이 싹텄고, 우연으로 "행복"을 느꼈다. 또 만남으로 "경쟁"했고 경쟁때문에 힘겨웠다.


그리고 헤어졌다. 

다시 만나기도 했지만 못 보는 경우가 훨씬 많았다. 이건 지금도 현재 진행형이다.



돌이켜보니 삶은 만남과 헤어짐이 전부다. 즉 사람들 속에 내가 있고, 사람들과의 인연 속에서 나를 느껴왔다.  

앞으로도 수많은 만남과 헤어짐 속에서 나를 발견하게 될 것이다.


나를 아는 사람들, 그리고 나를 모르는 사람들. 또 나를 알게 될 사람들, 또 내가 알게 될 사람들.

그들과의 만남과 헤어짐 그 사이 어딘가 내가 있을 것이다.


물론 거기에는 수많은 세렌디피티가 숨어있을 것이다.


- 브런치 작가 김경태 -


#세렌디피티 #만남 #헤어짐 #관계 #인연 #행복 #우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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