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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경태 Feb 03. 2021

당신은 스토리가 스펙을 이긴다고 자신할 수 있는가?

| <스토리가 스펙을 이긴다>를 읽고...



지난 12월, facebook에서 우연히 <스토리가 스펙을 이긴다>라는 책에 관한 리뷰를 읽었다. 내가 취업을 준비하던 때 생겨났던 신조어라고 생각하고 있었던 “스펙”이라는 단어 때문에 제목부터 관심이 가는 책이었다. 또한, 글 쓰는 일을 하면서부터 보통의 내 삶도 글쓰기에 아주 좋은 신선한 소재가 많다는 것을 깨달았고, 그러면서 서서히 나만의 이야기(스토리)를 만들게 되었다. 그러다 보니 더욱 이 책의 제목에 끌렸고, 구입해서 금세 읽었다.

이 글은 서평이라기보다는 < 스토리 vs 스펙 >에 관한 내 생각 정도로 봐주면 좋겠다.



취준생이라면, 대학생이라면, 아니 이제는 초중고생도 스펙 쌓기에 열중이다. 바야흐로 지금  시대는 누군가가 원하는 요구를 맞춰야 하는 스펙(SPEC) 시대다.
입이 마르고 닳도록 내뱉고, 귀에 딱지가 앉도록 듣는  단어 “SPEC”  말은 언제부터 시작되었을까?

사실 스펙(SPEC)이라는 단어는 영어 Specification의 약자로 산업현장(공장)에서 제품의 표준이나 작업의 표준을 규정한 문서다.

예를 들어 책상 하나를 조립한다고 하면 책상다리와 상판의 길이, 사용해야 하는 나사못의 크기, 두께 같은 것들을 규정해 놓은 문서가 바로 스펙이다. 이런 표준이 존재하는 이유는 완성될 제품이 본래의 용도에 적합한지 품질을 보증해주기 때문이다. 체결되는 나사못이 1kg까지 버틸  있는 나사못인데 10kg 무게를 견뎌야 하는 부품을 체결하면 안 되듯 이런 문제를 사전에 방지하는 차원에서 만들어진 문서다.  단어는 2004 국립국어원에서 펴낸 신어 자료집에 등록되어있는 것을 보니 2000 언저리부터 사용된 단어인  같다.



이런 용도로 사용되던 단어가 현재는 사람의 등급을 나누는 성적서로 변질되어 버렸다.  때문에 많은 사람들은 입시와 취업준비를 위해 스펙 쌓기에 열중이다. 언제부터 시작되었는지는   없지만, 남들이 하나  쌓고 있으니 나만 쌓지 않으면 뒤쳐진다는 생각이 점점 기이한 현상을 만들어내고 있다. 이런 이유로 온갖 학원과 인터넷 강좌가 불티나가 팔린다. 족집게 / 단기합격 같은 단어들이 최초 취지의 본질을 덮어버렸다.


이런 시기에  책에서는 스펙 쌓기를 멈추고 스토리를 발굴하라고 말한다.

공감은 되지만 읽으면서 불안함을 떨치긴 어려웠다. 현재 스펙은 입시나 취업의 문화가 바뀌지 않고서는 버리기 쉽지 않기 때문이다. 만약 입시가  취업이 끝난 상태라면 자신의 스토리를 찾는 노력을 하려고 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지금 당장의 국밥 한 그릇이 급한 사람에게 쌀을 재배하는 법을 배워 배고픔을 달래보자라는 말은 공염불로 들릴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나는  책을 읽으면서 스토리가 스펙을 이긴다는 진리(정답) 뿌리내리길 기대하게 되었다. 그래서 여러분에게 이런 글을 쓰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스펙은 객관식이지만 스토리는 주관식이다.

 
생각해보라. 사람을 몇 가지 성적과 자격증으로 대변할  있는가?  좋은 대학을 나왔다고, 우수한 학점을 가진 사람라고 과연 일을 잘할까?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잘하는 것과 학력은 상관관계가 높지 않다. 이해력이 높고, 반짝이는 아이디어를 내는 일이라면 차이가    있지만, 대부분이 하는 보통의 일은 아이디어보다는 태도로 평가받는 경우가 훨씬 많다. (특히 일반 사무직은  그렇다.)

