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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경태 Mar 24. 2020

불행을 만드는 세상

불행하지도 않으면서 불행한 사람들


오늘 <꾸뻬 씨의 행복 여행>을 다 읽었다. 주로 화장실(죄송)에서 읽었는데, 덕분에 시간이 제법 걸렸다. 그러고보니 회사 화장실에 책을 가지고 들어가는 사람은 나 외에는 본 적이 없는 것 같다. 화장실에서 그리 오랜 시간을 보내진 않지만 그 시간 스마트폰을 보고 있는 것보다는 단 1~2페이지라도 책을 읽는게 좋다. 특히, 집중(?)이 잘 되기 때문에 가성비가 좋다. 


몇 번 소설을 가지고 들어간 적이 있는데, 다리가 저렸다. 그래서 한 꼭지가 길지 않은 자기계발서나 에세이를 주로 가져간다. 암튼, 일주일 정도만에 꾸뻬씨를 다 읽었다. 꾸뻬씨 책을 통해 행복에 대한 내 생각을 다시 되짚어보는 계기가 되었다. 작년에 읽었던 <행복의 기원>에서도 행복(Happiness)에 대해 내 이론같지 않은 이론을 많이 정리했었는데, 이 책도 메모정리를 시작하게 되면 행복에 대해 좀 더 깊은 고민을 해볼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한다. 


다 읽은 뒤 책장을 주루룩 넘겨봤더니 4개의 챕터와 몇 개의 문장이 눈에 걸렸다는 걸 알았다. 지난번 소개했던 문장 “일을 그만두기 위해 일하는 사람들”이 그 중 하나였고, 오늘 두번째 소개 할 것은 “불행하지도 않으면서 불행한 사람들” 이 챕터다. 이 외에도 두개의 문장을 더 소개할 예정이다. (기대하시는 분은 없겠지만, 쓸거리를 항상 준비하는 #작가정신 )




한참 회사를 다니다 학교가 그리워서 대학원을 지원했고, 2015년 가을학기부터 대학원을 다녔다.나도 경영자가 되고 싶었다. 뭔지 모르지만 사업이라는 걸 하고싶었고, 사장이 되고 싶었다. 경영자가 되려면 재무재표는 읽을 수 있어야 한다는 마음에 MBA에 지원했고 다행히 합격했다. 그리고 내가 다니던 회사에서 보아오던 경영진들의 사업계획과 추진과제 등을 이론적인 측면에서 접해볼 수 있었다. 입에 붙어있던 KPI라는 단어의 본래 의미가 Key Performance Index 라는 것을 알게 되었고, MBO가 Management By Objective 인 것도 깨우쳤다. 그리고 수많은 경영의 방법 중 하나인 “위기경영”을 사례로 배우게 되었을 때, “아! 우리회사”라는 느낌이 팍 왔다. 



회사생활 17년째지만 17년간 회사는 위기가 아니었던 적이 한번도 없었다. 매년이 위기다. 시장의 상황에 따라 호황과 불황이 순환되고 그 순환의 사이클에 따라 여러가지 전략을 통해 한걸음씩 극복해 나간다. 


호황일 때 회사는 이렇게 말한다. “당장은 호황이지만, 시장의 변동이 너무 크다. 언제 이 호황이 끝날지 예측이 불가하니 미리 준비해야한다.” 그래서 바쁘게 움직이고 성과를 내야한다.

불황일 때 회사는 이렇게 말한다. “지금 심각한 불황이다. 이런 시기한 몇 개월간 계속 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렇게 적자폭이 커지만 사업의 존속여부가 흔들린다. 그래서 이 위기를 슬기롭게 극복해야한다. 더 열심히 노력해서 극복하자.”


느낌이 오는가? 


어느 한 순간도 위기가 아닌적이 없다. 꾸뻬씨의 글 “불행하지도 않으면서 불행한 사람들”과 잘 들어맞는다. 옛 동화에 짚신장수, 우산장수 이야기가 떠오른다. 걱정을 만들어서 하는 것. 




