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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경태 Mar 23. 2020

행복의 시각화

행복이 과연 뭘까?


#행복 : 생활에서 충분한 기쁨과 만족감을 느껴 흐뭇한 상태

<네이버 국어사전>


언어로 정의되어 있는 “행복(happiness)”이라는 단어는 사전적 의미를 찾아보아도 참 모호하다. 기쁨, 만족감, 흐뭇함과 같이 행복이라는 단어를 구성하고 있는 의미 자체가 명확하고 객관화되어있지 않은, 인간의 주관적인 판단의 영역이다. 그렇다면 행복은 어떤 상황이나 상태에서 한 인간이 느끼는 만족이나 기쁨의 기준선 이상을 통과한 순간이 아닐까?



막 그려봤는데 설명이 되려나?


일단, 나는 행복을 위 그림과 같은 상태로 정의를 해보았다. (공돌이는 어쩔 수 없나 봐!!!, 수치화/ 도식화)


그려놓고 보니 행복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은 [내 행복의 기준선]이라는 걸 알게 되었다. 이 기준선은 사람마다 모두 다르기 때문에 아마도 같은 상황과 상태에서도 어떤 사람을 행복을 느끼고, 또 어떤 사람은 아무런 느낌이 없고, 또 어떤 사람은 불행을 느끼는 것이다. 기준이 다른 것에서 야기되는 행복의 모호성 때문에 어쩌면 우리는 내가 불행하다고 느끼고, 서로를 비난하거나, 싫어하거나, 미워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내가 가장 행복했던 때가 언제였나? 생각해보았다.


여러 순간들이 머릿속에 떠오른다. 부모님이나 선생님께 칭찬을 받은 날, 좋은 성적을 받은 날, 멋있는 광경을 본 날, 여자친구가 생긴 날, ...


수많은 순간들이 머릿속을 스쳐가는데 이 순간들은 모두 기뻐서 한껏 들떴던 날이었다. 그리고 미리 계획된 상황에서 나왔다기보다는 우연에서 비롯된 순간이 많았다.




특히 에피소드 하나가 떠오른다.


2002년 6월 중순. 미국 어학연수 중 슬럼프가 왔다. 향수병에 시달린 것이다. 한국을 떠나온 지 6개월이 지난 시점에 난 모든 의욕을 상실했다. 가파르게 오르던 영어 성적도 정체하기 시작했고, 영어로 말하며 생활하는데 불편이 없었기 때문에 매일 비슷한 하루에 지루함이 시작된 것이다. 좀 쉬자는 생각이 들었다. 불현듯 여행을 떠나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혼자 떠날 용기는 없어서, 학교에서 같이 떠날 친구들을 모집했다. 금요일 저녁부터 일요일까지 2박 3일간 중서부 사우스다코다(South Dakoda) 주에 있는 타이레놀 광고에 나왔던 미국 대통령 얼굴이 조각되어 있는 바위(마운틴 러시모어 기념관)를 보러 가자는 계획을 게시판에 올렸다. 예전부터 미국에 오면 꼭 한번 가보고 싶었던 곳이었기에 그곳을 계획했다. 다행히 금요일 오전까지 5명이 모였다. 금요일 오전 수업을 마치고 우리 5명은 토요타 코롤라 1대를 끌고 장장 16시간을 운전해 그곳에 도착했다.


러시모어 산에서 웅장한 대통령 얼굴의 바위를 본 것도 좋았지만, 내가 지금 이 글을 쓰면서 그 순간을 떠올린 건 첫날 저녁 차를 몰고 가다 길가에 차를 세우고 공원 벤치에 앉아서 저녁을 먹었을 때의 순간이다. 아이스박스에 넣어두었던 차가운 얼음 속에 담겨있던 맥주, 준비해 온 음식, 5명의 대화 그리고 완벽했던 대자연. 데면데면했던 5명을 하나로 결속시킨 그 저녁식사를 잊을 수 없다. 배꼽이 빠지도록 웃고 또 웃었다. 서로 자신을 소개를 하고, 여행에 참여한 이유와 얻고 싶은 것들... 이런 이야기들이 몇 번 돌면서 우리들은 하나로 뭉쳐졌다. 지금 다시 떠올려도 몸에 전율이 돋는 그런 멋진 순간이었다. 그때 나는 큰 소리로 “완전 행복하다” 말했었다. “이대로 여행이 끝나도 좋다”라고 말했었다.


3일 계획으로 떠난 여행이 11일로 길어졌다. 돈이 모자라는 해프닝도, 길을 가다 좋아 보이는 곳이 있으면 무작정 내려서 걸었던 것도, 한밤중에 차를 달리다 화장실이 급해서 길가에 차를 세웠는데 그때 본 하늘에서 일억 개의 별이 내리는 순간도 모두가 잊을 수 없다. 그 순간 난 정말 이게 행복이라고 느꼈다.




사실. 어제도 행복했다.


저녁무렵 집 앞 공원에서 달리기를 했는데, 숨은 찼지만 건강해진다는 생각에 행복했다. 달리기를 마칠 때쯤 아내와 딸아이가 모카와 젤리(장모 치와와 두 마리)를 공원으로 데리고 나와 같이 산책했던 순간도 행복했다. 산책 후 상가 테라스에 앉아 커피를 마시던 순간도 행복했다. 딸아이가 인라인을 탈 때 손잡아 달라고 하던 순간도 행복했다. 치킨을 사와 맥주와 함께 가족이 둘러앉아 이런저런 이야기하며 웃었던 순간도 행복했다. 주말이라 플레이스테이션을 켜서 오락을 하던 순간은 더없이 행복했다. 밤늦게 새로 구입한 무선 물걸레 청소기로 바닥을 닦았는데 예상보다 잘 닦여서 행복했다.




지금도 행복하다. 일요일도 어김없이 새벽에 일어날 수 있어서 행복하고, 내 서재에서 누구의 방해도 없이 차분하게 생각을 정리하며 이렇게 글을 쓸 수 있어서 행복하다. 그저께 동네 지인에게 선물 받은 보이차를 한잔 준비해서 마시게 된 것도 행복하다.




살면서 행복하다고 느낀 순간들이 많았다면 우리는 ”제대로 살고 있는 것이다”라고 말하고 싶다. 그리고 그 순간은 내가 정의하는 것이지 누가 정의해 주는 것이 아니다. 그렇기 때문에 행복이란 내 마음먹기에 따라 달라지는 것이다. 부처님 눈에는 부처만 보인다는 옛말처럼 내가 어떤 눈으로 지금의 내 상황을 마주하느냐에 따라 희로애락은 정해진다.


사람마다 삶의 이유는 다르겠지만, 행복하기 위해서 산다는 것은 같다.


여러분도 지금 이 순간 자신이 얼마나 행복하게 살고 있는지 생각해보자.


우리는 지금 행복할 수밖에 없다.


- 작가 김경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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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닥치고독서클럽


Photo by Priscilla Du Preez on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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