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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경태 Feb 04. 2021

음악을 듣다가 눈물을 흘려본 적 있나요?

| 노래를 들으면 자꾸 눈물이 납니다



나도 나이를 먹은 것일까? 나이를 먹었다는 증거일까?
요즘 헤드폰을 쓰고 노래를 듣다 보면 자꾸 눈물이 난다.


마흔다섯, 음악을 들어온 지 40년이다.
어린 시절 카세트테이프로 듣던 만화 음악 주제가나 크리스마스 캐럴을 시작으로 수많은 동요를 들으며 음악에 입문했다. 아버지가 듣던 샹송과 클래식 음악들, 전축을 들여놓으면서 엄마가 사준 LP를 통해 팝에 입문했다. 누나의 이선희 팬심 덕분에 그녀의 앨범 전곡 가사를 다 외워서 흥얼거렸고, 나름의 좋아하는 장르가 생기면서 나만의 컬랙션을 만들어가기 시작했다.


마흔이 넘어 지금 즐겨 듣는 내 노래는 부모님과 누나의 그늘을 서서히 지났고, 지금은 나보다 음악적 내공이 열 갑자는 깊은 아내에게 맞춰져 있다.
아내는 학창 시절 그룹사운드 보컬 출신이라 (노래 완전 가수 뺨침. 윤사라처럼 노래함 ^^) 당시 주로 내가 듣던 팝이 아닌 들국화나 조규찬, 윤상, SSAW 같은 가수들에 심취해 있었고 나도 서서히 그쪽으로 물들어갔다. 음악은 아내와 나 사이의 감정적 교감을 이루게 해주는 좋은 수단이었다.


지금 내 귓가에는 <My Way>가 흐르고 있다. 어릴 때 듣던 이 곡은 프랭크 시나트라나 엘비스 프레슬리의 레이블이라 아직도 그때의 리듬에 익숙하다. 지금 내 귀에 흐르는 이 곡은 아내가 좋아하는 로비 윌리엄스가 부른 곡이다. 여전히 좋다. 명곡은 영원하다. ^^  


최근 자주 듣는 신곡이 몇 곡 생겼다.


당신이 나이를 제법 먹었고 음악을 좋아한다면 느끼는 것이 있을 것이다. 현재 당신이 듣는 곡 대부분이 10~20대를 거치면서 자주 들어왔던 그 곡이었다는 것을 말이다. 나와 주변 사람들의 선곡을 봐도 그들이 젊은 시절 주로 듣던 곡들의 성향(Bias)을 뛰어넘지 못한 경우가 많다.

10대와 20대를 거치면서 많은 곡들을 섭렵했고, 적어도 음악에 있어서는 절대 뒤처지지 않겠다던 나였지만 지금 듣는 곡들을 보면 그 결심은 여지없이 무너졌다. 내가 소화해내는 속도보다 생산되는 곡이 많고, 받아들이는 속도가 떨어지다 보니 점점 나는 내 귀에 익숙했던 곡에 기대길 원했다. 여러분도 나랑 비슷할 것이다. 어린 시절 부모님이 가요무대를 열심히 시청하시는 걸 이해 못하던 자녀들이, 나이 들어 미스/미스터 트롯에 열광하는 이유가 설명이 되는 순간이다.


https://youtu.be/v4u8N3Ik1F4

최근 우연히 유튜브를 통해 강산에 씨가 고등학생들을 곁에 두고 노래방에서 노래하는 영상을 보게 되었다. 강산에 씨는 내 고등학교 선배라서 더 애착이 가는 분이다. 1994년 고3 시절 그의 곡 <넌 할 수 있어>를 통해 치열했던 입시공부의 부담감을 누그러뜨렸다. 친구들과 노래방에 가면 <할아버지와 수박> <예럴랄라> <라구요>를 부르며 스트레스를 풀었다. 그는 긴 머리와 날카로운 눈매 그리고 시원한 가창력으로 팬들을 사로잡았다. 


그런 모습으로 각인되어있던 그가 짧게 자른 머리로 <거꾸로 거슬러 오르는 저 힘찬 연어들처럼>을 열창하고 있었고, 학생들은 그의 노래에 감동받고 있었다. 나 역시 감동받았다. 그의 목소리는 여전히 힘차고 울림이 컸다. 20년 전 곡이라는 세월의 흔적은 느껴지지 않았다. 그리고 영상을 보다가 또르르 눈물이 났다.


방으로 돌아와 헤드폰을 쓰고 다시 강산에의 곡들을 한 곡 한 곡 들어보기 시작했다. 그의 목소리와 가사에 맞춰 내 추억이 흐르고 있었다. 카타르시스를 느꼈다. 뺨 위로 흐르는 눈물을 주체할 수 없었다. 좋아했던 여러 가수들의 곡들을 한 곡 한 곡 들어냈다.

“이것이 음악이구나.”


예전만큼 음악에 많은 시간을 쏟을 수는 없겠지만 (그때는 대중교통을 이용할 때 음악과 책밖에 없었다. 지금은 너무 다양한 즐길거리가 있다.) 좀 더 자주 내 음악에 취해야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한참 울고 났더니 개운하다. 좋다.

- 브런치 작가 김경태 -


#음악 #눈물 #추억 #카타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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