어찌보면 우리가 살고있는 이 나라 주식시장도 똑같다. 위기가 예상된다는 뉴스에 주식은 폭락하고, 돌풍이 예상된다는 뉴스에 한순간에 몇배로 재산이 뻥튀기 된다. 예측/ 대비/ 시뮬레이션이라는 미사여구로 벌어지지도 않은 일로 걱정을 생산하고 그것으로 뉴스를 만들고 기회를 만들어 돈을 번다. 또 사람들은 그 분위에 휩쓸려 파도를 만든다.  눈밭의 조그만 스노우볼처럼 작지만 몇 번 듣다보면 눈덩이처럼 두려움이 커져서 내 눈앞에 다가올 것 같다. 


또한 행복과 불행은 상대적인 가치의 잣대라서 (오늘 아침 #한달쓰기 에 연재한 글에 “행복”에 관련된 내용이 있음) 자신의 관점에 따라 만원에도 행복할 수 있으며, 100억에도 불행할 수 있다. 꾸뻬씨는 프랑스 파리의 좋은 동네에 있는 정신과 의사다. 그 동네 사람들은 대부분 좋은 옷을 입고, 좋은 차를 타고, 좋은 집에 살고, 좋은 음식을 먹는다. 하지만 이 곳에 정신과 의사도 가장 많다. 좋은 것들이 가장 많은 곳인데, 반대로 불행한 사람들이 많아서 정신과 상담이 많은 것이다. 그들은 더 좋은 옷을 원하고, 더 좋은 집, 더 좋은 차, 더 좋은 먹거리를 원하기 때문에 항상 현재가 불만인 사람들이고, 언제 이것을 잃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불안하다. 그래서 정신과 상담이 많은 것이다.


참, 아이러니한 세상이다. 나도 별반 다를 것 없이 타인과의 비교속에 존재하고, 비교속에 만족감과 불만감을 느끼는 보통의 인간이다. 




어린시절 명절이 되면 큰집에 차례를 지내러 갔다. 큰집은 큰집답게 아주 컸다. 차고도 따로 있고, 잔디밭도 있었다. 형 방에는 탁구대도 있었다. 화장실도 몇 개나 되는 정말 큰 집이었다. 매번 큰집에 다녀오면 우리집이 너무 작고 초라해 보였다. 그래서 엄마에게 우리도 큰 집으로 이사가자고 졸라대곤 했다. 주변의 친구들 집과 비교해보면 우리집이 제일 컸는데도, 큰집만 다녀오면 난 배가 많이 아팠다. 


지금 내가 살고 있는 아파트도 충분히 크다. 그런데도 이것저것 짐을 넣다보니 집이 좁다는 말이 나온다. 네 식구가 방을 하나씩 사용하고 있는데도 각자 자신의 방이 좁다고 한다. 나도 서재가 더 컸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한다. 아내는 펜트리가 더 컸으면 하고, 딸은 자신의 방에 있는 붙박이장 때문에 작은 소파를 놓을 공간이 없다고 푸념한다. 아들은 자기방을 버리고 거실에서 생활한다. 


가지면 가질수록 더 가지고 싶다. 현재 내가 가진것은 당연한 것이고, 못가진 것에 대한 안타까움과 절실함만 남는다. 결국 불행하지 않지만 불행을 만들어서 불행해하고 있는 것이다.


<꾸뻬 씨의 행복 여행>을 통해 행복이 가지는 속성에 대해 여러방면으로 생각을 해볼 수 있었다. 


“결국 인간은 행복해지기 위해 산다.”라는 말처럼 행복해지기 위해서는 행복이라는 기준을 비교와 대조가 아닌 “나”에게 두어야 한다. 


여러분들도 더이상 불행을 만들어 불행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 작가 김경태 -



Photo by Andre Hunter on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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