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독서를 통한 상상력은 가장 좋은 선물입니다
요즘 사람들은 책을 읽지 않습니다.
독서 또한 부의 편중과 비슷하게 읽는 사람들은 많이 읽고 읽지 않는 사람은 1년에 1권도 읽지 않습니다. 예전 통계청 자료를 살펴보았더니 우리나라 성인 10명 중 1년간 책을 단 1권도 읽지 않는 사람이 4명이 넘었습니다. 학창 시절 그렇게 책에 집착하게 만들었던 부모님의 잔소리, 그것을 벗어나는 순간 더 이상 독서는 우리에게 필요치 않은 활동으로 전락해 버립니다. 이런 분들은 차치하고서라도 기존에 책을 읽었던 분들도 스마트폰이라는 제2의 뇌이자 3번째 손이 생겨난 이후로 우리는 더 이상 조용히 자리에 앉아 책을 읽는 행동은 기억의 저편으로 잊혀져가고 있습니다.
그런데 과연 스마트폰 때문에 성인의 독서량을 많이 줄었을까요?
https://www.mk.co.kr/news/culture/view/2020/03/254368
위 링크는 2020년 3월 매일경제신문에서 조사한 자료인데, 확실히 2년 전보다 성인의 독서량이 9.4 → 7.5권으로 1.9권이 줄었습니다. 이 통계수치에서 단 2년 만에 약 2권이 줄었다는 사실은 대한민국 성인의 독서습관에 정말 커다란 변화가 있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대한민국 성인의 평균 독서량을 1권 올리려면 얼마나 많은 책들이 소비되어야 하는지를 짐작해보십시오. 물론 통계를 맹신할 수는 없지만 하락하는 추세가 급격하다는 것은 조금만 생각해보면 우리들 일상에서 쉽게 느낄 수 있습니다.
요즘 지하철에서 책이나 신문을 읽는 사람을 본 기억을 되짚어 보십시오.
대중교통으로 이동하는 가운데 가방에서 책을 꺼내 읽는 분들을 본지가 꽤 오래되었습니다. 지하철 1량의 탑승객 중 70~80%는 스마트폰으로 무언가를 하고 있습니다. 수험생이나 무언가를 준비하는 사람들이 프린트한 종이를 들고 있는 것을 본 적은 있습니다만 순수하게 책을 들고 있는 사람은 정말 찾아보기 힘듭니다. 책을 들고 있는 사람은 제가 유일한 경우가 많으며, 책을 읽고 있으면 스스로 조금 이상한 이질감이 들 정도입니다. 스마트폰 / 무선 인터넷 시대가 열리기 전에는 많은 사람들이 책이나 신문을 들고 지하철과 버스에서 시간을 보냈습니다. 하지만 종이신문은 이제 찾아보기가 힘들고 책을 든 어른들은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지금 제가 이 글을 쓰는 이유는 함께 대한민국을 살아가는 우리들이 조금 더 책을 많이 읽었으면 하는 마음에서 입니다.
영화, 드라마, 동영상이 제 아무리 직관적이고 비주얼적으로 자극하여 흥미를 유발한다 해도 분명히 우리의 욕구를 채워주지 못하는 영역이 있습니다. 아니, 비주얼적 요소 없는 라디오나(요즘은 보이는 라디오라고 하지만) 활자가 채워주는 삶의 영역은 분명 존재하고 있으며 돌이켜보면 아직도 영상보다 훨씬 더 큰 영역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단적인 예로, 스마트폰을 통해 정보를 검색해도 결국 누군가가 작성해놓은 텍스트를 읽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또한 영상을 통해 알지 못했던 것을 쉽고 정확하게 이해하는 효과는 크지만, 반대로 깊이 생각하고 고민하는 부분은 줄었습니다. 더 이상 고민하지 않고 찾고 읽고 끝내는 습관이 만들어진 것이죠.
여러분들이 좋아하는 드라마나 영화의 원작이 소설인 경우가 많습니다. 특히 요즘은 웹툰을 드라마나 영화화하는 것이 주류입니다. 이렇게 원본이 있는 저작물을 재구성해서 만들어진 영상을 보고 나면 10중 8~9는 원작만 못하다는 평가를 합니다. 왜 이런 말을 하는 것일까요? 그건 바로 자신이 상상했던 만큼 영상이 구현되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활자와 소리는 인간의 상상력을 자극합니다. 잘 한번 생각해보시기 바랍니다. 영화 속에 등장하는 귀신의 외모 때문에 공포영화가 무서운 것일까요? 아니면 소리 때문에 무서운 것일까요? 공포영화를 소리 없이 한번 시청해보시기 바랍니다. 그러면 바로 알 수 있습니다. 소리가 사람에게 전달하는 그 공포에 대한 상상력의 파도를 말이죠.
글자도 마찬가지입니다. 우리는 소설책을 읽으면서 주인공의 모습을 상상합니다. 외모를 그려내고 그가 살고 있는 집을 머릿속으로 꾸며봅니다. 그가 하는 대사와 행동을 통해 그의 성격을 짐작하고 앞으로 그가 겪을 일들을 상상합니다. 그러면서 점점 주인공에게 몰입하고 감정이입을 합니다. 애정이 생기고 선과 악을 자신의 생각으로 재단하죠. 이 모든 것은 작가가 써놓은 텍스트를 통해 이루어지지만 상상은 오롯이 독자의 몫입니다.
고등학생 때 반 친구들 사이에서 이우혁의 <퇴마록>이 대단한 인기를 끌었습니다. 현암, 박 신부, 준후, 승희, 이 네 명의 주인공의 모습을 각자의 상상으로 그렸습니다. 저는 현암을 좋아했고, 제 친구는 준후를 꼽았습니다. 각자의 이유도 달랐죠. 그러던 어느 날 소설 <퇴마록>을 영화화한다는 소식을 들었고 주인공 캐스팅 이야기가 나왔습니다. 캐스팅된 주인공을 보았을 때 상상과 너무 달라서 엄청 실망했던 기억이 생생합니다. 물론 영화는 더 실망했죠. 스크린은 제 머릿속 <퇴마록>의 발끝에도 미치지 못했습니다.
이렇듯 참 재미는 자신의 머릿속 희뿌연 상상의 세상 속에서 조금씩 구체화될 때 만들어집니다. 그래서 진정한 즐거움은 시각적 효과보다는 대사 속에 또 글 속에 존재합니다. 문장과 문장 사이 그 여백에 상상이 채워질 때 재미가 찾아오는 것이죠. 저는 지금 현재를 살고 있는 성인들이 이런 재미를 책을 통해서 다시 찾기를 희망합니다. 결국 상상의 힘이 넘칠 때 창의력과 독창성이 씨를 뿌리고 보다 더 재미있는 삶이 가능할 것이라고 믿습니다.
저는 대한민국을 믿고 있고, 현재를 더욱 슬기롭게 걸어가기를 희망합니다. 그리고 그 희망을 책에서 봅니다.
이것이 제가 책을 읽는 이유이고 글을 쓰는 목적입니다.
고맙습니다.
- 브런치 작가 김경태 -
#독서습관 #성인들의독서 #상상력 #상상력의힘 #퇴마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