그럼 이제 스토리에 관해 이야기해보자.

 책에서는 스토리를 사실에 감정을 입힌 이라고 정의했다. 그리고 아리스토텔레스의 이야기를 통해 스토리는 행동한 사실에 대한 감정을 표현한 것이라고 말한다. 여기서 행동이라는 키워드에 주목해야 한다.


(p.38)
아리스토텔레스는 <시학>에서 스토리는 “반드시 행동에 관한 이라고 강조했다. <나를 찾아가는 이야기>에서 기독교 심리학자  알렌더는 이를 “행동이야말로 우리가 정말로 가치 있게 여기는 것이 무엇인지 말해주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결국 우리가 어떤 사람이었는지 드러내는 것은 우리의 ‘생각 아니라 ‘행동이다.


이처럼 스토리는 “행동 관한 해설이다. 반면 스펙은 보이지 않는 막연한 “추측 관한 평가다. 오랜 영어공부를 통해 영어 시험은 정상 수준이라도 입으로 내뱉기를 못하는 나처럼, 만들어낸 점수와 자격증만으로  사람의 강점과 약점을 명확히 드러내기는 어렵다. 그래서 경험이 쌓인 행동이 만든 스토리가 스펙을 압도할 충분조건을 갖추고 있는 것이다.

이렇듯 스토리나 스펙을 통해 얻게 된 직업을 통해 우리는 일을 하고 돈을 벌어 가정을 꾸리고 자식을 키우며 삶을 영위한다. 그럼 이렇게 직업을 얻으면 끝일까?  부분에서 생각해볼 만한 것을 책에서 다루고 있는데, 그중  직업이라는 단어를 아주 명쾌하게 풀어낸 부분이 읽어볼 만하다.


(p.56)
우리가 흔히 ‘직업이라고 부르는 것을 ‘ ‘으로 나누어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직은 영어로 occupation이라고   있다. 내가 점유하고 있는 직장 내에서의 담당 업무를 뜻한다. 직은 내가 아닌 누군가로 쉽게 대체가 가능하다. 시간이 갈수록  젊고, 매력적이고, 재능 있는 친구들이 직장 밖에서  자리를 노리기 때문이다. 하지만 열과 성을 다해 지켜냈던 직도 결국 퇴직(retirement)으로 끝난다. 그나마 정년퇴직이면 좋겠지만 요즘은 ‘명예라는 탈을  강제 퇴직이 대세다.
업은 영어로 ‘vocation’이라   있는데, ‘평생을 두고 내가 매진하는 주제 뜻한다. 흔히 ‘내가 가져갈 업이야라는 표현으로 자주 쓰인다. 나의 존재와 삶과 떼려야   없는 무언가를 의미한다. 업은 쉽게 다른 누군가로 대체가 어렵다. 나이가 들면 오히려 연륜이 쌓인다. 때문에 업은 장인(mastership) 연결된다.


사실 스토리나 스펙 모두 스스로의 노력으로 만들어내는 결과물이다. 결과물로 평가를 받지만 사실 본질이라고   있는 실력은 경험의 과정에서 축적된다. 그래서 과정이 제일 중요하다. 물론 결과를 무시해서는 안된다.  많은 사람들은 결과를 보고 과정을 짐작한다. 그래서 적절한 균형도 필요하다.

하지만, 결국 우리가 도달해야 하는 지점은 스토리(과정)라고 말하고 싶다. 스펙은 혼자만의 꿈에서 끝나지만 스토리는  꿈을 함께 달성하고 싶은 꿈으로 변화시켜주기 때문이다. , 스펙은 경쟁자를 만들지만 스토리는 동반자를 만들기 때문이다.

두서없는 글이지만 글을  목적이 독자들에게 닿았으면 좋겠다.

- 브런치 작가 김경태 -


#스토리 #스펙 #취준생 #본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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